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도전에 나선 정현, 프랑스 오픈이 더 기대되는 이유

조영준 기자 2018. 1. 2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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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호주 오픈 준결승에서 기권패 한 뒤 팬들의 격려에 답례하는 정현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4강에서 기권했기에 많은 감정이 드네요. 그러나 저는 제가 옳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코트에서 관중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없다면 기권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4강에 진입해 행복하고 내년에는 더 강해지겠습니다."

정현(22, 한국체대, 삼성증권 후원)의 위대한 도전이 준결승에서 막을 내렸다. 그는 준결승에서 '테니스의 전설' 로저 페더러(37, 스위스, 세계 랭킹 2위)를 만났다. 1세트에서 정현의 페더러의 완벽한 기량에 밀렸다. 1세트를 1-6으로 내준 정현은 2세트에서도 고전했다.

그러던 중 정현은 메디컬 타임을 요청했다. 그의 왼쪽 발은 붕대로 감겨져 있었다. 붕대를 풀자 발은 물집과 피멍으로 물들여 있었다. 치료를 받은 뒤 코트에 나섰지만 그의 움직임은 둔했다. 2세트 2-5에서 정현은 결국 경기를 포기했다.

경기를 마친 정현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2주 동안 조코비치, 페더러, 즈베레프 등 최고의 선수들과 경기했고 준결승까지 올랐다. 매우 값진 경험이다.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현은 호주 오픈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고 노박 조코비치(31, 세르비아, 세계 랭킹 14위)와 알렉산더 즈베레프(21, 독일, 세계 랭킹 4위) 등 강자들을 물리쳤다.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버린 순간이었다.

비록 호주 오픈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정현의 앞날은 창창하다. 특히 오는 5월 22일(한국 시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시즌 두 번째 그랜드 슬램 대회인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에 대한 기대가 벌써 커지고 있다.

▲ 2017년 클레이코트에서 펼쳐지는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정현 ⓒ GettyImages

지난해 클레이코트에서 강점을 보인 정현

정현은 베이스라인에서 스트로크 싸움을 하고 코트 커버 능력이 뛰어나다.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하는 스타일이다. 랠리 싸움을 오래하고 코트를 많이 움직이며 기습적인 패싱샷으로 역습을 노린다.

이런 점을 볼 때 볼의 바운드가 느린 클레이코트가 정현에게 유리하다. 실제로 지난해 정현은 클레이코트 시즌인 4월 말에 열린 남자 프로 테니스(ATP) 투어 바르셀로나 오픈에서 8강에 진출했다. 이 대회에서 승승장구한 그는 8강에서 '흙신' 라파엘 나달(32, 스페인, 세계 랭킹 1위를 만났다.

1세트에서는 천하의 나달을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갔다. 이 경기에서 정현은 나달에게 0-2(6<1>-7 2-6로 졌다. 그러나 나달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하며 세계 무대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경기를 마친 나달은 "정현은 좋은 선수가 될 모든 것을 갖췄다"며 칭찬했다.

5월 초 독일 뮌헨에서 열린 ATP 투어 BMW오픈에서도 정현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이 대회도 클레이코트에서 진행됐다. 쟁쟁한 강자들을 차례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한 정현은 결승 문턱에서 기도 펠라(아르헨티나)에게 1-2로 역전패했다.

지난해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에서 정현은 3회전에 진출했다. 16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정현이 만난 이는 '일본의 테니스 왕자' 니시코리 게이(28, 세계 랭킹 24위)였다. 정현은 니시코리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2-2를 만들며 이변에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나 2-3으로 무릎을 꿇으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 2018년 호주오픈 준결승전을 마친 뒤 서로를 격려하는 정현(오른쪽)과 로저 페더러 ⓒ GettyImages

지난해보다 한층 성장한 정현, 새로운 '흙신'에 도전

정현은 지난해와 비교해 부쩍 성장했다. 정현의 호주 오픈 경기를 지켜본 SPOTV 테니스 해설가인 박용국 NH농협 단장은 "현재 정현의 코트 커버력과 패싱샷, 백핸드와 그라운드 스트로크는 세계 정상급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ATP는 물론 챌린저 투어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점도 정현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고비처에서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도 향상됐다. 박 단장은 "조코비치와 경기를 할 때 정현은 전성기 시절의 조코비치와 흡사했다"고 칭찬했다.

이번 대회에서 정현은 발 부상으로 극심한 통증이 생겼다. 조코비치와 경기 이후 부상은 악화됐고 진통제로 고통을 참았다. 피멍과 물집으로 얼룩진 발을 이끌고 정현은 8강을 넘어 준결승에 진출했다.

박 단장은 "정현이 입은 부상은 테니스 선수들에게 많이 생긴다.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픈데 이런 부상을 안고 여기까지 왔다는 점은 대단한 투혼"이라고 말했다.

▲ 정현과 페더러의 호주오픈 준결승을 관전하며 응원하는 한국 팬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GettyImages

아직 정현은 여러모로 페더러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정현의 행보를 잡은 큰 원인은 부상에 있었다. 페더러는 "1세트는 보통 경기와 같았다. 2세트에서 그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졌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경기를 중단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현은 이미 대단한 선수다. 그의 미래를 말하자면 톱 10에 드는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번 호주 오픈에서 정현은 세계 정상급 수준의 기량을 발휘했다. 그는 하드코트보다 클레이코트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이런 정현의 경력과 호주오픈에서 나타난 기량 발전을 생각할 때 롤랑가로스에서도 그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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