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버튼 누른 트럼프.. 일각 "美 일자리도 날아갈 것"
[동아일보]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0일 취임 뒤 직접 서명한 첫 보호무역 정책이다. 미 통상당국은 지난해에도 반덤핑 관세 부과 등 크고 작은 정책을 발표했지만 대통령이 서명하진 않았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함으로써 보호무역에 강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집권 첫해 백악관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긴 했지만 내분으로 언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국수주의의 산파 격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보호무역 강공을 주장했지만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이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백악관의 한 관료는 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제는 백악관 내부에서 무역 관련 의견이 하나로 수렴되고 있다”고 말해 보호무역이 좀 더 힘을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진행 중인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도 당초 예정보다 빨리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데릭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 중국경제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의 지재권 침해 여부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발표가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며칠 전에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집권 2년 차인 올해 11월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대선 공약을 실천해 지지 기반을 튼튼히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 스캔들’과 인종차별주의적 막말 등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확실히 굳힌 덕에 버틸 수 있었다. 3대 지수로 꼽히는 다우존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를 찍고 있어 경제 성과를 대표적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내외적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미 가전업체 월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또한 오하이오 공장에서 일하게 될 정규직 노동자 200명을 고용하겠다고 화답했다. 제조업 기반의 오하이오주에서 재선에 성공해야 하는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렇게 강한 구제책을 내놓다니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월풀 외에도 미국 태양광회사 퍼스트솔라, 솔라월드, 수니바 그리고 미국 내 생산 공장을 계획 중인 중국 태양광회사 롱지 등이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반면 세이프가드 발동이 수입 부분 단가 인상 등으로 나타나 미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 결정은 올해에만 미국에서 약 2만3000개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고, 태양광 분야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공격’은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을 주로 수출하는 중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도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의 라지브 비즈와스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NYT)에 “태양광 패널이나 세탁기 공급망이 아시아 전체로 확산돼 이번 정책은 중국이나 한국 외에도 여러 국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22일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멕시코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무역보호 조치를 발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에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23일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수준은 당초 미국 기업들이 제안한 것보다 높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할 여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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