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마찰]트럼프 압박에 미국 공장까지 세웠는데..삼성·LG '비상'

구교형·이윤주 기자 2018. 1. 2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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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미, FTA 뒤집고 한국서 생산한 세탁기에도 세이프가드
ㆍ태양광업계 “수출 30% 감소”…되레 미국서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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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외국산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함에 따라 일단 국내 기업이 수출에 차질을 빚게 됐다. 세탁기의 일정 물량(120만대) 이상은 물론 그 이하에도 관세가 부과되고, 특히 기존과 달리 한국 내 생산제품까지 수입제한 대상이 됨에 따라 비상이 걸렸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직후 “대통령의 행동은 미국의 노동자와 농민, 목장주, 기업가들을 지킬 것이라는 점을 다시 명확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외국산 세탁기의 저율관세할당(TRQ)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했다. 첫해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 관세를 부과한다. 2년차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는 18%, 120만대 초과 물량에는 45%를 부과하고 3년차에는 각각 16%와 40% 관세가 부과된다. 세탁기 부품도 첫해는 5만대분 초과 물량에 50%, 2년차는 7만대분 초과 물량에 45%, 3년차는 9만대분 초과 물량에 40%를 부과하도록 했다.

태양광 제품은 셀(태양전지)의 경우 2.5GW 기준으로 그 이하에는 관세를 매기지 않고, 이를 초과하면 1년차 30%, 2년차 25%, 3년차 20%, 4년차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모듈(태양전지를 조립한 판)의 경우 수출 용량에 관계없이 연차별로 셀과 같은 비율로 관세가 붙는다.

미국 시장 판매량이 연간 200만대 이상으로 금액으로 10억달러에 달하는 국내 세탁기 업계는 울상을 지었다. 이번 조치로 국내뿐 아니라 태국과 베트남, 멕시코 등지에서 생산하는 삼성·LG 세탁기에도 20~50% 관세가 붙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요청으로 삼성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LG는 테네시에 생산공장을 지어 일자리까지 만들어온 상황에서 당혹감은 더 크다.

설상가상으로 LG가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세탁기 물량까지도 세이프가드 대상에 포함됐다. 당초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여서 국내 생산 물량은 세이프가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를 뒤집고 ‘미국 밖에서 생산된 세탁기는 모두 관세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LG로서는 올 4분기 테네시 공장이 가동될 때까지 피난처가 없어진 셈이어서 예상보다 피해가 더 커지게 됐다.

태양광 업계는 대미 수출액이 최대 30%까지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6년 기준 한국산 태양광 제품의 대미 수출 규모는 13억200만달러로 2014년(1억4100만달러)·2015년(3억9400만달러)에 비해 급성장했다. 한화큐셀과 LG전자,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등이 미국에 태양광 셀과 모듈을 수출하는 한국은 미국 시장의 14.9%를 차지해 말레이시아(28.2%), 중국(17.4%)에 이어 세 번째다. 국내 선두인 한화큐셀 관계자는 “미국 시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최대한 수출 물량을 유지하는 한편 유럽·일본 등으로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오히려 제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 효용이 떨어지고, 현지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대체로 관세가 20% 오르면 제품가격이 10% 정도, 관세가 50% 오르면 25~30%가량 제품가격이 인상될 소지가 있다고 업계는 추산했다. 미국태양광산업협회(SEIA)는 “태양광 분야에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결과를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교형·이윤주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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