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 제안은 毒이 든 만두.. 한국, 알면서도 먹는 상황"

도쿄/김수혜 특파원 입력 2018. 1. 24. 03:09 수정 2018. 1. 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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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략 전문가' 미치시타 일본정책연구대학원大 교수]
"韓, 대화 나서야 국제사회 발언권.. 안죽을 만큼 먹을 수밖에
북핵, 美 겨냥? 한국 노리는 무기.. 한미 연합훈련 중지 등 요구한 뒤 안들어주면 北 군사도발 할 것"
/김수혜 특파원

미·일이 팔짱 끼고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이 "북핵을 대화로 풀겠다"며 평창에 북한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대화에 적극적인 건 한국뿐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 때문에 한·일 관계가 얼어붙었고, 한·미 관계도 삐걱거린다.

군사전략 전문가인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徳成·52) 일본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교수는 지난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0)"라면서 "평창 이후에도 북한은 한국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안 들어주면 한정적인 군사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남북 대화에 대해 "독이 든 만두"라고 표현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방위성 방위연구소 주임연구원을 거쳐, 고이즈미 정권 때 2년간 총리를 보좌하는 내각관방에서 안보 실무를 맡았다.

ㅡ북한이 남북 대화에 나서면서 "핵은 오로지 미국의 적대행위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물리적·외교적으로는 미국을 겨냥할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북핵은 한국을 겨냥한 무기, 한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해지기 위한 무기다. 북한을 둘러싼 주변국중 북한을 흡수하고 한반도를 통일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건 한국뿐이다.

ㅡ궁금한건 평창 이후다. 북한이 달라질까.

"안 달라진다. 앞으로 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김정은도 아버지 김정일과 같은 벼랑끝 전술을 펴고 있다. 평창 이후 북한은 남북 대화를 하면서 원조를 얻으려 할 것이다. '한·미간 군사훈련을 중지하고 제재를 풀라'고 요구해올 것이다. 억지로 많은 걸 요구하고, 한국이 들어주지 못하면 그걸 빌미로 한·미·일을 이간질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ㅡ미국과 붙었다가 힘들어지면 한국에 '대화하자'고 하는 패턴인데.

"한국 입장에선 북한의 대화 제의가 '독이 든 만두'다. 한국이 남북대화를 추진해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세진다. 그래서 독이 든줄 알면서도 안 죽을 만큼 먹는다. 구조적인 문제다."

ㅡ북한은 한국이 800만 달러 주겠다고 발표한 다음날 미사일을 쐈는데.

"일단 북한 국내적으로 미사일개발·실험을 예정대로 해야 했을 것이다. 안 그러면 북한 내에서 '왜 국제사회와 한국의 눈치를 보느냐'는 의문이 일 수 있다. 또 하나, 북한은 늘 한국이 긍정적으로 나올 때 오히려 한국을 때린다. 얼마나 대화를 원하는지 테스트 하려는 의도다. 또 남·남 갈등을 일으켜 한국 정부가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한 다음 궁지에 몰린 한국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는 의도도 있다."

ㅡ그 전략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문재인 정부가 필요 이상 감정적인 친북 정책을 펼치는건 삼가하는게 좋다. 역사 문제로 일본을 계속 자극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미·일 공조를 유지하면서 전략적·계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다만 그건 진보 정권의 존재의의에 관계된 문제니까 어렵다."

ㅡ평창 이후 미국이 군사적 옵션 쓸 가능성 있나.

