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급전'이 기업에 큰 부담? 전력 줄인 만큼 보상받는다

2018. 1. 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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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력수요감축 논란

[한겨레]

서울지역에 한파경보가 내려진 23일 여의도 한강공원에 얼음이 얼어있다.

연이은 한파로 전기수요가 급증해 ‘전력수요 감축 요청’이 발령된 것을 두고 “정부가 탈원전 때문에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원전 축소를 정당화하려 전력수요 전망치를 낮게 잡고는, 막상 전력수급이 불안해지자 기업들에 수요 감축 요청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1월 도입된 수요자원(DR) 거래 제도는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 ‘시장’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감축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계약한 대로 기업은 절전하고 그 대가로 정산금을 받는 형태다. 박근혜 정부 때도 세차례 발동됐다. 이 때문에 미국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수요자원 거래 시장을 ‘탈원전 흠집 내기’를 위해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감축 요청 남발로 기업에 부담?
7번째…목표수요 초과때 자동 발동
미국 등 주요국도 광범위하게 활용
거부해도 기본정산금 받을 수 있어
유리한 면 있어 참여 기업 급확산 원전 11기 멈춰놓고 전기 줄여라?
전체 24기 중 11기 가동 정지
계획예방정비 등 안전 위한 조처 탈원전 노려 전력수요 낮게 잡았다?
기상청 기온 데이터 등 종합 고려
이상한파도 대비해 적정예비율 산정

■ 탈원전 하려다 ‘수요 감축’ 남발해 산업계에 부담? 25일 정부는 올 겨울 들어 7번째로 전력수요 감축을 기업들에 요청했다. 수요감축 요청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정한 하루 최고 목표전력수요(올해는 8520만㎾)를 초과하면 ‘자동’ 발동하도록 ‘전력시장운영규칙’에 정해져 있다. 전력거래소는 수요관리사업자에, 수요관리사업자는 시장 참여 기업들에 내부 시스템, 문자, 이메일, 전화 등의 방법으로 전력 사용을 줄여달라고 요청한다. 기업들은 1시간 안에 사용전력을 줄인 것인지 판단한 뒤, 절전에 참여하면 그만큼 전력시장가격에 맞춰 정산금을 받는다. 정부 요청을 1년 내내 무시해도 ‘기본정산금’을 받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에 지급된 총 정산금은 1844억원인데, 이 가운데 기본정산금이 1829억원이었다.

해보다는 득이 커 참여 기업들은 2014년 861곳에서 올해 3580여곳으로 크게 늘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로선 조업계획을 변경할 시간적 여유만 주면 되는데, 최근 제도 개선안이 나와 예고도 하루 전에 온다”며 “오히려 재고가 많은 중소기업은 생산활동을 줄이고 현금(정산금)을 받는 것이 낫다는 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원전 11기 세워놓고 ‘전기 줄이라’고 한다? 일부 언론은 국내 원전 24기 가운데 11기가 멈춰 있는 상황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연관짓는다. 원전을 11기나 멈추게 해놓고 전력수급이 빠듯해지자 수요감축 요청으로 기업의 전력 소비를 억지로 줄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전 11기 가동 중단은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원전 안전’를 위한 필수 조처에 따른 것이다. 해당 원전들은 원자력안전법이 정한 ‘계획예방정비’를 받고 있다. 특히 11기 가운데 8기는 지난해 한빛 4호기 격납고 콘크리트 안에서 거대한 공극(구멍)이 발견됨에 따라 확대 점검을 받는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해당 원전들의 핵연료를 뺀 뒤 원전 안 각종 설비와 구조물을 점검하고 있고, 동시에 규모 7.0의 지진을 버틸 수 있도록 내진 보강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하나의 원전에서 콘크리트 부식 등이 발견되면 전체 원전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해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 원안위 역할”이라며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전망 벌써 틀렸다? 최근 전력수요가 지난해 12월 발표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최대 전력수요를 넘어선 것은 ‘탈원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전력수요를 낮게 잡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절반만 맞는 얘기다.

8차 수급기본계획 수요전망 작업에 참여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수요 전망은 기상청의 기온 데이터 등을 종합 고려해 산정한다”며 “평년을 훌쩍 벗어나는 예상 밖 한파로 전력수요량이 전망치를 넘어선 것은 사실이나, 바로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미래 불확실 대응 예비율(9%)’을 포함해 적정설비예비율(22%)을 산정해 설비계획을 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상한파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력 예비력이 위기경보 기준(500만㎾)을 두배 이상 상회하는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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