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가톨릭 모임 '청가회' 회장에 윤영찬..성남시장 등 거취 정리?

강태화 2018. 1. 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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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가회, 청불회, 기독신우회. 각각 청와대 내에서 가톨릭과 불교, 기독교 등의 종교 모임 이름이다. 종교를 매개로 한 친목 도모 성격의 모임이다. 하지만, 이 모임을 이끄는 회장은 청와대가 각 종교계와의 가교 구실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11일 오전 전남 광주 북동성당에서 김희중 대주교 집전으로 거행된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7.3.11
그런데 최근 청와대 내 종교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원인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초대 청가회장을 맡았다. 그러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대변인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면서 청가회장에서도 물러났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천주교 수원교구를 찾아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 수석은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는 입장 등을 발표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말했다. 이에 천주교는 조 수석이 교황의 발언을 왜곡해 인용했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조 수석 옆에는 청가회장을 맡았던 박수현 대변인. [천주교 수원교구 제공]
그 자리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맡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주 윤 수석이 청가회장을 맡기로 결정됐다”며 “윤 수석이 과거에 종교 담당 기자 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언제부터 가톨릭 교인이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선 윤 수석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박 대변인의 뒤를 이어 청가회장을 맡은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핵심은 그의 거취와 관련된 사안이다. 윤 수석은 이재명 현 성남시장이 경기지사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될 성남시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혀 왔기 때문이다.
지난주 청가회장을 맡기로 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과 관련한 종합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 관계자는 “지방선거 출마 때문에 청가회장에서 물러난 자리를 윤 수석이 맡기로 한 데는 지방선거 때의 거취와 관련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지 않겠느냐”며 “윤 수석 본인 공식적으로 성남시장 출마에 대한 확답을 한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 (나가지 않는 쪽으로) 마음의 정리가 된 게 아니냐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청가회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에 만들어졌다. 각각 1992년과 1996년부터 활동해온 청불회와 기독신우회와 비교하면 출발이 늦다. 청가회가 결성된 데는 정치적 이유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하게 추진하자 가톨릭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당시 총무기획관을 초대 회장으로 청가회를 출범시켰다. 사실상 가톨릭에 손을 내미는 성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2년 서울 새검정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내에서 가톨릭의 ‘입김’이 세졌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김정숙 여사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가 부산 영도의 신선성당을 다녔고, 문 대통령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티모테오’로 세례를 받았다. 김정숙 여사와 1981년 결혼식을 올린 곳도 이 성당이다. 지난해 5월 13일 청와대에 입성한 직후에는 홍제동 성당의 유종만 주임신부를 청와대로 불러 축복식을 부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왼손에 묵주 반지를 끼고 있다.

현재 청와대 핵심 인사 중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가톨릭 신자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입’을 담당하는 윤 수석이 청가회 회장을 맡으면서 청와대 내 입지가 더욱 공고화될 가능성도 있다.

조국 민정수석,하승창 사회혁신수석,김수현 사회수석(등 보이는 사람)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20171211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공석이었던 청불회장직은 지난해 말부터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 맡기로 했다. 하 수석의 청불회장 취임식은 오는 30일 오전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비롯한 각 종단 대표자들과 불교계 주요 인사들도 참석한다. 설정 스님은 하 수석에게 직접 지은 법명도 수여할 계획이다. 청불회는 30일 취임법회에 앞서 지난 15일 청와대에 청불회 지도법사를 초청해 새해 첫 정기법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유민봉(국정기획)ㆍ조윤선(정무)ㆍ최원영(고용복지)ㆍ우병우(민정)ㆍ허원제(정무) 당시 수석 등 청와대의 핵심 인사들이 차례로 청불회장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6일 낮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종환 문체부장관, 이정희 천도교 교령,김영주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회장,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박우균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문 대통령,김희중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엄기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김영근 성균관 관장 2017.12.6. 청와대 사진기자단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권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했던 기독신우회는 현재 회장이 없다. 정부 출범 이후 6개월 이상 회장직을 공석으로 두다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회장을 맡았지만, 전 전 수석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정무수석에서 물러나면서 다시 공석이 됐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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