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삼지연악단 '판문점 → 경의선 육로' 방한 경로 변경 왜

정용수.전수진 2018. 1. 25.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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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육로는 아스팔트 도로
판문점 이용 땐 열악한 군사도로
악기에 무리갈까 우려 가능성

북한이 평창 겨울 올림픽 축하 공연을 위해 방한하는 삼지연 관현악단의 이동로를 당초 제안했던 ‘판문점 통과’에서 ‘경의선 육로’로 변경한 속내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15일 판문점 실무 접촉 때 판문점을 통해 예술단을 보내겠다고 했다가 지난 23일엔 경의선 육로를 통해 보낸다고 바꿨다. 현송월 단장이 공연 장소를 점검하기 위해 내려왔다 북으로 돌아간 뒤 하룻 만에 예술단의 이동 경로를 바꾼다고 연락해 왔다. 경의선 육로는 개성공단을 오가기 위해 2003년 개통된 도로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닫혔지만 지난 21일 현 단장 등이 내려올 때 다시 뚫렸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직 통일부 당국자는 24일 “북한은 회담에 나올 때나 대남 제안을 할 때 지도부의 재가를 받은 뒤 나선다”며 “북한이 제안한 내용을 바꾸기 위해선 지도부의 결심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 지도부가 한국 언론을 의식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국내 여론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라며 “예술단의 판문점 이동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거나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감정이 녹아 있다는 해석이 나오자 입장을 바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 단장의 귀환 뒤 이동로가 바뀌었다는 점에서 현 단장의 ‘보고’가 결정적이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 단장 일행이 이번에 직접 경험했던 경의선 육로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로 사정상 우리가 깔아준 경의선 육로가 더 안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판문점을 이용할 경우 북한 공연단은 휴전선을 넘기 전후 10여㎞ 이상을 열악한 군사도로를 달려야 한다. 악기나 장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반면 개성에서 판문점으로 향하다 우회전을 하면 산업용 아스팔트 도로인 경의선 육로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판문점은 도로만 있어 차량으로만 이동이 가능하지만,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면 북측 출입사무소(CIQ) 옆의 판문역까지 평양에서 열차로 이동할 수 있다. 이날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남북 공동훈련 사전 점검을 위해 방북한 정부의 선발대는 방북 이틀째를 맞아 마식령 스키장과 갈마비행장 시설을 점검했다.

◆북한 건군절 열병식 논란 확산=청와대는 북한이 건군절 날짜를 평창 올림픽 개막식 전날인 2월 8일로 바꿔 열병식에 나선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올림픽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4월 25일로 해 왔던 인민군 창설일을 2015년부터 사실상 2월 8일과 함께 기념해 오고 있다”며 “인민군 창건일이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과 겹치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열병식 행사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삼지연 관현악단이 2월 8일 공연하는 데 대해서도 “당초 북한이 9일을 택했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권고로 8일로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2월 8일 열병식을 할 경우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강온 양면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은 커질 전망이다.

정용수·전수진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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