"미국은 군사 옵션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이 무력으로 북핵을 거세하기 위해선 지상군 침공이 필요하다는 미 합참 보고가 나왔다. 미사일을 파괴하는 것도, 김정은 참수작전도 매우 어렵다. 군사공격을 완벽하게 하자니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고, 그렇다고 소규모로 하자니 북한이 보복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한정적으로 타격할 경우, 북한은 미·일이 아니라 한국에 보복할 것이다. 그러면 한국 내에 '미국이 자국을 위협하는 ICBM을 없애기 위해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그러면 한·미 관계는 결정적으로 틀어진다. 한가지 변수는 미국 국내정치다. 러시아 게이트가 심해지면, 트럼프가 비판을 돌리기 위해 대북 군사 옵션이라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ㅡ미·북 대화가 시작되면 어떻게 전개될까.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췄지만, 대량 전력화와 실전 배치는 못했다. 북한이 이미 개발한 ICBM을 없애는건 미국도 못한다. 미국이 막을 수 있는건 '실전 배치'다. 미국이 북한에 'ICBM을 실전 배치 하지 말고, 더 이상 핵실험·수폭 실험을 하지 말라'고 압박한 뒤 관계 개선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 나아가는건 미국도 어렵다.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는다고? 그럼 유엔사와 북방한계선(NLL)이 무효화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미국과 대화를 한다 해도 한국이 있는 한 북한은 중국처럼 개혁·개방에 나설 수 없다. 그러면 국민들에게 번영하는 한국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한 얘기지만, 한국이 없었다면 북한이 진작 개혁·개방을 했을지 모른다. 한국이 북한 공격 능력을 완전히 포기하면 모를까, 한국이 있는 한 북한의 개혁·개방에는 한계가 있다."

ㅡ한국은 남북 대화, 미·일은 대북 압박으로 분열됐는데.

"북핵을 없애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보인다고 '북핵을 없애겠다'는 목표 자체를 포기해선 안된다. 지금 상황은 본격 협상에 앞선 흥정 단계다. 한·미·일이 지금 최대한 압력을 가해야,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유리해진다."

ㅡ위안부 합의가 한·일 관계에 어느 정도 영향 미치나.

"지금 일본의 국민감정은 1990년대와는 다르다. 그때는 국민들 사이에 '1965년 국교정상화 때 정부 차원에서 해결했을지 모르지만, 국민 차원에서 진심으로 사죄한 적은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 국민들 사이에 미안한 감정은 줄어들고 '너무 하지 않느냐' '어쩌라는 말이냐'는 감정이 그 자리를 채웠다. 한국이 요구해 사과했는데, 정권이 바뀌면 다시 '지난 번 합의는 반민주적 세력이 했으니 다시 하자'고 한다. 우리 할아버지가 친구 할아버지에게 나쁜 짓을 했다기에 미안하다고 사과했는데, 계속 다시 사과하라고 하니 답답해지는 심리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에 또 한일간 합의를 부분적으로라도 포기하거나 변경하면 끝이 없다'고 판단해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이고, 국민 감정은 정부보다 더 강하다."

ㅡ그렇다고 일본이 쓸 수 있는 카드도 마땅찮아 보이는데.

"통화 스와프 안하겠다는 카드는 이미 쓰고 있지만 사실 (그외엔) 마땅히 없다. 일본이 '유사시 주일미군기지 못 쓰게 하겠다'는 식으로 한국의 방위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옵션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무책임할 뿐 아니라, 한반도가 불안정해지면 일본에도 마이너스다. 미국도 끼어 있다. 레슬링으로 치면 한·일은 피차 서로를 제압할 결정적인 기술이 없다. 바로 여기서 패러독스가 생긴다. 한·일은 협력 이외의 선택지가 없다. 원하건 원치 않건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 공동체니까 어히려 안심하고 싸운다. 한국이 중국에 대해서는 거의 주권을 포기하다시피 하며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일본에는 할 말 다 한다. 일본이 정말로 한국에 위협적인 존재라도 한국이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ㅡ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가서 혼밥 먹으니까 일본 언론이 너무 좋아하던데. 일본이야말로 중국에 못푼 걸 한국에 풀 때가 많지 않은가.

"그런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가 안심해서 싸운다. 하지만 중국은 무섭다. 일본을 때릴 능력도 의지도 있는 나라, 물리적으로 붙을 수 있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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