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비트코인? 블록체인 열기 뜨거운 중국

입력 2018.01.28. 00:03 수정 2018.01.28.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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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강력 규제하면서 블록체인 연구에 적극 지원 나서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장은 디지털 화폐는 반드시 인민은행에서 발행할 것이며 블록체인은 선택가능한 기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증시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가장 뜨거운 테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에 관한 뉴스가 나오면 가상화폐 거래소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거래소 개설을 준비 중인 종목의 주가가 요동을 친다. 뿐만 아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도 지하철을 타도 가상화폐 거래소 광고가 눈에 띈다. 중국도 투자열풍이라면 우리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중국은 어떨까.

사실 가상화폐 열풍은 우리나라보다 중국에서 먼저 불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들어 가상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는 등 과열의 기미가 보이자 중국은 아예 싹을 제거해버렸다. 지난해 9월 중국인민은행 등 7개 부처가 ICO를 전면 금지하고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기로 한 것이다. 관계 부처 간 의견 조율을 통해 내린 폐쇄 결정은 일사불란하게 처리됐다. 중국이 권위주의 국가인 영향도 컸다. 이때 중국은 민간에서 개발한 가상화폐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대신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디지털화폐연구소를 설립해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도 중국인민은행에서 하겠다는 얘기다.

━ 중국 증시에서는 블록체인 테마주 열풍
지난해 9월 중국이 ICO를 전면 금지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약 30% 급락했다. 물론 곧바로 반등하며 최근까지 상승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중국 증시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테마주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블록체인 관련주가 테마주로 부상했다. 특히 올해 들어 블록체인 열기가 뜨겁다. 1월 둘째 주까지 블록체인 테마주는 평균 약 16% 상승했는데, 많이 오른 종목은 60% 이상 올랐다. 중국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는 선택가능한 옵션이 아닌 만큼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매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 인터넷 보안 등 여러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하며 특히 금융에서 암호화폐, 지불결제, 스마트 계약, 금융 거래 등 다방면에 걸친 응용이 가능하다.

중국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비트코인은 규제하지만 블록체인은 지원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금지한 나라는 소수에 불과하다. 중국과 방글라데시, 볼리비아, 에콰도르, 러시아 정도다. 미국·일본·호주·독일 등은 가상화폐를 일단 인정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비트코인 규제는 역사가 깊다. 2013년 12월 중국인민은행이 ‘비트코인 리스크 예방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며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비트코인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비트코인이 몇 달만에 10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서 거의 1000달러로 급등하자 나온 조치였다. 2014년 3월 인민은행은 또 다시 금융회사가 비트코인 거래소에 계좌 개설, 송금, 환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에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달리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6년 2월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장은 디지털 화폐는 반드시 인민은행에서 발행할 것이며 블록체인은 선택가능한 기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때 중관춘 블록체인 산업연맹도 설립되면서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공업정보부가 [중국 블록체인 기술과 응용발전 백서]를 발표, 처음으로 블록체인 표준화에 대한 청사진과 기준을 제시하며 관련 업계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어느 정도까지 발전한 걸까. 실체 없는 허상은 아닐까? 2008년 블록체인이 태동한 지도 거의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미 블록체인은 디지털 통화, 지불결제, 금융 거래, 증권 거래 등 많은 분야에서 실제로 응용되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중국 블록체인산업발전 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 블록체인 관련 기업 수는 2012년부터 매년 65%씩 증가했다. 중국 기업도 많다. 2016년 말 기준, 중국에는 105개의 블록체인 관련 기업이 있으며 미국(334개사)에 이어 2위다.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및 중국평안보험 등 대형 금융회사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대표하는 보험사인 중국평안보험은 중국 기업 최초로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에 가입해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해 4월 [블록체인백서]를 발표하고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10월에는 캐나다 블록체인연구소에도 가입했다.

중국 증시의 블록체인 열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2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이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생각을 밝혔을 때, 시장은 블록체인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뜨겁게 반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실제 응용되는 사례가 나오지 않자 시장의 반응도 천천히 식어갔다. 올해 블록체인 테마주 열기에는 미국의 영향이 컸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블록체인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자 중국 증시에서도 블록체인이 테마주로 부상한 것이다. 게다가 블록체인 기술이 성숙해지면서 실제로 응용이 가능한 사례도 늘었다.

[중국 블록체인산업발전 백서]에서는 블록체인의 핵심 활용영역을 금융, 인터넷 보안 및 공급망 관리로 나눴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과 분산원장으로 대표되는 탈중심화가 가장 큰 특징이다. 금융에서는 결제와 송금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저비용·고효율이 가능하다. 디지털 인증도 마찬가지다. 자산의 디지털화 및 디지털 지갑을 이용한 가상화폐 거래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인터넷 보안에서는 사용자 정보 보호와 데이터 위조 방지 및 보존에 효율적이다. 공급망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물류 및 제품의 위조 방지에 사용될 수 있는데, 블록체인은 데이터 조작이 불가능하고 거래기록을 추적할 수 있기 대문이다.

━ 중국 블록체인 관련 기업 수 미국에 이어 2위

물론 블록체인 기술이 결점이 없는 건 아니다. 2016년 6월 이더리움 기반의 ‘The DAO’는 ICO를 통해 짧은 기간에 1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이더리움을 조달했지만, 해커가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이더리움 360만개를 훔쳐가면서 커다란 이슈가 됐다. 중국에서 불고 있는 블록체인 테마주 열풍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허위 공시를 하거나 그럴 듯한 사업계획을 공시해서 블록체인 열기에 편승하려는 기업들 때문이다. 지난 1월 16일 저녁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는 블록체인 테마주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하며 투자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김재현(zorba00@gmail.com) 칼럼니스트

※ 김재현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