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신경 써달라" 소방관부터 챙긴 세종병원 유가족들

이가영 2018. 1. 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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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문화체육회관을 방문, 유족을 위로하고 소방관을 격려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현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소방관과 경찰,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격려와 감사를 표했다. 유가족들은 문 대통령에 “소방관들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헌신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슬픔 속에서도 고생한 소방관을 챙겼다.

문 대통령은 27일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헌화, 분향한 후 유가족들에게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냐”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가 제대로 지켜드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고, 국민과 함께 노력하는 가운데 이런 화재 참사가 연이어 발생해 안타깝고 죄송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 문화체육회관을 방문,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한 유가족은 “대통령이 좋은 일로 밀양을 찾아주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참사로 밀양을 찾은 대통령의 마음도 아프겠지만, 유가족의 서러운 마음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겠나”라며 “그래도 이렇게 찾아와 위로해주니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안전대책이 너무 취약하니 제대로 좀 해달라. 대통령이 사람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여러 공약도 했고, 노력하고 있는 것도 안다”면서도 “이번 현장에서 보니 소방관들이 너무 고생하고 장비도 열악한데, 소방관들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헌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 문화체육회관을 방문, 분향 참배한 뒤 유족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또 유가족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하겠다고 한 유가족은 “참여정부 시절 만든 재난대응 매뉴얼이 다 없어졌다고 하는데 그것을 다시 찾아 운영해달라”며 “어떤 소방장비는 소방관이 사비로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알고 있나. 대통령이 직접 신경 쓰고 챙겨달라”고 말했다.

다른 유가족은 “구조 투입이 늦어 살릴 수 있는 생명도 잃었다. 구조 투입은 상부의 지시가 없어도 현장의 판단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부분이 잘못됐다”며 “과정을 잘 살펴 고쳐야 한다”고 근본적인 소방 대응 매뉴얼을 지적했다.

이 밖에도 유가족들은 “사람이 아프고 약해질 때 찾는 곳이 병원인데 병원에 와서 목숨을 잃은 것이 어이없고 화가 난다. 대통령이 꼼꼼히 챙겨 기본부터 제대로 해 달라” “희생자 수습 후 관리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 그것을 보아야 하는 유족으로서는 너무 고통스럽다. 유족들의 마음이 두 번 다치지 않도록 장례 절차 등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들은 문 대통령은 “올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챙겨나가겠다”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가 함께 노력해 가야 한다. 신속한 원인 파악과 사고 수습부터 재발 방지 대책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현장을 둘러본 뒤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근무 중인 소방관들을 만난 문 대통령은 “소방관들이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국민의 질책을 받는 것이 소방관의 숙명”이라며 “전 과정을 살펴 결론을 내야 하겠지만, 화재 출동도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화재도 1층에서 2층으로 번지지 않도록 초기 진압도 잘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환자들이 있는 병원의 경우 유독가스와 연기에 매우 취약할 수 있으니 소방안전관리에서 그 점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함께해 나가자”고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침통한 표정의 조종묵 소방청장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대통령의 마음도 지금 소방청장의 마음과 똑같으니 힘을 내라”고 격려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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