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8억4000만원, 이거 실화냐?

장상진 기자 2018. 1. 24. 03: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 부담금이 8억40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정부 발표가 나오면서, 22~23일 국토교통부 담당 부서에는 이런 전화가 쏟아졌다.

다만 당초 부동산업계에서 '부담금 8억4000만원'의 주인공으로 예상했던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부담금 액수가 그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보수적으로 잡아도 가능"
재건축 후 일반 분양 비중 커지면 부담금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구조 "집값 계속 오르면 10억도 가능"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실제는 8억4000만원보다 적어

"도대체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이 8억4000만원 나오는 단지가 어디입니까?" "계산 제대로 한 거 맞습니까?"

정부가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초과이익 부담금 규모를 1인당 최대 8억 4000만원으로 추정해 공개하면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초과이익 부담금 적용 대상이 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의 모습. /김연정 객원기자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 부담금이 8억40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정부 발표가 나오면서, 22~23일 국토교통부 담당 부서에는 이런 전화가 쏟아졌다. 액수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전화를 건 사람 중에는 타 부처 고위 공무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시장 참여자를 겁주기 위해 수치를 과장했거나, 대상이 아닌 단지를 포함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국토부는 "예상액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았으며, 초과이익 환수제 대상이 아닌 단지는 절대 포함하지 않았다"고 본지에 재확인했다. 그렇다면 세간의 예상이 어긋난 이유는 뭘까.

일반분양 늘면 부담금 폭발적 증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이 유발한 '집값 상승분'에서 '주택가격 상승률에 따른 정상적인 집값 상승분+세금+개발 비용'을 뺀 금액의 최대 50%를 정부가 가져가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제도 그대로 부활했다.

문제는 제도 곳곳에 재건축 조합원의 부담을 크게 늘리는 '함정' 같은 내용이 있다는 점이다. 우선 모든 집값 계산이 '단지 전체 총액'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조합원이 보유한 집 한 채의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더라도, 재건축으로 단지 규모가 배(倍)로 늘어나면 부담금 계산의 핵심인 '집값 상승분'도 배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상승분을 계산할 때 이전 집값은 '공시 가격'으로, 재건축 이후 일반 분양분(分) 집값은 '실제 분양 가격'으로 계산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공시 가격은 시세의 70% 수준이다. 상승분은 '사후 가격사전 가격'인데, '사후 가격은 후하게, 사전 가격은 박하게' 매기는 것이다. 조합원 입장에서 일반분양분이 '폭탄'이 되는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일반분양 비중이 커지면 부담금이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조합원 입장에선 주변 집값이 많이 올랐다면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세 번째 함정이 있다. 주변 집값의 기준이 '한국감정원 시·군·구별 주택지수'라는 점이다. 주택지수는 빌라나 단독주택 등을 포함해 아파트지수보다 오름폭이 작고, 주변 지역도 넓은 행정 단위인 '구(區)'로 설정하면 집값이 안 오른 동네가 섞이면서 상승 폭이 작아진다. 게다가 한국감정원 지수는 민간 연구기관 지수보다 보수적이다. 예컨대 강남구 A아파트 35㎡형은 2007년 말 6억15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작년 말에는 11억7000만원으로 10년 새 90% 올랐다. 하지만 이 기간 강남구의 한국감정원 평균 집값 지수는 91.7에서 101.4로 1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집값 계속 오르면 부담금 10억도 가능"

이런 조건을 감안하면 부담금은 '8억4000만원 이상'도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중에는 거의 기존 가구 수만큼을 일반분양하는 단지도 있다"며 "제도상 집값이 지금처럼 오른다면 부담금 10억원도 쉽게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초 부동산업계에서 '부담금 8억4000만원'의 주인공으로 예상했던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부담금 액수가 그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재건축 후 2091가구가 들어서는데 일반 분양분은 28.7%에 해당하는 600가구 수준으로 계획 중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현행 환수제는 1주택자들에게 '당장 현금 없으면 집 팔고 딴 데 가서 살라'고 하는 제도로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특히 아파트 재건축인데 상대적 상승률을 전체 주택과 비교하는 점, 비교 대상 지역이 너무 광범위한 점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