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맛볼까] 임정식 셰프가 요리로 꿈꾸는 남북 평화

김정환 2018. 1. 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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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임정식 셰프.

【인천=뉴시스】김정환 기자 =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북 '미슐랭'의 '2 스타'를 따낸 셰프가 바로 임정식씨다.

미국 뉴욕의 명문 요리학교 CIA를 나온 그는 앞서 2013년 미국 뉴욕의 한식당 'Jungsik(정식)'으로 미슐랭 1스타를 받은 데 이어 바로 이듬해인 2014년 따기보다 지키기가 어렵다는 미슐랭 스타를 지킨 것은 물론 하나 더 받아 미슐랭 2스타가 돼 오늘에 이른다.

고대하던 미슐랭 가이드 서울판이 나온 지난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정식당'으로 1스타를 받은 데 이어 역시 1년 만인 올해 2 스타로 승급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에 걸쳐 모두 별 네 개를 거머쥔, 한국이 자랑할 만한 세계적인 요리 거장의 손맛을 이제 한국의 관문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18일 개항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바로 위인 4층에 위치한 '평화옥'이 그곳이다.면세구역 밖이라 공항을 찾는 사람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가 서울 중심지가 아닌 인천공항에 평화옥을 오픈한 것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곳에서 '진짜 한식'을 만나게 하고, 한국을 떠나는 곳에서 한식의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인천=뉴시스】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평화옥'의 '매운 곰탕'.

임 셰프는 평화옥에서 쉽고 먹기 간편하면서 한국적인 특색이 잘 나타나는 메뉴를 선보였다.

메인 메뉴는 서민적이면서 한국적인 매운맛이 살아있는 '매운 곰탕'(1만5000원)이다.

기존 곰탕의 그윽함과 육개장의 매콤하고 얼큰한 맛을 절묘하게 융합한 것이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부담 없이 즐길 만하다. 정신없이 먹다 보면 스트레스가 멀리 사라진 자리에 기운이 들어섬을 절로 느끼게 된다.

베트남의 '쌀국수', 태국의 '똠양꿍', 일본의 '라멘' 등 전 세계인이 선호하는 음식이 '국물 요리'임에 착안한 임 셰프는 지난 1년간 20차례 넘게 사전 메뉴 공개 이벤트를 열어 대중의 의견을 수렴해 이 메뉴를 개발했다.

밥 대신 국수를 넣은 '매운 곰탕 국수'(1만5000원)도 있다. 그렇게 맵지 않지만, 빨간 국물이 왠지 두렵다면 속이 꽉찬 '고기만두'(3개 6000원)를 주문해 넣어 먹어도 좋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입맛을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는 한식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인 결실은 또 있다. '평양냉면'(1만3000원)이다. 북한 대표 국물 음식인 이 메뉴로 이 집이 어쩌면 다소 촌스러울 수 있는 이름을 왜 갖게 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인천=뉴시스】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평화옥'의 '평양 냉면'.

그렇다. 음식으로 남과 북이 하나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실제 이 집에서는 남의 '불고기'(1인분 2만5000원, 2인 이상 주문), 북의 '어복쟁반'(소 3만8000원) 등 남북한을 대표할 만한 한식 요리를 다양하게 내놓는다.

메뉴뿐만 아니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독특한 서체의 로고, 비둘기 조명 등 작은 부분도 그런 염원이 깃들었다.

150여 평 규모 실내에는 총 150여 석이 설치됐다.

40여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홀 중앙의 메인 커뮤니티 테이블, 입구의 바 등은 요즘 급증하는 혼여객에게 알맞은 자리다. 게다가 테이블 곳곳에 전원 소켓이 설치된 것은 '디지털 노마드'에게 정말 고마운 배려다.

파라솔 조명과 원형 의자, 하나로 틀 수 있는 8인 프라이빗 룸 두 개, 신발을 벗고 편히 식사할 수 있는 좌식 테이블 등 각기 다른 콘셉트의 식사 공간이 마련돼 고객은 취향과 용도에 따라 골라 앉을 수 있다.

[김정환의 맛볼까]【인천=뉴시스】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평화옥' 내부.

커뮤니티 테이블에는 한국의 반찬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반찬 항아리'가 있다. 인테리어 효과는 물론 김치·장아찌·깍두기 등 밑반찬을 고객이 직접 덜어 먹으며 우리나라 고유의 반찬 문화를 외국인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불필요한 음식 낭비를 줄일 수 있게 한다. 가히 일석삼조인 셈이다.

평화옥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외국인 조리사들이다.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음식을 배우기 위해 방한한 외국인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이들을 통해 한식이 세계 곳곳으로 뻗어 나가는 것은 외국인에게 한식을 맛보게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한식 세계화 방법이어서 의미 있다.

임 셰프는"평화옥을 통해 한식이라는 훌륭한 음식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앞으로 남과 북을 아우르는 국물 요리를 중심으로 한국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공항 이용객에게 한식의 다양한 맛과 멋을 제공해 나갈 것이다"고 답했다.

공항에 있는 레스토랑답게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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