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병원 직접 뒤져 시신 찾았다" 유가족, 미진한 대처에 '분통'

권혜정 기자,최동현 기자 2018. 1. 2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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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는 물론 시신 위치도 알 수 없었다" 주장
보건당국 "화재 직후 환자 인적사항 구할 방법 없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어린이가 헌화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18.1.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밀양=뉴스1) 권혜정 기자,최동현 기자 = 경상남도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로 목숨을 잃은 37명의 유가족들이 병원과 보건당국의 미진한 대처로 사고 당시 가족들의 생사와 사망 소식을 수시간 동안 알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7일 화재로 외할머니 이모씨(88)를 잃은 유족 김모씨는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밀양문화체육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병원에서 환자들과 각 환자 보호자에 대한 명단을 가지고 있었을텐데 사고 이후 할머니의 생사는 물론 시신 위치 등을 4시간 동안이나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병원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와 함께 병원 주변을 둘러봤지만 사망자 명단은 물론 어디에도 할머니의 이름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사건 발생 5시간 후인 오전 11시쯤 공개된 사망자 명단을 보여주며 "31명의 사망자 이름이 적혀 있지만 여기에도 할머니의 이름은 없었다"며 "사고 직후 현장으로 달려 온 아버지는 4시간 가까이 인근 병원을 모두 뒤졌고 정오가 다 되어서야 할머니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당시 경찰로부터 '신원 확인이 안 된 2구의 시신이 있는데 확인을 해보라'는 말을 듣고 시신을 확인한 결과, 할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사망자 명단에 할머니 이름이 없으니 혹시라도 살아 계시는 것은 아닐까 기대했는데…"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이같은 유족들이 김씨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씨는 "우리 가족과 같은 일을 겪은 유족들이 한둘이 아니다"며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전날 밀양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故 박모씨(97·여)의 딸 손모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전날 오전 7시30분 고인이 입원한 세종병원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혼비백산 병원으로 달려간 손씨는 밀양에 위치한 모든 장례식장을 뒤져 사건 발생 8시간 만에 어머니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누구 하나 우리 어머니가 어디 계신지, 어디로 이송됐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8남매가 밀양 모든 장례식장을 이잡듯 뒤진 끝에 결국 큰손자가 어머니를 찾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로 장모를 잃은 또 다른 유족도 "병원에서 시신 확인을 하러 오라는 얘기를 듣고 가 시신을 확인했을 뿐, 장모님이 세종병원에서 사망한 것인지 아니면 이송된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다 사망한 것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유족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보건당국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천재경 밀양보건소장은 "화재 직후에는 병원 관계자들도 없었고 불이 난 병원에서 환자 인적사항에 대한 자료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며 "세종병원에서 자료를 취합하기 전까지 보호자에게 가족에 대한 이송정보를 제공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오후 3~4시쯤 세종병원에 입원했던 177명의 신원자료가 취합됐다"며 "세종병원 간호사들을 환자들이 이송된 23개 병원으로 파견해 당일 저녁에야 인적조회를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밀양소방서 관계자도 "일부 신원 파악이 늦은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러나 병원에 입원해 있던 모든 분들이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환자복을 입은 상황에서 사건 발생 당시 누가 누군지 알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환자들 중에는 연세가 많은 중증 환자도 많은 등 적극적으로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국과수 현장감식 관계자들이 세종병원 화재사고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7시 30분께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총 37명이 사망했다. 2018.1.27/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유족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또 있다. 상당수 유족들이 사망 후 시신을 어렵게 찾았음에도 장례식장 부족 문제로 빈소 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족 등에 따르면 희생자 상당수가 현재 밀양 인근 병원과 장례식장 영안실·안치실에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고로 누나를 잃은 유족 A씨는 "우리 누님 역시 장례식장이 부족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영안실에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또 다른 유족도 "연고도 없는 청도 장례식장에 고인을 모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병희 밀양시 부시장은 숨진 37명의 유가족 중 19가족이 빈소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유족이 원할 경우 임시라도 빈소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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