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숨은 실세 '연뮤덕'은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

권준협 기자 입력 2018. 1. 25. 05:06 수정 2018. 1. 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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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를 움직이는 '연뮤덕'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연뮤덕은 연극과 뮤지컬 덕후(마니아)의 줄임말.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연뮤갤'(연극 뮤지컬 갤러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트위터, 배우들의 팬 카페를 중심으로 공연계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연뮤덕의 활동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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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품 수차례 관람 기본 공연 끝나면 바로 리뷰 올려 평론 수준, 기자·전문가 뺨쳐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무대 뒷모습. 관객들은 지난 18일과 24일 백스테이지 투어를 하면서 배우들의 의상이 있는 공간(왼쪽 사진)과 연회장 음식 소품이 진열되고 조명이 설치된 장소(오른쪽)를 둘러봤다. 강봉훈 협력 연출가와 배우 양준모 임현수가 관객들을 만났다. ‘타이타닉’도 관객들을 대상으로 100회 공연 기념 백스테이지 투어를 진행한다. CJ E&M 제공

공연계를 움직이는 ‘연뮤덕’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연뮤덕은 연극과 뮤지컬 덕후(마니아)의 줄임말.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연뮤갤’(연극 뮤지컬 갤러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트위터, 배우들의 팬 카페를 중심으로 공연계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단순히 취미활동 커뮤니티를 넘어 공연계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았다.

활동의 역사는 PC통신 시절로 올라갈 만큼 오래됐다. 하지만 최근 가장 큰 특징은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발달로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는 점이다. 이들의 정보와 의견은 ‘입소문’의 원천으로 순식간에 확산된다. 단순히 글에 불과하던 정보도 사진과 영상, ‘움짤’(움직이는 짧은 영상)로 시각화돼 다양하게 유통된다.

이들은 ‘평론가의 평론가’ 수준으로 진화했다. 작품뿐 아니라 기사와 평론을 비평한다. 공연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커뮤니티에 접속하면 리뷰와 평가가 실시간으로 쏟아진다. 또 공연 기자나 평론가만큼이나 연극과 뮤지컬을 자주 본다. 최근 열린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공연(102편·인터파크 기준)을 본 관객에게 ‘올해의 관객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연뮤덕은 좋아하는 배우나 작품 이야기를 나누며 주로 은어를 사용하는데, 친밀감과 연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테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어해+ㅍ’, 배우 조정은은 ‘선녀’, 차지연은 ‘차언니’, 강필석은 ‘요정’으로 부르는 식이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나 작품은 ‘본진’,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나 관객은 ‘관크’, 예약가능 좌석은 ‘포도알’로 통한다.

연뮤덕의 활동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이들의 입김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영향력을 끼쳐서다. 작품 선정과 연출 캐스팅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다. 팬 입장에서 뮤지컬 배우는 가수나 영화배우와 비교해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의 퇴근 시간에 맞춰 기다리면 직접 만나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공연 제작사들도 여론을 살피기 위해 종종 이들의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한다. 연뮤덕용 맞춤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와 ‘타이타닉’은 ‘백스테이지 투어’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무대 위뿐 아니라 뒤편까지 심층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관객을 위한 전략이다. ‘캣츠’도 전문가와 팬들이 작품 이야기를 상세히 나눌 수 있는 무료 ‘뮤지컬&북 콘서트’를 준비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활동에 명암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연뮤덕들은 자연스럽게 ‘회전문 관객’(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관객)으로 발전한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24일 “고정 관객층이 확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관객이 적극적으로 의견 피력을 함으로써 작품이 보완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창화 상명대 연극학과 교수는 “연출 캐스팅 작품 선정이 일부 소비자의 요구에 좌지우지되면서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정 프로덕션과 배우 쪽으로 여론몰이하려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라며 “그러다 보면 엉뚱한 작품이 탄생하거나 안 좋은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 여론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글=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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