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상통화 대책]거래 허용하되 실명제 '강제'..자금 세탁 등 불법 '봉쇄'

임지선 기자 2018. 1. 2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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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금액·거래 패턴 감시, 보고 의무…은행 통해 간접 압박
ㆍ‘폐쇄’ 비껴갔지만 잇단 규제책에 급등 기대감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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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를 막지는 않겠지만 실명으로 거래해야 한다. 범죄에 악용될 만한 의심거래는 계좌를 상세히 들여다보겠다.’

금융당국이 23일 발표한 가상통화 거래실명제와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 도입 제도를 요약하면 이렇다. 오는 30일부터 신규 투자자가 유입된다 하더라도 연일 나오는 정부의 규제책으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낮아져 예전처럼 가상통화 가격이 급상승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 분위기로 미뤄 신규 투자자들이 가상통화 매매에 참여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은행이 자금세탁이나 범죄 자금 조달로 의심되는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할 의무를 부여했다. 하루 1000만원, 7일 2000만원 이상 되는 금액이거나 거래가 하루 5회, 7일 7회 이상 빈번하게 이뤄지는 거래라면 일단 의심해보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기존 거래 패턴과 비교해 의심된다면 FIU에 보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500만원 입금하고 가상통화를 사서 1500만원이 됐다고 해서 보고하는 게 아니다. 가상계좌에 1000만원 이상 입금되거나 출금이 되면 보고 대상이 된다. 이를테면 1500만원을 거래소에 입금했다가 같은 날 900만원을 출금하면 잔액은 600만원 이지만 입금액 자체가 1000만원이 넘어 의심거래 유형에 속할 수 있다.

30일부터 거래실명제가 시행되면 거래소가 거래하는 은행과 투자자 개인의 은행이 같아야 한다. 현재 빗썸은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업비트는 기업은행 계좌를 쓰고 있다. 기존 고객이 실명제를 거치지 않으면 출금은 가능하지만 입금은 제한된다. 실명확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은행은 신한·농협·기업·국민·하나·광주은행 등 6곳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은행이다. 전에는 가상계좌만 제공하면 끝이었지만 앞으로는 강화된 고객 확인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가상통화 거래소에 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은 의심거래를 살피는 것은 물론, 거래소가 이용자의 거래 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지, 이용자의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는지 등을 일일이 들여다봐야 한다. 법인 계좌를 가상통화 거래에 이용하는 거래소에 관한 정보도 은행끼리 공유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의무사항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상시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거래소를 직접 단속하고 제재할 권한이 없는 금융당국이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은행들은 당장 얻는 수익에 비해 부여된 의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앞으로 거래소와 계속 계약을 유지하는 문제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은행들은 30일 실명확인 시스템이 도입돼도 당장 신규 거래를 허용하진 않을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가상통화 시장의 안정화 추이를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기존 고객부터 실명 전환할 방침”이라며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 등을 어떻게 적용할지 두고 보면서 신규 거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가격은 정부 대책이 발표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오전 9시쯤 1397만원대를 기록했으나 대책 발표 이후 계속 하락, 100만원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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