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 '염력' 류승룡 "갑자기 살 찌워..뛸 때 무릎 아팠다"

한해선 기자 2018. 1. 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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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3년 만인가. 배우 류승룡의 얼굴을 스크린에서 다시 보는 게. 2016년 ‘서울역’으로 목소리 출연은 했지만, 장편 실사 영화에서의 연기는 2015년 ‘도리화가’ 이후 오랜만이다. 코믹, 액션, 스릴러 장르를 넘나들었던 류승룡이 이번에는 초능력을 쓰는 히어로로 변신했다. 이 히어로, 파격적이면서 친근하다.

배우 류승룡 /사진=프레인글로벌

연상호 감독과의 작업은 두 번째. ‘서울역’으로 만나 곧바로 ‘염력’을 함께 했다. 류승룡의 푸근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매력이 ‘아버지 히어로’로 제격이었다. ‘염력’은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평범한 아빠 석헌(류승룡)이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딸 루미(심은경)를 구하기 위해 염력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류승룡은 ‘염력’을 통해 지금껏 쌓은 장기를 마음껏 펼쳐 보였다. 초능력을 발휘하느라 짐 캐리 저리가라 할 정도의 다소 코믹한 표정으로 안간힘을 쓰면서 와이어 액션, 악을 제압하는 카리스마, 따뜻한 부성애를 고루 보여준다. 간만에 선보이는 작품에 관객들이 흐뭇한 미소를 띨 만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룡은 “작품을 선보이는 건 오랜만이지만 재작년에 ‘7년의 밤’에 주력했다. 작년에는 ‘염력’을 4~8월에 걸쳐 찍었다”며 “원래는 ‘7년의 밤’이 먼저 개봉했어야 했다. 그 다음에 ‘염력’을 개봉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염력’이 먼저 개봉하게 됐다. 연기를 계속 하면서 바쁘게는 지냈다. 여러분들을 만날 날을 기다려왔다”고 근황을 전했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염력’ 출연진(심은경, 박정민, 김민재, 정유미)은 연상호 감독에 대해 ‘몹쓸 연기 지도’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몹시 쓸모 있는’ 연기 시연을 펼치며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했다는 것. 류승룡은 “연상호 감독님이 ‘염력’ 때 연기 시연을 보여주셨는데, ‘서울역’ 때는 목소리 연기를 시연해주셨다. 그래서 이번에도 낯설지가 않았다. 이번에는 실사 영화이기긴 했지만 연출에서 전작과의 간극이 적었다”며 웃었다.

“감독님이 만화같이 생기셨는데(웃음) 그만큼 굉장히 친근하시다. 스태프들이 ‘오늘은 감독님이 어떤 연기를 보여주실까’라며 기대를 할 정도였다. 웜 업 역할을 해주셔서 배우들이 마음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본인이 보여준 걸 막상 연기로 따라하면 감독님이 웃으셔서 NG나는 경우도 있었다.”

배우 류승룡 /사진=프레인글로벌

‘염력’은 한국형 SF 블록버스터 코미디 히어로물로 지금껏 전무했던 장르를 개척했다. 이 같은 시도에서 CG와 ‘염력’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처음 접한 소감을 묻자 “‘부산행’을 보고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구현해내는 데에 신뢰가 있었다. ‘부산행’에서도 앞에서부터 좀비가 나와서 어떻게 끌고 갈까 싶었는데 재미있게 전개하셨다. ‘염력’에서도 처음부터 초능력을 보여준 후 군더더기 없이 소재를 밀고 나갔다”고 답했다.

‘염력’ 속 루미와 지역 주민들의 사연은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2009년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류승룡은 “연상호 감독님은 판타지를 상업영화에 녹여내는 능력이 정말 탁월하시다. 히어로물은 안타고니스트와 빌런이라는 대척점이 있기 마련이다. 감독님께서 두 대상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셨다. 그러다가 권력자의 부당함과 권력 악용, 거기에 정의롭게 싸우는 사람을 놓기로 했다. 보편적인 소재를 다루고 싶어 하셨다”고 밝혔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연상호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가 느껴졌다. 연 감독에게 어떤 매력이 있을까.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시고 배우로부터 연기를 꺼내기 쉽게 자리를 마련해주신다. 사전작업을 굉장히 철두철미하게 하신다. 콘티대로 하려 하시고 굉장히 효율적으로 작업하신다. 그래서 집중할 수 있는 면이 좋았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아니다 싶은 것은 잡아내시는 기지와 유연함도 있으시다.”

류승룡은 ‘우리네 아버지’ 신석헌 캐릭터를 위해 12kg 증량까지 감수했다. “일찌감치 ‘염력’을 하기로 약속하고 다음 작품을 준비할 때 스키니한 몸매를 만들고 있었다. 행사장에서 우연히 감독님을 만났는데, 내 살 뺀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이건 내가 원한 모습이 아니야’라고 하시더라. 그 작품을 마무리 하고 바로 감독님이 원하는 신체를 만들었다. 관리 안한 몸을 만들려고 평균보다 5~6kg를 찌웠다. 갑자기 살을 찌워서 뛸 때 무릎도 아프고 불편했다.”

