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세월 이긴 팔만대장경.."보존 비밀 찾아라" 과학 대장정

도재기 선임기자 2018. 1. 2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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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설·설 분분한 세계유산…통풍 구조에 뭔가 있다?

대장경판과 장경판전의 보존 비밀을 두고 문화재청과 합천군, 해인사가 과학적 규명 작업에 들어갔다. 장경판전 4동 건물 내외부에 윈드스테이션이라 불리는 장비를 설치해 풍향과 풍속, 온·습도를 10분마다 측정한다. 사진은 고려시대 ‘대장경판’(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 장경판전의 법보전 내부.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려시대 ‘대장경판(大藏經板·일명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의 보존 비밀이 과학적으로 풀릴 수 있을까.

고려 고종대인 1237~1248년에 제작된 대장경판은 불교 문화재를 넘어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제작된 지 700여년에 이르지만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어서 그 요인에 대한 관심도 높다.

대장경판은 불경의 총서라 할 수있는 대장경을 새긴 8만여장의 목판(경판)으로, 현재 국보 3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또 대장경판이 보관된 조선시대 건축물인 장경판전은 국보 5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장경판전은 남북으로 ‘수다라장’과 ‘법보전’, 동서로 ‘동사간전’과 ‘서사간전’ 4동의 건물이 ‘ㅁ’자 형태를 이루고 있다. ‘수다라장’과 ‘법보전’에는 대장경판이, ‘동·서 사간전’에는 승려들의 저술·시문집 등 고려시대 다른 목판들이 보관되어 있다. 이들 고려 목판도 국보 206호, 보물 734호로 지정돼 있다.

대장경판과 장경판전의 보존 비밀을 놓고 그동안 여러 요인들이 제기돼 왔다. 바닷물에 담그고 찌는 과정 등 경판 제작과정의 특별함, 장경판전의 입지나 독특한 내부 구조, 숯과 석회·소금 등이 섞인 바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장경판전의 독특한 창문 구조와 내부의 원활한 통풍에 따른 온·습도 유지가 큰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분석들은 과학적 자료라기보다 각계 전문가의 추정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문화재청과 합천군, 해인사가 마침내 장경판전의 우수한 보존 특성을 과학적으로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장경판전 4동의 건물 내외부에 과학장비를 설치, 운용함으로써 장경판전 내외부의 바람 흐름을 중심으로 한 보존 비밀을 풀어내겠다는 것이다. 이 장비는 장경판전 외부는 물론 내부 대장경판을 둘러싼 풍향과 풍속 등 통풍 상황, 온·습도를 365일 동안 10분마다 측정한다. ‘윈드스테이션’이라 불리는 장비는 주로 기상관측용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설치 위치가 정해진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016년 수립된 ‘세계유산 보존관리 국고보조사업’의 하나로 1차 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장경판전의 전반적인 보존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통해 향후 대장경판의 보존환경 유지를 위한 자료 확보 등이 목적”이라고 23일 밝혔다.

현재 1차로 장경판전의 법보전 내외부에 모두 25개의 장비가 설치돼 운용되고 있다. 경남도 합천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법보전 내외부의 풍향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중”이라며 “올해는 수다라장, 동·서 사간전 등 장경판전 전체를 대상으로 장비를 확대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집한 데이터는 해인사 대장경연구원으로 모아진다. 합천군 관계자는 “장경판전 내부에서의 통풍이 대장경판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며 “이번 사업은 실제 장경판전 내부에서 바람의 속도와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온·습도 변화와 그 관계 등을 사실상 처음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선 세조와 성종대인 15세 후반 지어져 이후 일부 보수된 장경판전 건물은 통풍을 위한 독특한 창문들로 유명하다. 수다라장과 법보전은 남북쪽 외벽에 위아래로 2개의 붙박이 살창이 나 있다. 그런데 남북쪽 벽의 창 크기는 물론 위아래의 창 크기도 모두 다르다. 남쪽 벽의 창은 아래창이 위창보다 약 4배 크고, 북쪽 벽의 창은 위창이 아래창보다 약 1.5배 크다. 외부 공기가 실내로 들어와 대장경판 아래위로 원활하게 흐른 뒤 빠져나가도록 설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통풍 효과가 대장경판 보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500여년 전 세워진 장경판전 건물들의 이 같은 통풍 구조 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다. 한 문화재위원은 “수집된 데이터들로 유의미한 분석 결과가 나온다면 장경판전의 보존 특성이 마침내 과학적으로 밝혀지는 것”이라며 “대장경판은 물론 목제 문화재 전반의 보존환경 수립에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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