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때마다 마비되는 제주공항 .. "해저터널 재논의 필요"

김호 입력 2018. 1. 26. 02:34 수정 2018. 1. 2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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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제주 167km KTX 철도 건설
전남도, 10여년 전부터 사업 구상
작년엔 투자 관심 민간 기업 나와
제주도 제2공항 결론 안나 불투명

제주도에 눈보라가 친 지난 24일 제주국제공항. 제주를 떠나 광주광역시로 향하려던 항공기 등이 지연 운항됐다. 이날 하루 동안 지연된 항공기는 모두 192편. 적설량은 5.2㎝에 불과했지만 제빙 작업 등이 지연되면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다.

앞서 폭설이 내린 지난 11일부터 1박 2일간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되면서 승객 7000여 명이 제주공항에 갇혔다. 여행과 출장을 마치고 제주를 떠나려던 2500여 명은 비행기 결항 소식에 공항의 차가운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모포를 덮은 채 잠을 잤다. 2016년 1월 큰 눈이 내렸을 때와 비슷한 광경이었다. 이날 항공기 결항으로 피해를 입은 상당수 관광객들 사이에선 “제주도에서 육지로 향하는 도로나 바다 아래 터널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라는 말이 나왔다.

제주공항 이용객들이 지난 12일 공항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 위에서 자거나 쉬고 있다. [연합뉴스]
폭설이 내릴 때마다 제주공항이 마비되는 사태가 반복되면서 초고속열차(KTX)로 육지에서 제주를 오가는 ‘해저터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남도와 제주도의 미묘한 입장차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사업이다.

전남도는 비나 눈 등 기상의 영향을 항공편에 비해 크게 받지 않고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를 타고 이동하는 고속철도 사업을 10여 년 전부터 구상하고 있다. 기존에 깔린 KTX 호남선(서울~목포)의 남쪽 끝을 제주까지 연결하는 게 골자다.

이 구상은 목포에서 ‘땅끝’ 전남 해남까지는 지상, 해남에서 남쪽 바다를 건너 완도 보길도까지는 교량, 보길도에서 추자도를 거쳐 제주도까지는 해저터널을 깔아 KTX가 지나도록 하는 것이다. 해저터널 73㎞를 포함해 제주에서 목포까지 총 167㎞ 길이의 고속철도를 놓는 대형 사업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남도는 사업비 16조8000억원에 사업 기간을 2016년부터 2032년까지로 잡고 이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6년 8월에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타당성 조사 용역도 맡겼다. 지난해 3월에는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 중간 보고회가 열린 가운데 투자에 관심을 보인 민간 기업도 있었다. 해당 기업은 이 사업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고 경제성(B/C)이 확보되면 투자 의향이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건설사들은 이 사업이 갖는 상징성에도 주목했다. 세계 최장 해저터널, 첨단 공법 시공 등이다. 그러나 용역 중간 보고회 이후 사업은 잠정 보류됐다. 지난해 말 최종 용역 보고서가 나왔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전남도가 제주도의 입장을 고려해 사업 추진 속도를 늦춰서다.

제주도는 김태환 지사 시절인 2007년 이 사업 추진에 긍정적이었다. 김 지사는 박준영 당시 전남지사와 함께 해저터널 건설을 국가적으로 지원해달라고 공동 건의했다. 20조원 가까이 드는 대형 사업은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최근 제주도는 이 사업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다만 제2공항 문제 등과 맞물려 부정적이거나 적어도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남도는 파악하고 있다. 제2공항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저터널에 관심을 둘 수 없다는 뜻이다.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도민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관광객 편의를 위해 해저터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 도민들은 제주도의 신비함이나 자연환경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해저터널에 반대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금 서둘러 사업을 추진해도 공사 기간에 수십 년이 걸려 2030년 무렵에나 실제 KTX가 운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의 결정이 이뤄져야 사업 필요성에 대한 논의라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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