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롱이 이규형, 문래동 카이스트 박호산 .. '슬기로운' 캐스팅

민경원 입력 2018. 1. 24. 01:03 수정 2018. 1. 24.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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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빵생활' 빛나는 조연들
'응답하라' 이어 새 얼굴 대거 발굴
다양한 캐릭터로 몰입도 높여
교도소 배경의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캐릭터에 꼭 맞는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였다. 왼쪽부터 해롱이 유한양 역을 맡은 이규형, 문래동 카이스트의 박호산, 장기수 김민철로 변신한 최무성. [사진 tvN]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여전히 뜨겁다. 마지막회 11.8%(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지상파를 제치고 수목극 정상을 차지하며 18일 막내린 이 드라마는 22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화제성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출연배우도 이규형(3위), 정해인(12위), 박해수(17위) 등 화제성 60위권 내에 무려 12명이 올라 고른 인기를 자랑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남다른 캐스팅 안목을 발휘, ‘프로발굴러’란 별명을 얻은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선택이 이번에도 통했다. 대본은 ‘응답하라’부터 함께한 정보훈 작가가 집필했다.

제작진은 낯선 얼굴을 적재적소에 배치, 캐릭터마다 순간 불량하되 그럴 만한 이유를 충분한 서사로 부여했다. 이는 “이 세상에 절대 악역은 없다”는 믿음과 함께 회를 거듭할수록 드라마에 몰입하는 동시에 매번 어떤 반전이 있을지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범죄자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당초의 우려도 말끔히 씻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배우 이규형·박호산이 각각 맡은 ‘해롱이 유한양’과 ‘문래동 카이스트’다. 박해수가 연기한 주인공 야구선수 김제역보다 때론 더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극 중 서울대 약대 출신 금수저로 항상 약에 취한 듯한 해롱이와 못 만드는 게 없는 기술자이자 도박꾼 문래동 카이스트가 맞붙는 장면은 감방생활의 팽팽한 긴장감을 우스운 몸싸움·말싸움으로 완화하곤 했다. 또 동성 연인에 대한 해롱이의 지고지순한 순정, 아들의 간이식 수술을 위해 전 남편인 문래동 카이스트를 찾아온 부인의 간절함 등을 통해 웃음 뒤에 숨겨진 눈물도 보여줬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박해수가 여느 주연답지 않게 마라톤 선수처럼 자기 몫을 묵묵히 완주했다면 이규형·박호산 등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며 “혀짧은 소리 등 캐릭터의 겉만 아니라 속까지 알찬 연기를 선보였다”고 분석했다.

제작진은 사전 취재 등 캐스팅에 오랜 공을 들였다. 직접 연극·뮤지컬을 보고 그때마다 주목할 배우 리스트를 만들어 먼저 연락을 하는 식이다. 이규형은 “재작년 연극 ‘날 보러 와요’는 트리플, 뮤지컬 ‘팬레터’는 더블 캐스팅이었는데 신원호 감독님이 두 작품 모두 제가 출연한 날 본 것도 참 신기한 우연”이라며 “해롱이는 더 귀엽게 해 달라는 주문을 받아 자유롭게 애드립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1년 영화 ‘신라의 달밤’으로 데뷔, 대학로에서 1인 10역 등 멀티맨으로 활약해온 그의 장기는 드라마에서도 발휘됐다. 지난해 ‘비밀의 숲’의 섬뜩한 살인마 윤과장이 귀여운 해롱이와 같은 배우라고 생각하긴 쉽지 않다.

박호산의 캐스팅은 더 극적이다. 신원호 PD가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라고 밝힌 문래동 카이스트 역을 제안받기까지 오디션을 5번이나 봤다. 영화 ‘족구왕’에 복학생으로 등장할 만큼 소화할 수 있는 연령대가 넓어 신 PD가 어떤 배역을 맡길지 무척 고심했다고 한다. 박호산은 1996년 연극 ‘겨울 나그네’로 데뷔, 연기경력 23년 차다. 이규형과는 2016년 2인극 ‘도둑맞은 책’으로 호흡을 맞춘 사이. 박호산은 “서로 연기 스타일을 잘 아는 데다 캐릭터 간의 합도 잘 맞았다”고 밝혔다.

캐릭터가 많으면 산만해지기 쉽지만 ‘슬기로운…’은 이감이라는 장치를 활용, 인물 구조에 변화를 주며 각 캐릭터의 얘기가 펼쳐지기 쉽게 했다. 중심무대인 2상6방도 깐깐한 고박사(정민성)가 나가면 꼼꼼한 다혈질 유대위(정해인)가 오는 식이다. 캐릭터마다 팬덤이 구축돼 한 사람이 이감될 때마다 ‘다시 출연시켜달라’는 시청자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새 얼굴만 아니라 ‘응답하라 1988’의 딸바보 성동일과 순둥이 택이아빠 최무성을 각각 악덕 교도관, 조폭으로 탈바꿈시키는 재주도 발휘했다. ‘응답하라’처럼 ‘감빵생활’도 시리즈가 될 수 있을까. 신 PD는 “반응이 좋으니 다음 이야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 더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시리즈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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