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육 이대로 안전한가-상] 가공육, 담배 등과 같은 '1군 발암물질'?

김현주 입력 2018. 1. 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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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간염 소시지'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햄·소시지 등 가공육 제품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이미 3년 전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는 등 가공육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WHO는 2015년 10월26일(현지시간) 햄·소시지·베이컨·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높은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소·돼지 등 붉은 고기도 암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매일 가공육 50g을 섭취할 경우 발암 가능성이 18% 증가한다. 하루 평균 100g의 붉은 고기를 섭취하면 발암 가능성은 17% 올라간다는 것이다.

발암 의심 화학물질은 고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굽거나 튀기는 등 높은 온도에서 고기를 익히는 과정에서 위험한 화학물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게 WHO의 설명이다.

◆WHO "고온에서 고기 익힐 때 위험한 화학물질 발생한다"

가공육이 암을 유발시킨다는 명백한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는 이유로 술, 담배, 석면, 플루토늄 등과 함께 발암물질 1군에 속했다. 다만 가공육을 먹는 게 담배를 피는 것과 동일하게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붉은 고기는 2A군에 포함됐다. 붉은 고기는 확정적인 판단을 내리기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WHO는 가공육 섭취로 암에 걸려 죽은 사망자 수가 3만4000명이라면서 흡연(100만명)과 술(60만명) 때문에 암에 걸려 죽는 경우와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암연구재단은 가공육을 가능한 한 적게 먹고 매주 붉은 고기 요리 섭취를 500g(생고기는 700g)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WHO 발표는 국내외에서 상당히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소시지 다량 소비국인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호주 등의 세계 각국 정부는 이같은 발표에 거세게 반발했다.

크리스티안 슈미트 독일 식품농업부 장관은 "아무도 소시지를 먹을 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고, 버나비 조이스 호주 농업부 장관은 호주 ABC방송에 "WHO가 발암물질이라고 하는 다른 474가지에 합류하는 셈인데, 그 중에는 도시 야외에서 걷기나 햇빛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파문이 확산되자 WHO 대변인은 "IARC 보고서는 가공육 섭취를 중단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이를 줄이면 대장암·직장암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라고 애둘러 수습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국민들이 섭취하는 수준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라면서도 "적색·가공육 섭취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우리 국민의 가공육 섭취량은 1일 평균 6.0g에 불과했고, 가공육 발색과 보존에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에 대한 국민들의 1일 섭취량(2009~2010년)은 WHO의 1일 섭취허용량의 11.5%에 불과했다.

적색육의 경우도 1일 평균 섭취량이 61.5g 수준으로, WHO가 발표한 매 100g 섭취시 암발생율이 17%씩 증가한다는 내용을 감안하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관계당국의 설명이었다.

◆한국인 입맛 서구화, 육류 소비 ↑…日보다 육류소비량 多

최근 한국인들의 입맛이 서구화, 육류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어 상황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0여년 전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한국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이 현재 일본보다 50% 이상 많아졌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970년 한국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3㎏으로, 일본의 11.1㎏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2000년에는 한국이 31.9㎏, 일본이 28.4㎏으로 역전되더니 2015년에는 한국이 47.6㎏으로 일본(30.6㎏)보다 55.6%가 많아졌다.

특히 소고기의 경우 1970년 한국인이 연 0.5㎏, 일본인이 두 배 많은 1.1㎏를 소비했지만 2015년에는 한국이 10.9㎏를 소비해 일본(5.8㎏)의 2배 수준이다.

축산경제리서치센터는 "일본은 한국보다 경기 침체 시기가 길었고, 이 기간 소고기 등 육류 소비량이 거의 늘지 않았다"며 "육류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노인 인구가 많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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