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 여성에게 용변기 1대 뿐.."가축우리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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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변은 사치다.
인원보다 턱없이 부족한 용변기 탓에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은 전쟁터가 된다.
250명 정도의 남성노동자에겐 용변기 2개, 소변기 6개가 전부다.
100명에 달하는 여성노동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용변기 1개가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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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가운데 여성이 100명이 넘는다. 여자 화장실 용변기는 달랑 1개. 쉬는 시간이면 긴 줄이 늘어선다. 모든 시간과 환경은 나의 몸이 아닌 항공 스케줄에 맞춰져 있다.
이곳은 인천공항 보안구역에서 일하는 비행기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이다. 애초 탈의실이었지만, 이제는 휴게공간이 됐고 끼니도 이 곳에서 때운다.
◇ 공항은 바뀌었는데…쫓기는 작업 시간과 기약 없는 퇴근 시간
항공기가 게이트에 들어서면 타이머는 20~30분에 맞춰진다. 그 안에 담요와 시트를 교체하고 오물통을 비워낸다. 바닥에 버려진 신문도 정리하고 나면 진공 청소와 소독작업까지 마쳐야 한다.
다시 호출벨이 울린다. 다음 비행기가 대기 중이니 이동하라는 알림이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380여 명의 일상이다.
이들의 근로 환경은 일반인들에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공항 보안구역이 일터이자 쉬는 곳이고, 승객 없는 항공기 안에서 노동이 이뤄진다. 항공기를 빠져나오며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기는 탑승교가 이들과 일반 승객과의 유일한 접점일 뿐이다.
이렇게 한 명이 하루 평균 20여 대의 항공기를 청소하고 소독한다. 만약 항공편이 연착한다면 퇴근 시간도 '지연(delayed)'된다.
250명 정도의 남성노동자에겐 용변기 2개, 소변기 6개가 전부다. 100명에 달하는 여성노동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용변기 1개가 끝이다. 너무 급해 청소 중인 비행기로 올라가 화장실을 이용하다 적발되면 난리가 난다고 이들은 털어놓았다.
한 청소노동자는 "좁아도 갈 곳이 없다"고 했다. 한국공항 비정규직노조 김태일 지부장은 "가축우리 같은 곳"이라고 빗댔다.
노동환경도 문제로 지적된다. 청소노동자 5명은 지난해 8월 항공기 안에서 청소를 하러 들어갔다가 몇 분 만에 구토 증상과 함께 쓰러졌다.
살균력 강화를 위해 초음파 진동을 이용한 기화식 방역 소독을 한 직후 작업에 투입됐다가 발생한 일로 노조는 보고 있다. 소독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른 채 알림이 울리면 투입되니 노동자들은 늘 불안한 마음속에 작업을 이어간다.
당시 병원으로 옮겨진 노동자들은 "화학물질에 의한 손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각만 미란 및 상피손상이 발생하며 심하게는 각막궤양 및 천공으로 진행될 수 있으니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심각한 눈 통증이 있고, 각막 손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치료를 마친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같은 작업을 하고있다. 참다못해 지난달 파업에 들어갔다. 그저 최저임금이라도 제대로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였다고 한다.
급여명세서를 보면, 기본급은 해마다 최저임금이 반영되긴 했지만 문제는 정근수당이 매년 5~6만원 씩 깎여 있었다. 김태일 지부장은 "윗돌을 빼 아랫돌을 괴는 꼼수"라며 "우릴 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은 13일 만에 잠정합의를 성과로 끝났다. 기본급과 여직원 수당이 골자인데 여전히 협상 중이다.
원청 격인 한국공항 측은 "전혀 다른 하청업체에서 이뤄지는 일이라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청업체 측에는 취재진의 여러 차례 연락에 답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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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0h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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