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_XtvN개국 이명한_김석현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산 중 좁은 길도 많이 다녀야 큰 길이 되고 잠시라도 다니지 않으면 금방 풀이 우거져 버린다.”(山徑之蹊間 介然用之而成路 爲間不用 則茅塞之矣)

맹자의 진심(盡心) 하편의 나온 이 말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인용할 정도로 유명한 구절이다. 2006년 개국한 tvN은 오랫동안 꾸준한 투자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이제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사이에서 큰 길이 되어 명실상부 케이블을 대표하는 채널이 됐다. CJ E&M의 전폭적인 지원 속 tvN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지만 그림자도 분명이 존재한다.

커다란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지만 이 때문에 작은 나무와 풀들은 햇빛 부족에 시달려야 하듯이 해를 거듭할수록 tvN과 CJ E&M의 타 채널간의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초기 장르가 겹치는 채널을 과감히 매각하며 가지치기를 하거나 채널을 개편하며 변화에 나섰던 CJ E&M은 최근 기존 채널을 tvN의 하위 브랜드 개념으로 개국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오히려 tvN에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2015년 스토리온을 OtvN으로 재탄생시킨 CJ E&M은 오는 26일에도 기존 XTM을 폐지하고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층으로 삼은 오락 전문 방송 채널 XtvN을 새롭게 선보인다. 개국과 함께 슈퍼주니어 버라이어티 예능 ‘슈퍼TV’, 래퍼들의 병맛 여행 버라이어티 ‘오늘도 스웩’, 보아의 데뷔 첫 리얼리티 ‘‘키워드#보아’를 금·토·일 심야시간대 편성했다. 또 2월에는 외국인 예능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도 선보일 예정이다.

XtvN은 tvN이라는 브랜드와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됐지만 내실은 그리 탄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사전기자간담회에서 이명한 본부장은 tvN, OtvN, XtvN의 차이를 2049, 2554, 1539 등 타깃 시청층으로 분류했지만 이 구분 자체가 모호하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4개 프로그램 모두 tvN에서 방송한다해도 큰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 XtvN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주 타켓으로 잡은 밀리니엄 세대는 사실상 콘텐츠 소비 유형과 패턴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겪고 있어 그들의 콘텐츠 소비가 XtvN으로 이어질 지도 의문이다. 차라리 채널 정체성 면에서는 이전 XTM이 오랜 기간 자기 색이 뚜렷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다른 채널과 차별화를 분명히 두었다.

비단 채널의 정체성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수 역시 너무 빈약하다. 사실상 신규 프로그램이 단 4개에 불과하기에 일주일 편성을 채우기 위해서는 결국 tvN 프로그램의 공동 편성 혹은 재방송이 그 자리를 메울 수 밖에 없다. 현재 자체 오리지널 프로그램은 ‘어쩌다 어른’과 ‘프리한 19’에 불과한 OtvN의 현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tvN조차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에 비해 재방송 비율이 높은 가운데 OtvN과 XtvN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무리 일 수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인력과 자원이 충원되지 않는 개국으로 기존과 다른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XtvN 역시 OtvN과 마찬가지로 tvN의 영향력과 그늘 아래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물론 XtvN이 tvN을 ‘거인의 어깨’ 삼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XtvN은 SM C&C와 업무 제휴 협약(MOU)을 맺고 공동 개발에 나서며 콘텐츠 파급력을 높이고 새로운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 OtvN, 올리브 등과 달리 새로 론칭하는 프로그램은 tvN과 공동편성하지 않아 XtvN과 프로그램에 충성도 있는 시청층을 확보할 계획이다. 반면에 금·토·일 가장 인기 있는 tvN 콘텐츠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부담도 동시에 지고 있다. 또 이런 경쟁에서 아직 채널 경쟁력이 낮은 XtvN은 케이블TV, IPTV, 위성TV 채널 번호가 후반부에 위치해 채널 재핑(zapping)에서도 불리하다.

tvN은 사람들이 많이 다녀 큰 길이 됐지만 그 옆에 새로 길을 낸 OtvN은 사람이 점점 찾지 않아 풀이 길을 덮어 가고 있다. 아직 XtvN의 길은 그려지지 않은 가운데 CJ E&M이 OtvN을 반면교사 삼아 tvN과는 분명 결이 다른 채널을 선보여주길 기대해본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이명한 tvN 본부장(왼쪽) 김석현 tvN 기획제작총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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