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자율주행의 앞길 가로막다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이 이슈다. 구글의 웨이모, 애플의 타이탄 프로젝트처럼 글로벌 정보기술(IT) 회사들 뿐만 아니라 우버와 같은 공유 자동차 서비스 회사부터 테슬라와 같은 전기 자동차 회사까지 모두 자율주행차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물론 기존 자동차 회사들 역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연구 개발의 결과로 자율 주행차의 상용화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이미 CES를 비롯한 다양한 전시회 등에서 각 업체의 자율 주행차 시연이 이뤄지고 있고 소비자들은 차 안에서 운전이 아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이러한 자율 주행차 기술 개발에 뜻밖의 복병이 등장했다. 바로 눈이다.
눈이 눈을 가리다
자동차를 자율주행시키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레이더(Radar)나 일반 및 열화상 카메라, 그리고 라이다(LiDAR)와 같은 센서가 일반적인 감지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각 기술들은 장단점을 갖고 있어 서로 보완하기 위해 2가지 이상을 조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최첨단 감지 기술도 겨울에 내리는 눈에는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성능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문제를 보이고 있다. 간단히 눈이 눈을 가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동차의 외곽에 붙어있는 각종 센서의 표면에 눈이 쌓이는 경우 뿐만 아니라 도로와 표지판에도 눈이 덮이면 감지 센서들은 아무런 가이드가 없는, 말 그대로 하얀 벌판으로 인식해버린다. 차선이 어딘지, 도로의 좌우 끝이 어딘지, 심지어 도로 주변에 세워진 눈 덮인 장애물들이 실제 장애물인지 조차 인식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율주행에 있어 치명적인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눈속의 자율주행 연구 지원하는 북유럽
핀란드나 노르웨이, 그리고 유럽 연합은 겨울철 눈 덮인 환경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서 자율 주행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쉽고 편하게 자신들의 기술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를 열어주고 있다. 특히 핀란드와 노르웨이는 노르웨이 북부 해안의 트롬쇄에서 핀란드의 헬싱키로 이어지는 ‘E8’이라 불리는 실제 고속도로에 테스트 베드를 오픈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일명 ‘오로라 프로젝트’는 핀란드와 노르웨이 교통국 주도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핀란드내 무오니오(MUONIO) 지역의 10km에 테스트 환경을 구축하고 자율주행 기술 업체에 문을 열어놓고 있다.
물론 핀란드 교통국은 테스트를 통해 또 다른 정보를 얻는다. 바로 자율주행에 따른 도로 데이터나 각종 날씨와 차량 환경에 따른 안전 운전을 위한 데이터,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에서 나온 상관 관계를 통해 도로의 유지 보수 효율화 및 도로내 차량간 안전 운전을 위한 세이프티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차만 좋다고 되는 것 아니다
자동차는 결국 실제 도로를 운행해야 하는 교통 수단이다. 지금까지 시연된 다양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이미 확보된 자율주행차 지도와 경로, 그리고 제한된 환경내에서만 시연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자동차가 다니게 될 도로는 이보다 많은 변수들이 있으며 날씨와 같은 자연 변수 역시 존재한다. 또 자율주행차의 운전 방식은 지금까지와 달리 자동차 자체의 자율주행 기술 뿐만 아니라 도로내에서의 관제나 각 지역별, 구간별로 변화하는 날씨와 교통량, 도로 컨디션, 우발 상황 등의 변수들을 차량에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것은 자동차 제조사나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자율주행 분야를 활성화하려면 개별 기업의 자율적인 연구 개발 뿐만 아니라 정부와 관련 기관 등에서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쉽고 편하게 테스트하고 스스로 얻지 못하는 다양한 공공 데이터를 함께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원을 이미 시작한 북유럽, 유럽 연합의 사례를 통해 자율주행에서 정부의 역할을 다시 한번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클 것이다.
[최형욱 주한핀란드 무역대표부 수석상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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