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심야시간 서민의 발..우크라까지 날아간 '올빼미버스'

진달래 기자 2018. 1. 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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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핵심 '빅데이터'가 바꾼 도시라이프-③]만족도 최상..키예프서 도입 추진..해외 러브콜 쇄도
/그래픽=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24일 새벽 1시 서울역서 강동공영차고지까지 운행하는 올빼미버스 'N30'를 직접 이용해봤다. 주로 장사를 하거나 늦은 시간에 이동해야 하는 서민들의 발이 되주는 올빼미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감은 대단히 높았다. 배차 간격이 25~30분으로 다소 길었지만, 택시와의 상생을 위해 이해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도착안내시스템 시간이 정확해 스마트폰 앱 검색을 통해 시간을 맞춰 나오면 거의 기다리지 않고 이용해 불편을 줄일 수 있었다.

서울역 앞에서 올빼미버스를 기다리던 강모씨(37)는 "한 달에 10번 정도 올빼미버스를 이용한다"며 "서울역 근처에서 음식점을 하는데 강동구에서 살아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 자영업을 하는 저한테는 늦은 밤 발이 되주는 고마운 버스"라고 말했다.

버스에서 만난 손정훈씨(43)는 "구파발에서 장사를 하고 길동에 있는 집으로 귀가하는 길"이라며 "늦은 밤까지 장사를 하다보니 1주일에 2~3번은 올빼미버스를 이용한다. 늦은 시간에도 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박모씨(38)도 "회사원인데 보통 일이 늦게 끝나 거의 매일 올빼미버스를 이용한다"며 "특히 금요일엔 서는 곳까지 꽉 들어찰 정도로 이용객이 많다"고 말했다. 강모씨(47)는 "동대문에서 천호동 집까지 가려면 택시비는 1만6000원 가량 나오는데 버스는 2150원으로 훨씬 저렴해 부담이 적다"며 "스마트폰을 보고 배차 시간에 맞춰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스 경력 10년의 N30 버스 운전사 정모씨(50)는 "주로 대리기사, 동대문·남대문 시장에서 밤 늦게까지 장사하는 상인, 새벽에 청소하시는 분들이 많이 이용한다"며 "올빼미버스는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라고 소개했다. 그는 "심야버스를 운행하다보면 이 시간까지 운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며 "그럴 땐 보람을 느낀다"고 환하게 웃었다.

서울시 올빼미 버스가 불러온 긍정적 변화다. 올빼미버스는 서울시가 이동통신 통화 기지국 위치와 택시 승하차 정보 등을 기반으로 야간 시내 유동인구 패턴을 분석해 만든 심야버스 제도다. 야간에 일하고 택시 외에는 이동수단이 없는 시민 등을 위해 만든 서울시 대표 빅데이터 정책이다.

서울시 올빼미버스/사진=뉴스1

1월 현재 서울에서는 9개 노선, 70대 버스가 오후 11시30부터 오전 3시25~50분까지 운영 중이다. 2013년 첫 운영 당시보다 버스 수(43대)도 크게 늘었고 일평균 이용자들도 증가세다. 지난해 11월 기준 일평균 승객 수는 1만여명으로 2016년 1월(6400명)보다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키예프시(市)에서도 올빼미버스(심야버스)가 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정책수립 과정에 참여했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정책 도입 타당성 조사를 위한 예산을 지원했다. 현재 키예프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올빼미버스가 달릴 노선을 조정하고 있다.

올빼미버스는 조만간 다른 개도국에서도 보게 될 전망이다. 세계은행이 개도국에 소개하는 '모바일 활용 지능형 교통시스템 정책' 가이드북 안에 선진사례로 포함된다. 가이드북은 올해 하반기 발간된다.

서울시의 우리마을 상권분석 서비스(빅데이터 분석으로 기존 가게와 창업 예정 가게를 위한 상권 정보 제공)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시(市)가 벤치마킹해 지난해 1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시 당국 관계자들이 직접 서울에 방문해 시스템 구축과 운영 관련 컨설팅을 받아서 현지에 적용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이 같은 빅데이터 기반 정책이 개도국에서 호응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효율성이다. 예산의 한계가 있는 개도국들도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면 수요자(시민) 중심 정책을 만들 수 있는 분석 작업을 할 수 있다. 개도국에도 최근 모바일 사용률이 70~80%에 달하는 배경 때문이다.

노은희 SH공사 서울시정책수출사업단 팀장은 "시민들의 수요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기존 설문조사, 현장답사 등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든다"며 "모바일 데이터 등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체계를 개선한다는 점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개도국의 큰 도시들이 대개 심각한 교통 문제를 안고 있어 빅데이터 분석 기반 대중교통 체계 개선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올빼미버스의 경우 지속적인 빅데이터 분석으로 버스노선을 수정하며 최적화된 운영방식을 찾아 나간다는 점도 강점이다.

서울시는 세계은행 외에도 다양한 국제기구와 빅데이터 정책 사례 공유하고 전파하는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키예프시처럼 서울시 사례를 배우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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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기자 aza@mt.co.kr,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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