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력' 류승룡은 강하다 [인터뷰]

한예지 기자 2018. 1. 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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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 류승룡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자신을 이기는 자가 강한 자다. 배우 류승룡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1월 31일 개봉될 '염력'(감독 연상호·제작 영화사 레드피터)에서 류승룡은 약수터 물 잘못 먹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아빠 석헌을 연기했다. 빚보증 잘못 서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고, 능청스러움과 넉살은 가득하지만 정의로워야 할 때 한 발짝 물러서고 마는 철부지 아빠는 딸을 지키기 위해 초능력을 사용하며 한국형 슈퍼 히어로로 거듭난다.

연상호 감독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에 작품을 택한 류승룡은 앞서 애니메이터 출신 연상호 감독의 전작 애니메이션들을 보며 독창적인 세계관에 매료됐고 '서울역'에선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실사 영화로 함께 하게 된 '염력'은 외국의 히어로물들과는 달리 평범한 사람이 권력과 부를 가진 '가진 자들'에 맞서는 한국형 토종 히어로물이란 점이 좋았다. "석헌은 평상시에 볼 수 있는 동네 아저씨 아니냐. 그래도 능력을 나쁜 데 쓰지 않고, 우리 편이 되어주는 게 좋았다"며 "처음엔 생계형 초능력으로 사용하는데 딸이 위험에 처하고 처음으로 아버지 역할을 하기 위해 딸을 구하는데, 그 이면의 상황들을 보고 정의감을 갖게 되고 책임과 희생을 하는 모습이 비록 지구를 지키진 못했지만 석헌에겐 굉장히 큰 이야기였다"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초능력이란 판타지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권력의 폭력성에 맞서는 철거민들의 투쟁을 그리며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히 녹여냈다. 류승룡 또한 그 지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누가 가졌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철없는 아빠가 초능력이 생겨서 딸을 위해 싸우다가 부당한 것과 맞섰다. 이런 보편적인 소재를 사용한 것이 좋았다. 자신의 삶도 지키기 버겁고, 조금은 비겁하게 못 본 척 외면하던 인물이 딸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지키고자 하는 것이 생기고 딸에서 사람들, 그리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변화하는 모습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 역시도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하는 옳은 것들에 대한 응원이나 지지를 보내는 사람으로서, 인간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토종 히어로의 탄생이 흥미롭고 즐거웠던 것.

영화에선 그려지지 않은 석헌의 전사로는 빚보증을 잘못 섰고 연대보증이기에 가족에 피해가 갈 수 있어 법적으로 위장 이혼했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동안 혼자 빚을 갚으면서도 경제적으로 가족에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었고, 딸 루미(심은경)의 졸업식도 멀찌감치 지켜보고 돌아오기도 했다. 빨리 빚을 털고 다시 가족이 함께 살길 바라던 인물이었다는 류승룡의 설명이다.

그는 "딸과 소통의 부재가 있다. 석헌이 초능력이 생겼다며 딸에게 보여주는데 딸은 '여태껏 마술 배우고 있던 거냐'고 화를 낸다. 계속 잘 안 맞는 거다. 아빠는 맨날 도망만 간다는 딸의 말을 듣고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아빠로서 미안했던 거다. 이제 아빠 노릇을 해보고 싶고, 도망가지 않고 책임을 지는 모습에서 비로소 관계가 회복되는 것"이라며 "표현이 서툰 가족이 조금씩 소통을 하고 막힌 담을 허무는 모습과 아빠의 성장이 담겨 있어 좋더라"고 했다.

특히 심은경과는 어느덧 네 번째 호흡인 만큼 워낙 편했고,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마주하니 "내가 얼마나 무심한 아빠고 못된 아빠인지 알겠더라"며 절로 상대방의 연기를 끌어내는 훌륭한 배우라고 아낌없는 극찬을 늘어놨다. 하지만 그 역시 허투루 연기하지 않는 배우였다. 사실 딸과의 극대화된 감정 신은 그의 아이디어와 애드리브로 탄생한 신이고, 석헌 캐릭터를 위해 몸무게 증량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제가 전작에서 체중을 많이 감량했었는데 연상호 감독님이 보시더니 너무 놀라셨다. 이 모습은 자신이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라고 해서 몸무게를 늘렸다"고 했다. 염력으로 날아다니는 장면을 찍기 위해 매달려 있기도 하고, 발이 뜨는 장면은 철봉에 직접 매달리기도 했다. 라이터를 들어 올리는 장면은 실제로 조감독이 계속 던져줘서 30 테이크만에 성공했다고. 체력적으로 고달픈 촬영이었을 법한데 그는 오히려 현장이 매우 즐거웠단다.

그는 "감독님이 의외성을 좋아하신다. 애드리브도 많았고, 넥타이가 움직이는 건 감독님이 뱀 연기를 직접 하신 거다"라고 귀띔했다. 또한, 굉장히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현장이었다며 "감독님의 영향으로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 자유로우면서 유연함이 있고 진지한 열정도 있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굉장히 훌륭한 협업이 이뤄졌다. 감독님이 그들을 최고로 인정해줬기 때문에 원활한 촬영이 이뤄졌다"고 했다. 특히 '염력'엔 감독의 기지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고. 갑자기 초능력을 갖게 된 석헌을 두고 초소형 무기를 사용하고 있단 무기 전문가의 분석과 북한 소행이란 결론을 내리는 언론 보도의 방식들은 그 또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단다. 특히 해맑은 악역 홍상무(정유미)는 단 3초만으로 그 인물을 설명하는 디렉팅 방식이 너무 매력적이었다고 눈을 빛낸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흔한 소재의 영화가 아니라서 더 설레고 긴장되는데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인 만큼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할 터. 류승룡은 한때 충무로의 손꼽히는 스타 흥행 배우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흥행 실패란 쓴맛도 느끼고, 개봉이 딜레이 되거나, 오랜 친구들이 예능에서 웃자고 말한 에피소드가 왜곡되거나, 악의 없는 언행이 비수가 되어 꽂히며 사람들의 부정적 편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답답하고 초조하고 억울할 법도 한데 류승룡은 오히려 이같은 순간들을 자신을 돌아보고 바로잡는 계기로 삼는 대범함이 있었다. 그는 "정신없이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방향이 더 중요한 것인데 제가 너무 속도를 내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구나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류승룡이 말하길 과거엔 마음이 조급했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가 많이 작용했다. 유머나 유쾌함, 자신감으로 이를 포장하고 자신을 지키려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늘 공허했다. 사람과 하는 작업이고, 사람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 직업을 갖고서 따뜻한 마음을 나눠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비로소 초심을 찾게 됐단다. 이는 조금의 과장도 없이 진심을 전하고자 하는 그를 엿보게 했다.

류승룡은 "언제나 사람이 중요하고 소중하단 생각은 변함이 없다. 배우로서 사명을 갖고 시대를 담아내고, 세월을 그려내고,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람을 대변하며 대리만족도 느끼게 하고, 울어주고 웃어주고 웃게 하고. 결국 배우는 이런 광대다. 제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예기치 못한 풍랑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다잡을 수 있는 겸허하고 강인한 마음이 지금의 그를 버티게 한 힘이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프레인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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