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짜리 조형물 없애고 3억짜리 새로 설치한 인천시

임명수 2018. 1. 24.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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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치적 쌓기용 예산 낭비 논란
23일 인천대공원에 '애인' 조형물
송도에도 300억 투입 조성 추진
2008년 세운 상징물은 연내 철거
전문가 "예산낭비 심의기구 필요"
인천시는 23일 인천대공원에 애인 정책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했다. [사진 인천시]
10조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 인천시가 또다시 수 억원짜리 조형물을 설치했다. 더구나 송도에 300억원이 투입되는 상징조형물을 추가로 짓는다. 이런 가운데 전임 시장이 설치한 조형물은 10년도 안 돼 철거될 예정이다. 시장의 치적 쌓기 용이라는 비판과 함께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는 23일 인천대공원 내 호수공원 인근에 애인(愛仁·인천 사랑)광장을 조성하고 상징 조형물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조형물은 애인을 상징하는 반지 모양이다. 파란색의 ‘all ways INCHEON’ 글자 조형물과 포토존·트릭아트 존(120㎡ 규모)도 만들어졌다. ‘all ways INCHEON’은 인천시의 캐치프레이즈다. 애인은 유정복 인천시장의 핵심 구호 중 하나다. 애인광장 상징조형물에 투입된 예산은 모두 3억5000만원이다. 지난해 초 유 시장이 애인광장의 필요성을 언급해 2017년도 1회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됐다. 지난해 말 기준 인천시의 총 부채는 10조1075억원이다. 3조7530억원을 갚았지만 여전히 10조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

인천시는 또 송도에 대형 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사업비만 300억원이다. 현재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6000만원)이 진행 중이다. 내년 초 기본계획과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해 2020년까지 준공할 예정이다. ‘한국관광 100선’에 송도센트럴파크가 선정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송도국제도시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수억 원에서 수백 억원에 달하는 조형물이 설치되는 것에 시민 반응은 시큰둥하다. 조형물이 설치된 장소가 생뚱맞은 데다 시를 대표한다기보다는 특정 정치인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조성됐다 연내 철거 예정인 송도의 상징물. [임명수 기자]
더구나 2008년 설치된 송도국제도시 상징물이 설치 10년도 안 돼 철거될 상황에 놓여 있다. 시는 당시 유일한 송도국제도시 연결 교량(송도국제교) 준공을 기념해 16억원짜리 상징물을 세웠다. 3개의 기둥으로 된 LED 전광판이다. 각 기둥에는 홍보문구와 이미지 등이 나와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설치 2년 뒤인 2010년 하반기에 일부 작동이 멈췄고, 2012년 초부터는 운영이 아예 중단됐다. 이후 5년 넘게 방치됐다. 시는 지난해 8월 안전진단을 벌인 결과 E등급(위험·철거대상)이 나오자, 2800만원을 들여 올해 말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송도에 사는 이용규(42)씨는 “출퇴근하면서 늘 궁금해했던 것이 저 3개의 기둥이었는데 한 때 송도를 상징했던 시설물이라는 말에 기가 찼다”며 “랜드마크는 인천대교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은데 뭘 또 만들겠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의 부채감축 얘기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부터 흥청망청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치단체장들이 임기 말이나 선거를 앞두고 치적 쌓기용 시설물을 만드는 것은 늘 있어 왔던 일”이라며 “단체장 주도가 아닌 시민사회단체가 포함된 심의위원회를 공개적으로 열어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애인광장은 인천의 상징성을 보여주며 인천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고자 조성했다”며 “송도 상징물의 경우 투자심사 등의 행정절차를 밟을 계획이며 사업비는 시청이 아닌 경제자유구역청의 특별회계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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