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2% 넘을 것..미국發 금리인상 도미노 위험"
强달러 기조로 돌아서면 신흥시장 부채뇌관 '비상'
'글로벌증시 연일 사상최고'..10년전 금융위기직전 연상
막대한 투자금 미국 유입과 유럽 경기회복은 기대요인
◆ 다보스포럼 MK인사이트 / 세계경제 낙관론에 경고장 날린 빅샷들 ◆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인플레이션 과속 가능성을 글로벌 경제를 혼란에 빠트릴 단초로 꼽았다. 지난 5년간 미국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2%를 훌쩍 넘어서면서 시중 금리 상승을 촉발할 것이라는 게 로고프 교수 진단이다. 만약 금리 급반등이 현실이 되면 일본과 이탈리아처럼 성장세가 약하고 정부부채가 많은 나라들은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봤다. 로고프 교수는 "만약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지 않더라도 그래서 정상적인 수준의 절반 수준까지만 되더라도 주식시장 붕괴를 목도하게 될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를 내렸다. 그러면서 로고프 교수는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다른 금융위기가 닥칠 경우 '플랜 B'가 없다는 점"이라며 "(이전 금융위기 상황에서) 이미 많은 (경기 진작)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양적완화 등의 조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세계적인 사모펀드 칼라일을 공동 창업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은 부채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 부채가 많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흥시장에 4조~6조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기업 부채가 쌓여 있다"며 "현재 약달러 추세가 강달러 기조로 바뀌면 이들 신흥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가계부채는 한국, 캐나다, 홍콩, 프랑스, 스위스, 터키에서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이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감세 정책은 1~3년 내에는 혜택을 보지만 7~9년 후에는 그에 따르는 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대대적인 감세조치로 재정적자가 천문학적 수준인 1조5000억달러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미 정부는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처럼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동시에 수직 상승하는 쌍둥이 적자가 재연돼 미 경제 압박을 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제스 스테일리 바클레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의 낙관적인 분위기가 가장 최근의 경제위기인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장밋빛 전망을 생각나게 한다고 경고했다. 또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 수준이고 변동성이 사상 최저 수준이라는 점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테일리 CEO는 "자산 가격이나 세계 경제성장률이 4%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으로 매우 좋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디플레이션 시대의 잔재물인 통화정책하에 놓여 있는데 금리가 실제로 (위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자본시장의 대응 여력이 크지 않다"고 경고했다. 금리 상승으로 자본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보호무역조치가 세계 경제를 정상 궤도에서 탈선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관세 부과 결정은 글로벌 환경에 나쁜 것이고 미국 경제에도 나쁜 것이며 미국 일자리 창출에도 나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필리프 힐데브란트 부회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한 무역정책이 글로벌 경제 회복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물론 세계 경제 낙관론도 여전하다. 트럼프 정부 감세정책이 미국 경제 성장세와 투자 확대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세계적인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공동창업자는 "미국을 주시하고 있는 전 세계 기업들이 선진국 시장에 투자한다면 투자해야 할 곳은 바로 미국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미국으로 대규모 투자금 유입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두고 있는 현금을 본국으로 다시 들여오도록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를 35%에서 21%로 확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마련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 경제가 올해 기존 전망치보다 0.4%포인트 오른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안도감을 경고했던 루벤스타인 회장도 "경제 관점에서 2017년의 가장 큰 스토리는 바로 유럽 경기 회복"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유럽은 수년 전부터 사망 상태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잘나가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다보스 취재팀 = 김정욱 국차장 겸 지식부장 / 박봉권 과기부장 / 박용범 차장 / 김세웅 기자 / 박세준 M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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