문화

귤 까먹고 만화책 보며 뒹굴..'소확행' 아세요?

남형도 기자 2018. 1. 28.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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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까먹고 만화책 보며 뒹굴..'소확행' 아세요?

'소확행'(小確幸·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다.

소확행이 입소문처럼 떠오른 것은 먼 미래의 큰 행복보다 지금 누리는 작은 행복이 더 중요하단 인식이 점차 퍼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소확행은 지난해 화두였던 '욜로'(YOLO: 인생은 한 번뿐)보다 더 작고 확실해졌다.

욜로가 '해외여행·쇼핑' 등으로 소비력이 필요한 개념이었다면, 소확행은 돈 없이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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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부비부비, 포차서 혼술..'욜로'보다 더 작고 확실한 행복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저녁 6시. 직장인 김송희씨(33)는 퇴근 시간이 되면 부리나케 집으로 향한다. 겨울과 썩 잘 어울리는 카펫이 깔린 그가 사랑하는 공간이다. 집에 도착하면 불편했던 렌즈를 뺀 뒤 뱅뱅이 안경을 쓰고편안한 별무늬 파자마를 입는다. 그리고 김씨를 행복하게 해주는 준비물(중학교 때 보던 만화책 1권, 귤 2~3개, 전기장판)을 챙긴다. 귤을 까먹고 만화책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잊는다. 올해 4살이 된 반려견 '똘이'가 다가오면 볼을 부비부비하며 미뤄뒀던 정을 나눈다. 김씨는 "이런 소소한 것들이 나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소확행'(小確幸·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올해 트렌드로 제시해 유명해진 이 단어는 당초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하루키는 1986년 수필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갓 구워낸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을 열면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고양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소확행이 입소문처럼 떠오른 것은 먼 미래의 큰 행복보다 지금 누리는 작은 행복이 더 중요하단 인식이 점차 퍼지고 있어서다. 복권 같은 행복을 꿈꾸기엔 성장은 더디고 월급통장은 제자리걸음이다. 밖에 나가면 한파·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때론 재난과 마주치기도 한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우린 흙수저'라고 한탄하며 술잔을 기울이기 바쁘기도 하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소확행은 지난해 화두였던 '욜로'(YOLO: 인생은 한 번뿐)보다 더 작고 확실해졌다. 욜로가 '해외여행·쇼핑' 등으로 소비력이 필요한 개념이었다면, 소확행은 돈 없이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처럼 여겨진다. 24~26일 머니투데이는 직장인·대학생·주부·취업준비생 50명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소확행'에 대해 들어봤다.

대학생 이종훈씨(22)는 공강 시간이 되면 찾는 곳이 있다. 대학교 안에 있는 '중앙도서관'이다. 친구들이 당구 한 게임을 칠 때 이씨는 도서관 한쪽 구석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책을 본다. 학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이 곳을 찾는다. 눈을 감고 책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 장영희 교수의 수필집을 읽고 있다. 이씨는 "돈도 안 들고 조용히 값지게 시간을 보내는 법"이라고 귀띔해줬다.

직장인 박소현씨(34)의 남자친구는 '몽이'(3)다. 키 15cm 남짓, 눈망울이 크고 둥근 시추가 그의 반려견이다. 야근에 지쳐 집에 터덜터덜 돌아오면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 있어도 몽이만은 달려 나온다. 몽이를 쓰다듬으며 하소연을 하는 시간을 즐긴다. 햇볕이 좋은 날이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발 맞춰 산책을 즐긴다. 박씨는 "몽이와 함께할 때가 진정 행복한 시간"이라고 미소지었다.

취업준비생 최모씨(29)의 버팀목은 '혼술'이다. 지난해 한 대기업의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날, 최씨는 포장마차에서 처음 혼술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메뉴는 닭똥집에 소주 1병.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욕을 하며 회포를 풀었다. 이후로도 괴로울 때마다 최씨는 포차에서 혼술을 즐긴다. 최씨는 "1만원 남짓한 비용으로 최고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주부 이미옥씨(45)는 가족들이 다 나간 오후에 즐기는 그만의 취미가 있다. TV 노래방이다. 아이폰 녹음 버튼을 켜고 노래방을 튼 뒤 예약 버튼을 누른다. 이를 마음껏 즐기기 위해 한 달 이용권도 끊어 놓았다. 가끔 친구들을 불러 같이 즐기기도 한다. 애창곡은 이소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다. 이씨는 "노래를 한 곡 부르고 나면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전문가는 "과거에는 큰 목표를 세워두고 언제 올지 모르는 행복을 위해 참는 것이 보통이었다면, 요즘 세대들은 그때 그때 작은 행복이라도 즐기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며 "갑자기 떠오른 트렌드라고 하기보단 시대가 바뀜에따라 삶의 방식과 중요도가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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