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인하의 역설] ②'알맹이 빠진' 서민금융 지원

서대웅 기자 2018. 1. 24.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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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 24%시대가 열린다.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는 다음달 8일부터 연 24% 이하 금리로 대출상품을 판매한다. 정부는 대출금리를 낮춰 서민의 이자부담을 줄이고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 취약 대출자를 구제할 방침이다. 정부의 통 큰 금리인하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서민금융 지원책이 효과를 내려면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고 불법사금융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머니S>는 최고금리 24%시대를 맞아 서민금융시장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편집자주>

‘서민=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사람’. 그동안 제2금융권에서 통용되는 말이었다. 다음달 8일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24.0%로 인하되면 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받지 못하는 또 다른 ‘서민’이 늘어날 전망이다. 24.0% 초과~27.9% 이하의 금리를 적용받았던 기존 대출자는 제도금융권의 대출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워진다. 이들은 결국 불법 사채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우선적으로 ▲불법사금융 단속 강화 ▲정책서민금융 확충 ▲서민복지 확대 등 보완책과 취약 연체대출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서민금융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계 극복할 ‘보편 복지’ 절실

금융전문가들은 다음달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 완화를 위한 정부의 서민금융지원책에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시장기능이 위축될 수 있고 보완책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정부가 최근 발표한 ‘특례대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기존 24% 초과 금리로 빚진 대출자를 대상으로 그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해 대환해주는 1조원 규모의 특례대출을 2020년까지 3년간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금융시장에서 대출받은 서민만을 대상으로 한 대책이어서 앞으로 제도금융 진입 가능성이 떨어지는 저신용자에 대한 보완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저신용 신규 진입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데 그 보완책이 약하다”며 “공공기관이 보증하는 차원으로 정책상품을 확대한다 해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필요한 건 금융복지”라며 “대출에 대한 용도를 묻고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정부가 직접 돈을 빌려줘야 한다. 단 금융은 공정성보다 효율성을 우선시하므로 금융복지는 선별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복지는 한계가 있으므로 재정을 늘려 보편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고금리 인하로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이 사용 가능한 기금을 만들어 자금이 공급되도록 해야 하지만 금융정책으로 모두를 구제할 수는 없다”며 “재정상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따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세금문제와 결부되지만 성 교수는 “고금리에 노출되는 서민층은 실제 재정형태로 지원해야 하는 저소득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민의 대출이자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로 최고금리를 낮출 필요는 있지만 집권 내 20%까지 인하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방침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성태윤 교수는 “최고금리를 20%까지 인하하는 데에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다음달 최고금리 인하 후 시장 상황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고금리를 낮출 땐 시장이 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금리 인하의 충격을 서서히 흡수할 수 있도록 조금씩 단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금융 활성화 ‘유인책’ 나와야

최고금리 인하의 가장 큰 취지는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용평가모델이 고도화되지 않고 ‘금리 단층’이 해소되지 않는 한 최고금리가 낮아져도 서민 대부분은 최고금리에 육박한 이자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론 서민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고 중금리대출을 확대하도록 하는 유인책이 필수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모는 부작용이 작용하는 동시에 서민금융이 활성화되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며 “정책성금융 또는 복지성금융으로 부작용을 보완하는 게 정부의 1차적 의무지만 시장플레이어들이 최고금리 인하 조건에 맞춰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금리대출을 판매하는 서민금융회사에 대한 당근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고금리가 높기만 하면 시장은 중금리대출 취급 필요성을 못느끼지만 최고금리 인하가 신용평가모델 개발의 촉매제가 되는 등 중금리대출 확대 유인이 가능하고 최고금리 언저리에 있는 서민의 확보가 용이해진다는 설명이다. 류 연구위원은 “금리단층 해소가 최고금리 인하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장기적으론 보다 많은 서민에게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할 수 있게 하는 방책”이라고 말했다.

불법사금융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최근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범부처 보완책을 통해 오는 2~4월을 불법사금융 일제 단속 및 집중 신고기간으로 정하는 등 범부처 불법사금융 TF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대출영업을 하다 적발돼도 사기죄로 처벌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불법사금융 피해액수가 연간 25조원 이상이다.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법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이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기방지 특별법과 같은 관련법을 제정해 불법사금융 근절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제2금융권의 신용등급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용회복을 도와서 1금융으로 점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저축은행 역할이다. 그런데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신용등급 낙폭이 크고 회복속도도 느리다”며 “2금융권 이용자 중 성실상환자는 보다 빠르게 1금융 이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출자의 성실 상환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4호(2018년 1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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