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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별빛이 쏟아지는 무공해 오지 경북 영양에 '텐트를 펴다'

송고시간2018-0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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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청송 더불어 경북 3대 오지(BYC) 중 하나…불빛 하나 없는 새카만 밤이 자랑

(영양=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내세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심의 화려한 불빛도, 붐비는 사람도 없다.

그러다보니 자랑거리가 생겼다. 빛 공해가 없는 마을이란 것이다.

경상북도 북부의 영양군 수비면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은 그런 연유로 생겨났다.

우리나라 대표 오지 중에 전라북도의 '무진장'과 경상북도의 'BYC'가 있다.

무진장은 무주·진안·장수를 줄인 말이요, BYC는 봉화, 영양, 청송을 가리킨다.

수비면은 영양에서도 가장 인가가 드물고 척박한 곳이다.

예로부터 오지 중의 오지로 불렸다.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은 바로 이곳, 수비면에 들어서 있다.

경북 영양군 청기면 이름없는 야산에서의 캠핑(성연재 기자)
경북 영양군 청기면 이름없는 야산에서의 캠핑(성연재 기자)

아무것도 없던 마을에 딱 공원 간판 하나 들어선 공원이다. 그런데 그럴싸하다.

공원은 왕피천 지역이 중심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 왕피천은 영양과 울진에 걸쳐 있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시작해 울진군 왕피리 등을 굽이굽이 건너 푸른 동해로 흐르는 61㎞의 물길이다.

토구리 야산 밭에 텐트를 설치하고 있다(성연재 기자)
토구리 야산 밭에 텐트를 설치하고 있다(성연재 기자)

전체 면적이 102.84㎢나 되는 왕피천 트레킹에서는 천연기념물인 산양이나 수달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청정지역 트레킹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트레킹의 시작 지점이 오무마을 앞이다.

수비면 가운데서도 오무마을은 영양군민들도 쉽사리 들어보지 못한 오지마을이다.

오무마을은 왕피천이 굽이 도는 최상류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왕피천과 직접 맞닿아 있지는 않다.

왕피천과는 작은 동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을이 형성돼 있다.

왕피천이 휘돌아 흐르는 지역에는 오지마을인 '오무마을'이 있다(성연재 기자)
왕피천이 휘돌아 흐르는 지역에는 오지마을인 '오무마을'이 있다(성연재 기자)

그 작은 동산이 이렇게 칼바람이 부는 겨울엔 냇가를 타고 오르는 바람을 막아준다.

5년 전 필자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 출연하며 알게 된 마을이다.

사실 그동안 취재하거나 출연한 곳을 다시 찾는 일은 꽤 드물다.

그렇지만 그 먼 오지마을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받은 느낌이 너무 순수하고 청정했기 때문이다.

한겨울이라 그런지 왠지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자랑할 것은 밤하늘의 별빛뿐이던 곳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성연재 기자)
자랑할 것은 밤하늘의 별빛뿐이던 곳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성연재 기자)

당시에는 대략 10여 가구가 살았던 기억을 더듬어 캠핑에 쓸 먹거리를 구하러 찾았던 민가를 다시 찾았다.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할머니 집이 기억이 났다.

수소문을 해보니 세상을 뜨셨다 한다.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하고 또 다른 주민의 집을 찾아 나섰다.

비교적 젊은 축에 속했던 한 아저씨 집에서 막걸리를 마셨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반갑게 맞이한 사람은 때마침 고향 집을 방문한 그분의 동생이었다.

친절한 주인 내외가 살았던 오지 마을 가옥(성연재 기자)
친절한 주인 내외가 살았던 오지 마을 가옥(성연재 기자)

포항에서 버스 기사를 한다는 그는 형이 수년 전 간암으로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전했다.

안타까움에 그 동생과 막걸리 한잔을 같이 나누고 길을 나섰다.

서울로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아 밤하늘보호공원과 인근 생태경관보전지역이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환경부가 25일 내놓은 보도자료다.

같은 날 경북도는 영양군의 '밤하늘 별빛투어'를 '2018년 야간관광상품 지원사업'으로 선정해 전폭적으로 밀어주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오지 영양에는 알려지지 않은 오지 청기면도 빼놓을 수 없다. 숨겨진 의외의 비경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수비면에서 30여 분을 남쪽으로 내려가면 청기면 정족리에 닿는다.

정족리 마을 앞의 일월초등학교 청기분교 뒤편으로 나 있는 가파른 임도를 따라가면 해발 400m 고지에 전경이 탁 트인 곳이 나온다. 저 멀리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발 아래 펼쳐져 있다.

추수가 끝난 밭 한 쪽에 작은 텐트를 폈다.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남은 다민족 여성과 그의 시어머니가 아이들의 재롱을 지켜보고 있다(성연재 기자)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남은 다민족 여성과 그의 시어머니가 아이들의 재롱을 지켜보고 있다(성연재 기자)

하얀 텐트는 마치 우주선이 내려온 듯한 모습이다.

엄동설한이지만 10여 년 넘게 단련된 덕분에 한겨울 동계캠핑은 두렵지 않다. 큰 불편도 없다.

동계캠핑에서 화기는 금물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체온을 손실없이 보존해줄 다운 침낭이다.

오리들의 깃털에는 미세한 기공이 있어 오리의 체온을 그대로 보존해준다.

에베레스트 등반가들도 텐트와 좋은 침낭에만 의지해 등반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역시 빛 공해가 없는 지역이어서 그런지 하늘의 별빛이 텐트로 쏟아진다.

가끔 멧돼지인지 들짐승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빼고는 정말 달콤하게 꿀잠을 잤다.

참기름과 고추장 그리고 된장찌개 백반(성연재 기자)
참기름과 고추장 그리고 된장찌개 백반(성연재 기자)

아침에 눈을 뜨니 저기 멀리 뻗은 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안동 예안∼영양 청기 간(지방도 920호선) 공사가 진행 중이다.

경북지역의 모든 새로 만들어지는 도로는 경북도청으로 뚫리고 있었다. 도청 소재지는 안동으로 이전한 상태다.

기존에 이용하던 영양군 입암면을 경유하는 지방도 911호선을 이용할 때보다 20㎞ 이상 단축된다고 한다.

최소한이 돼야 하지만 개발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청정한 오지마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을게다.

한편으론 개발이 지나쳐 이런 멋진 별빛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살짝 걱정이 스쳐갔다.

◇ 맛집

오지마을인 오무마을에는 이렇다 할 식당이 없다.

수비면에는 한정식집이 몇 곳 눈에 띄는데, 오지마을답게 잘 지은 콩으로 빚어낸 구수한 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 백반이 맛났다.

비벼 먹을 수 있도록 큰 스테인리스 그릇에 참기름과 고추장을 함께 내준다.

겨울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 (성연재 기자)
겨울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 (성연재 기자)

◇ 가는 길

서울에서 가면 안동을 거치는 것보다 영주에서 봉화를 가는 36번 국도를 탄다.

사미정 계곡을 지나 법전면이 나오면 우회전해서 31번 도로를 타면 수비면에 도착한다. 수비면에서 오무마을까지는 20∼30여 분 더 걸린다.

36번 국도를 타다가 새로 뚫린 울진까지의 꼬치비재를 지나서 옥방에서 917번 지방도를 타면 더 가깝다.

청기면은 31번 국도에서 영양군 소재지로 우회전한 뒤 30여 분을 달리면 닿는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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