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던진 5개의 창.. 한국, 반도체마저 찔리면 '치명상'

안준호 기자 2018. 1.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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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發 무역전쟁]
세탁기 다음은 반도체.. 美, 삼성·하이닉스 특허침해 3건 조사
트럼프, 美무역위 권고 무시하고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강행
FTA 개정협상도 일방통행할 듯

1980년대 중반 미국은 대(對)일본 무역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무역 보복의 칼을 꺼냈다. 일본은 1985년 미국 수출 자동차량을 스스로 제한하는 자율 규제 조치를 취하는 등 미국의 통상 압박에 굴복했다. 미국은 그해 9월 플라자 합의로 일본 엔화의 평가 절상까지 이끌어냈다. 이후 일본은 엔고로 반도체 산업이 무너지는 등 타격을 입어 2010년 이후까지 후유증에 시달렸다.

최근 한국을 향한 미국의 통상 압박도 집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줄기차게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 해소를 강조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탁기·태양광에 대한 세이프가드로 끝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무역 압박이 철강·화학을 넘어 한국 수출과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반도체에까지 확대될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화학·자동차·반도체도 위기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대해서 계속 압박해왔다. 유정용 강관, 송유관, 열연 강판, 냉연 강판 등 주요 철강 제품은 대부분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1일엔 철강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를 받은 후 90일 이내에 상무부 조사 결과에 따라 수입 규제 등의 조치를 결정하게 된다. 미국은 17일엔 한국 등 6개국에서 수입한 대형 구경 강관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은 특히 무역 적자의 주요 품목으로 자동차를 지목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에 미국산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엔 한국산 페트 수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가장 우려가 되는 부문은 반도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자국 기업들의 특허 침해 주장을 받아들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3건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비트 마이크로는 지난달 21일 ITC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19일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ITC가 특허 침해를 인정하면 해당 제품은 수입이 금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업체의 피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세탁기와 태양광 분야에 세이프가드를 발령한 것처럼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도 가시밭길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도 한국에는 충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말하더니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세탁기는 세이프가드 조치에서 제외하라"는 ITC의 권고를 무시하고 세이프가드를 밀어붙였다.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FTA 체결국을 제외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현지에 세탁기 공장을 앞당겨 건설하며 미국 정부의 환심을 사려고 했지만 보복 조치는 피하지 못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도 힘들어졌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상원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직권 조사 등의 조치들을 통상 협상에서 레버리지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수입 규제 조치로 철강·반도체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을 다 묶어 놓으면 우리는 백기 투항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 발동 결정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크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 제현정 박사는 "WTO에 제소하면 결론이 날 때까지 최소 3년 정도는 걸린다"며 "미국은 그 기간 고율의 관세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실익은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거나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다변화를 도모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내 한국산 제품을 필요로 하는 업체의 피해도 커지는 만큼 이들과 공조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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