‘염력’은 용산참사 사례를 되짚으면서 석헌의 성장기를 담는다. 과거 가족의 곁을 떠났던 석헌은 딸 루미와 재회한 후 염력을 지니게 되면서 루미를 둘러싼 불의에 맞서 싸운다. “석헌이 처음에는 철없고 사회에 순응하고 자기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다가 딸을 구하면서 이기적인 삶에서 이타적인 삶을 살게 된다. 항상 도망만 갔다가 스스로 수갑도 채워진다. 딸과 웃으면서 대면하도록 보여주려 했다.”

배우 류승룡 /사진=프레인글로벌

석헌은 생각보다 꽤 많은 표정 연기와 슬랩스틱 코미디를 구사한다. “사실 석헌에게 주어진 코미디는 그렇게밖에 구현할 수 없었다. 촌철살인의 대사는 홍상무(정유미) 등으로 할애됐다. 슬랩스틱에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온 사력을 다해야지 나오는 염력을 보여주려 표정 연기에도 신경 썼다. 그가 최선을 다 한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각각 석헌과 루미 역으로 ‘부녀케미’를 맞춘 류승룡과 심은경은 무려 다섯 번째 작품을 함께 하는 것. ‘불신지옥’(2009)부터 ‘퀴즈왕’(2010),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서울역’(2016)에 이어 ‘염력’까지다. “은경이는 내가 워낙 좋아하는 배우다. 그 친구가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봐 왔는데 정말 편하다. 이번에도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이를 떠나 동료 배우로서 훌륭하다.”

“은경이는 후배로서 각별하다. 10년이란 세월 속에서 그런 게 쌓여왔고 이번에 부녀관계를 표현하면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은경이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나한테 ‘선배님 선배님’ 해준다. 나는 촬영하면서 삼촌처럼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종종 해주기도 했다. 은경이는 나한테 ‘편하게 하시라’ ‘다 던지셔도 된다’고 해줄 정도였다.(웃음)”

아빠 석헌은 류승룡이 가장 공감하고 연기할 수 있었던 캐릭터였다. “감독님은 정말 엄청 가정적이시다. 항상 쉴 때 딸 동영상을 보며 웃고 행복해 하신다. 그게 그 분의 원동력인 것 같다. 아내분의 가사와 육아도 도우신다고 했다. 나도 일 아니면 집, 아이들에 매진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찍으며 많이 공감했다. 감독님도 나도 윗세대 아버님들과 소통을 못했는데 그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 ‘소통’을 밀도 있게 그리려 했다.”

실제로 아들 둘을 둔 류승룡에게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 묻자 “어렸을 때는 아이들이 올라타는 장난감이었다. 아이들이 커서는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그늘도 되고 나중에는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다. 열매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 류승룡 /사진=프레인글로벌

석헌이 다른 서양의 히어로와 다른 점에 대해서는 “타이즈를 안 입는다. 헐렁한 바지를 입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어차피 헬멧은 머리가 커서 잘 안 맞는다”고 너스레를 떨며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사람이 우리 편이 돼서 거대한 악과 싸우는 것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고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류승룡이 좋아했던 히어로는 누구였을까. 마블이나 DC 정도의 히어로를 예상했는데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미래소년 코난’ 포비야 말로 진정한 히어로다. 예전에 애니메이션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포비가 우리 세대 때는 최고의 히어로였다. 우리 아이들은 ‘아이언맨’을 좋아한다.” 그러면서 실제로 염력을 가진다면 날아다니고 싶기도 하고, 일주일 전에 미세먼지가 많았을 때는 미세먼지를 확 보내버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여가시간에 운동도 하고 책도 본다. 자연을 좋아해서 걸으며 생각도 많이 한다. 동창회 일 열심히 하고 있다”는 류승룡은 지금 시기에 연기를 어떻게 접하고 있을까. ‘아는 여자’ 강도 1역의 단역으로 데뷔해 ‘박수칠 대 떠나라’ ‘별순검’ ‘바람의 화원’ ‘불신지옥’ ‘퀴즈왕’ ‘평양성’ ‘고지전’ ‘최종병기 활’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표적’ ‘명량’ 등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성공해 온 그다.

“아직도 작품을 받을 때 일단 긴장감이 있다. 항상 도전인 것 같다. 시나리오를 처음 볼 때는 그 사람의 세월과 열정이 담긴 것이어서 한 텍스트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집중해서 본다. 아직도 작품을 받을 때 기대가 되고 설렌다.”

류승룡은 ‘명량’의 1700만 명 이상 관객수로 역대 흥행작 1위, ‘7번방의 선물’을 통해 1200만 명 이상의 관객수로 역대 7위, ‘광해, 왕이 된 남자’의 1200만 명 이상 관객수로 역대 9위를 기록, 지금까지 세 편의 영화를 흥행작으로 이름 올렸다. 간만의 작품 ‘염력’에서도 흥행을 바랄 법하다.

“(흥행은)정말 모르겠다. 스태프, 감독과 유쾌하고 행복하게 촬영했다. 일단 그 따뜻함과 가족애, 통쾌함, 유쾌함이 전달되면 좋겠다. 추운 겨울에 가족들끼리 보시기에 좋은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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