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구·박인환·임현식·윤덕용, 70대 老배우로 사는 법
“요즘 노인 영화가 많이 없잖아요. 우리가 출연한 영화 <비밥바룰라>(감독 이성재)로 노인영화의 붐이 일었으면 좋겠어요. 또 작은 바람이 하나 있다면, 중국에서도 인기를 얻어서 ‘역시 노인 영화는 한류야’란 말을 들었으면 해요. ‘노인 한류 영화’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도와주세요. 으하하.”(임현식)
<비밥바룰라>를 위해 70대 노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배우 신구, 박인환, 임현식, 윤덕용이 나이 잊은 연기 투혼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제대로 된 노인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한바탕 즐겁게 찍었다는 그들이다.
연기 경력 총합 203년이라는 이들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노배우로서 사는 법을 공개했다. 좀 더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기 위해 네 배우의 대화 그대로를 싣겠다.
-배우로서 삶, 만족하나요?
“만족해요. 젊을 때 너무 고생을 심하게 해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죠. 연극 무대로 시작해 TV로 넘어오기까지 정말 힘들었거든요. 대학로 무대 경험이 쌓여서 TV서 발산할 수 있었던 것 같고. 화려하지 않았던 배우 생활이었지만, 이 나이에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난 다른 걸 해본 적이 없어서 후회를 안 해요. ‘만약 다른 걸 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지. 그럼에도 하나 아쉬운 게 있어요. 내가 왕성하게 활동할 당시 제작 환경이 지금처럼 풍성하지 못했다는 거죠.”(신구)
“생각해보면 연기 처음 시작했을 때 정말 떨렸던 것 같아. 심장마비 걸리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지. 크하하. 배우로서 참 재밌게 살았던 것 같아요. 술도 많이 마시고. 또 내가 아무렇게나 연기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대본이 걸레가 되도록 엄청 열심히 연습했거든.”(임현식)
-<비밥바룰라>가 버킷리스트 실현 영화인데, 실제로도 이루고픈 소망이 있나요?
“그럼 있지. 노인 영화가 더 많이 나오려면 출연할 수 있는 여자 노인 배우를 많이 발굴해야겠다는 게 내 버킷리스트죠. 조합을 만들어야 해.”(임현식)
“에이, 영화나 그렇지, TV에선 남자 노인 역이 더 없어. 드라마 보면 김혜옥, 나문희 등 다 여자 노배우들만 나오잖아.”(신구)
“그건 현실을 반영한 거죠. 할머니들은 가정에서 손주도 봐주고, 요리도 하면서 할 일이 많은데 할아버지들은 천덕꾸러기 느낌이거든. 그러니 드라마에서도 할아버지 역이 필요하지 않은 거야.”(박인환)
“또 여자 작가들이 많아지면서 사극이나 대작보다는 로맨틱 코미디, 멜로가 쏟아졌잖아. 거기선 남자 노인 배우가 쓸모가 없지. 그런 탓도 있어.”(신구)
“그런 면에선 우리가 행운아죠. 노인들의 영화에서 변두리 역도 아니고 주인공을 맡았잖아요.”(박인환)
-오랫동안 활동해온 원동력은 뭘까요?
“전 아주 단조로운 생활을 해요. 일주일에 두 번 테니스 치고, 동네도 걷죠. 술도 열심히 마시고요. 단순하게 사니 건강도 괜찮은 것 같아요. 그게 원동력 아닌가.”(박인환)
“건강이 떨어진다 생각하면 술로 채워요. 허허.”(임현식)
“전 술은 못 마시지만, 원동력이 한가지 있죠. 젊을 때 남들이 나보다 좋은 배역을 맡으면 질투를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그 마음을 내려놓으니 건강이 좋아지더라고요.”(윤덕용)
-다들 술을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그럼요. 이 영화 찍을 때도 촬영 끝날 때마다 다들 모여 술을 마셨다고. 우리가 술 마시는 장면이 자연스럽다고들 하는데, 몇 십 년이나 술을 마셨으니 당연히 그렇게 나온 거죠. 난 소주 1병에 맥주 2캔 정도 딱 좋아. 하하.”(박인환)
“전 집에서 ‘혼술’하지 않아요. 좋은 사람들끼리 모여야 마시죠. 소주 1병에 맥주 2병 정도.”(임현식)
“난 소주 1병이면 좋던데. 요즘은 거의 매일 혼자서 마셔요. 이 나이 되면 친구들을 불러도 잘 안 나오거든. 모여서 술 마시기가 어려워.”(신구)
“아니, 왜 그렇게 외롭게 마셔?”(임현식)
“뭐가 외로워! 넌 요즘 친구들 부르면 나오냐? 안 나오지. 요즘은 ‘혼술’이 대세야.”(신구)
-배우로서 나이가 들면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젊은 역이 점점 멀어진다는 게 나쁜 점이지. 특히 주인공만 맡는 친구들은 나이 먹는 게 좀 서럽겠지. 대신 나이가 들면 내공이나 원숙해지는 맛은 있어요.”(신구)
-이번 영화에 대해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비밥바룰라> 같은 영화를 관객이 많이 봐줘야 해요. <범죄도시>는 재밌지만 굉장히 충격적인 장면이 많잖아. 사실 요즘 실버 세대가 영화 볼 시간도 많고 돈도 있는데 볼만한 영화가 없어요. 이런 따뜻한 영화가 나오면 손자들과도 볼 수 있으니,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박인환)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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