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상고심' 의혹·반발 모르쇠..'대법원 지키기' 급급

2018. 1. 2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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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대법관 13명이 23일 회의를 거쳐 낸 입장문은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부적절한 유착 의혹으로 국민이 받았을 충격과는 한참 동떨어진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민국 최고 법관들이 추가조사 결과에 대한 대국민 사과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심리 과정에 대한 별다른 설명도 없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대법원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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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13명 '사실 아니다' 입장문
대법원-청와대와 유착 문건 정황상
'전원합의체 회부→13:0 파기환송'
'우병우 요구대로 실행' 의심 짙어

당시 법원 안에서도 만장일치 논란
판결 참여한 대법관 13명중 7명뿐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 의혹 해소안돼
"사법행정 개혁 약속·성찰이 먼저"

[한겨레]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휴일근로 중복기산금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대법관 13명이 23일 회의를 거쳐 낸 입장문은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부적절한 유착 의혹으로 국민이 받았을 충격과는 한참 동떨어진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민국 최고 법관들이 추가조사 결과에 대한 대국민 사과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심리 과정에 대한 별다른 설명도 없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대법원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판사 뒷조사 문건 의혹’ 등을 조사한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지난 22일 공개한 문건에는 사법부 고위층과 청와대가 재판을 매개로 ‘부적절한 소통’을 시도한 사실이 분명하게 담겨 있다. 원 전 원장의 선거개입을 유죄로 본 2심 판결 뒤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이 ‘큰 불만을 표시하며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했고, 법원행정처는 ‘상고심을 앞둔 기간 동안 상고법원 관련 중요한 고비를 넘길 수 있는 방안 검토’라고 향후 대책을 문건에 적었다. 둘 사이의 거래가 있었다는 의심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대법원은 원 전 국정원장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2015년 7월 대법관 13 대 0 의견으로 원심을 파기했다. 조사위 결과 공개 뒤 법원 안팎에서 ‘문건 내용이 실제로 실행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현직 판사는 “당시 대법관 만장일치로 2심이 파기돼 법원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문건대로라면 상고법원을 적극 추진했던 행정처의 입김이 원 전 원장 재판에 반영돼 이례적인 만장일치 판결이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법관 13명이 이날 내놓은 입장은 법원 안팎의 충격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입장문은 ‘외부기관이 대법원의 특정 사건에 대한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법원이 영향을 받았다는 취지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로 시작한다. 최고 법관들이 전날 추가조사위가 내놓은 충격적인 조사 결과에 반응하고 설명한 게 아니라, ‘언론 보도’에 한정한 대응을 내놓은 셈이다. 또 다른 현직 판사는 “대법관들이 법원행정처의 잘못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무관심한 것을 알 수 있다. 사법행정 개선 등 후속 개혁을 약속한 뒤에야 이런 입장이 나오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대법관들이 “사실이 아니”라며 제시한 ‘근거’도 전혀 없다. 대법관들은 “관여 대법관들은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은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날 회의에 참여한 13명 가운데 7명(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조희대·권순일·박상옥)만 당시 전원합의체에 참석했고, 나머지 6명(이기택·김재형·조재연·박정화·안철상·민유숙)은 당시 대법관이 아니어서 상황을 알 수도 없었는데도 입장을 내는 데 동참했다. 한 판사는 “대법관들이 세부 내용을 따져보지도 않고 선제적 방어에 나선 것 같은데, 자신들의 영역만은 살리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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