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이 상태서 더 올리면 소상공인들 길바닥서 데모할 것"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 포함, 내달 중엔 제도개선 결론내야
안그러면 사업주·노동계 충돌.. 최저임금 인상속도는 완화해야
졸업시즌이라 청년층 쏟아지는데 알바 자리 줄고 비정규직도 안뽑아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고용 축소 등이 현실화한 가운데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26일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이 포함돼야 하고, (산입 범위 조정이 안 되면) 인상 속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 위원장은 올해 첫 최저임금위 전원회의가 열린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 조정,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복 할증 인정 여부를 의제로 삼아야 한다"며 "2월 중 결론나지 않으면 올해와 같은 최저임금 인상 혼란이 내년 중순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대책으로 시행 중인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에 대해선 "3조원을 300만명에게 나눠주는 식보다는 저소득 계층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 정책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근로소득장려세제(EITC)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위 전원회의가 예년보다 3개월 일찍 열렸다.
"산입 범위 조정 등 제도 개선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산업 현장의 갈등과 논의가 많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청년 일자리 감소 등 우려가 크다.
"이제 졸업 시즌이라 청년들이 노동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일자리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이 사라진 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기업이 비정규직도 안 뽑는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버티기 위해 상여금을 줄여 기본급에 넣는 사업주가 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시장을 움직였다. 사업주가 상여금을 폐지하고 기본급에 넣는 등 임금 체계를 개편했다. 일부에선 영세 사업주의 꼼수라고 하지만 경제주체의 합리적 선택으로 봐야 한다. 그게 시장의 힘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산입 범위가 좁은데 최저임금 인상 폭은 큰) 제도가 꼼수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90% 정도는 이미 임금 체계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남은 건 10% 조직 근로자인데 이들은 사업주가 (임금 체계를) 바꾸자고 해도 노동조합 힘으로 버틴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까지 버틸 것이다."
―산입 범위 조정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
"2월 넘어가면 기회가 없다. 6월에 지방선거가 있고, 내년도 최저임금은 오는 5~6월 결정할 것이다. 그전에 제도 개선을 하지 않으면 현행 제도에서 2019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현행 산입 범위를 유지하고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처럼 인상 가능한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려고 하면) 오는 5월쯤에는 소상공인들이 '이제는 더 이상 못 올리겠다. 한 번은 참았지만 이제 못 참겠다'면서 길바닥으로 나와 데모할 수도 있다. 사업주는 올해 최저임금을 예년의 3년치 정도 올렸으니 두 번은 동결하자고 할 것이고, 노동자들은 1만원까지 가야 한다고 할 것이다. 이런 충돌이 서너 달 안에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경영계·노동계 모두 양보하지 않을 텐데.
"최저임금위가 산입 범위 조정 등 개선안을 마련하면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복 할증 여부와 더불어 최저임금 산입 범위 조정안을 6자 회담 의제로 놓아야 한다. 여기서 실패하면 국회서 하는 수밖에 없지만…."
―자영업자들은 고통을 호소하는데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대책으로 내세운다.
"3조원을 300만명에게 나눠주는 식보다는 저소득 계층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 정책 효과가 더 크다. 최저임금은 가구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돼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산층 이상 자녀들도 인상 혜택을 받는다. 저소득 계층 근로자 가구에 초점을 맞춰 지원해야 한다."
―근로소득장려세제를 말하는 것인가.
"EITC는 가구 소득이 지원 기준이어서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크다. 저임금 근로자뿐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도 지원 대상이므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최저임금처럼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효과적이다. EITC를 확대해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일자리 안정자금처럼 한시적 지원을 계속할지 EITC를 확대할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어 위원장은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한국노동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고용과 노동 양쪽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4·5·6대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을 지냈고 지난해 6월부터 최저임금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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