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글러스' 강혜정의 터닝포인트 "이제 전투적으로 하려고요"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18. 1. 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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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글러스 강혜정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독보적인 마스크에 개성 강한 연기로 일찌감치 배우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강혜정이지만, 결혼 이후 아내이자 엄마로서 살아야 했던 시간들은 배우로서 그의 존재감을 희석시켰다. 그 시간들을 강혜정은 좌절하며 보내기보다는 적당한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인내했다. 그렇기에 '저글러스'라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마침내 강혜정은 배우로서 터닝포인트를 맞이할 수 있었다.

지난 23일 종영한 KBS2 드라마 '저글러스:비서들'(극본 조용·연출 김정현, 이하 '저글러스')는 신이 내린 처세술과 친화력으로 프로 서포터 인생을 살아온 여자 좌윤이(백진희)와 타인의 관심과 관계를 전면 거부하는 철벽형 남자 남치원(최다니엘)이 비서와 보스로 만나 펼치는 관계 역전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강혜정은 극 중 15년차 전업주부이자 YB 스포츠 사업부의 신입비서 왕정애 역을 맡아 연기했다.

영화 '올드보이' '웰컴 투 동막골' '쓰리 몬스터' 등 선 굵은 연기로 개성파 배우로 입지를 다진 강혜정이다. 그런 그가 3년 만에 안방극장 컴백작인 '저글러스'에서 평범한 주부 연기에 도전했다. 주로 개성 강한 캐릭터 연기를 해왔던 강혜정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역시 작품에 있었다.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빨리 읽히더라고요"라는 강혜정은 "작품이 재밌는데 굳이 안 할 이유가 있나요"라고 했다. 작품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강혜정은 "내가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면 크기나 양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라면서 주인공이 아닌 다소 비중이 적은 역할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작품에 매료돼 '저글러스' 속 왕정애가 되기로 결심한 강혜정이지만, 초반에는 자신과 너무 다른 캐릭터로 인해 조금 애를 먹었다고 했다. 털털하고 대장부 같은 성격이라는 강혜정은 자신과 다르게 '국보급 순수녀'라는 수식어처럼 섬세하고 여린 왕정애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에 강혜정이 찾은 돌파구는 왕정애라는 인물 그 자체로 이해하는 것이었다. 자신에게서 왕정애의 모습을 찾고 이를 연기로 표현해내는 것이 아니라, 왕정애가 처한 상황과 그의 심리를 이해하려고 했단다.

아무런 경제적인 능력 없이 오로지 남편과 아들 뒷바라지만 해오다가 남편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이 나고, 남은 아들을 책임지기 위해 생계 전선에 뛰어드는 왕정애다. 이에 강혜정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낭떠러지에 서 있는 그 막막함에도 왕정애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강하게 헤쳐나가는데, 대단해 보이더라고요"라고 했다. 또한 왕정애와 비슷한 성격의 지인들을 참고해 캐릭터의 외양과 내면 모두를 만들어나갔다는 강혜정이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왕정해로 분한 강혜정은 첫 사회생활로 고난과 역경에 부딪히지만 특유의 끈기와 노력으로 헤쳐나가는 성장 스토리를 그려냈다. 강혜정은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속내를 숨긴 채 옷장 안에서 울고, 입사 초반 늘 수동적인 모습만 보였던 왕정애가 상사인 황보율(이원근)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섬세하면서도 디테일한 감정 연기로 극에 녹여냈다.

특히 복사기 사용법도 몰랐던 초보 비서에서 자신의 상사인 황보율을 위해 먼저 나설 줄 알고, 임직원 앞에서 소신 있게 발표도 하는 프로 비서로 발전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감동을 자아냈고, 이는 강혜정의 연기에 대한 호평으로 이어졌다. 이에 강혜정은 "부족함도 많았겠지만, 최선을 다하기는 했어요"라면서 상대 배우인 이원근에게 공을 돌렸다. "이원근 씨가 익살스럽게 잘 해줬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그 이상을 해줬어요. 그러니 덩달아 제 캐릭터까지 살았죠"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왕정애와 함께 강혜정 역시 나름의 성장을 일궈냈다. "협동에 대한 성장이 커졌어요"라며 강혜정은 출연 배우들과 자주 만나 작품에 대해 분석하고, 열린 마음으로 자신보다 드라마 경험이 많은 배우들을 통해 순간의 집중력과 순발력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이 과정을 통해 강혜정은 "저와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그들에게 얼마만큼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가에 따라서 작품의 질이 얼마나 달라지느냐에 대해 한톨이라도 배우게 된 것 같아요"라고 했다.

"'저글러스'를 보내야 한다니 많이 아쉬워요. 뭔가 촬영이 안 끝났으면 한 작품은 처음이었거든요. 촬영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고, 서로 배려하고 의지하면서 작업했거든요.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유독 아쉽고 마음이 짠해요."

'저글러스'를 끝낸 강혜정의 다음 목표는 결국 '연기'였다. 결혼과 육아로 오랜 기간 연기를 쉬었던 강혜정에게 '저글러스'는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일깨우게 했다. "저 이제 전투적으로 연기하려고요"라며 강혜정은 그 어떤 때보다 '다작'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 가지 역할로 살 수 있다는 거 아닐까요. 제가 안주하지 않고 변화할 의지만 있다면 여러 형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좋아요"라며 강혜정은 '배우 강혜정'이 아닌 '작품 속 캐릭터'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이 같은 일종의 신념이 있었기에 강혜정은 '올드보이' '연애의 목적'과 '웰컴 투 동막골' 등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오래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저는 저대로 살되 배우로서 연기 역할을 하는 부분을 남겨두고 싶어요. 사실 이 개념을 일찍 세워서 어렸을 때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당시 신비주의가 유행이었지만, 전 그렇지 않았거든요. 터번 쓰고 명동 걸어 다니면서 국수 먹고 그랬어요. 배우로서 역할을 해내는 것 외에 인간 강혜정으로서는 편안하고 당당했던 것 같아요. 그 힘으로 20대를 살았다면 30대는 다른 에너지로 살고 있어요. 거기에 더 큰 무언가가 얹어져서 살고 있는 거겠죠? 이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저도 늙은 배우가 돼 있지 않을까요? 그럼 그때는 역할로 살아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강혜정|저글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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