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핵심부품 입찰 '술자리 가위바위보'로 수주 담합?

조의명 2018. 1. 2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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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원전에 쓰이는 수십, 수백억 원대의 부품을 입찰하는데 가위바위보로 낙찰받을 회사를 정하고 또 이런 담합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성 접대가 오갔다는 양심 선언이 나왔습니다.

공정위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조의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11년, 경기도 고양시의 한 음식점.

원전의 핵심 부품 변압기 제조 경쟁사인 효성그룹과 현대중공업 임원들이 만났습니다.

수행 격으로 따라간 전직 효성 직원은 이 자리에서 두 회사가 물량을 나눠맡는 '담합'을 하는 걸 목격했다고 털어놓습니다.

[김민규/前 효성 영업팀 직원] "냅킨 위에 물량을 씁니다. 그걸 가위바위보 또는 사다리 타기로 해서 하나씩 가져가게…"

김 씨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두 회사는 원전 변압기의 95%를 납품했는데, 후발주자인 LS산전도 담합에 참여했습니다.

담합을 통해 낙찰자가 정해지면, 다른 업체는 들러리 역할을 맡습니다.

들러리 설 업체의 입찰 서류는 아예 낙찰받을 업체가 대신 써주기도 했는데,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고 김 씨는 전했습니다.

[김민규/前 효성 영업팀 직원] "분명히 LS가 보낸 문서인데 밑에 효성 마크가…(한수원 측에서) 왜 이렇게 일을 아마추어 같이 하냐, 다시 보내라고."

담합의 대가는 높은 수익이었습니다.

김 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납품한 10억짜리 신고리원전 변압기의 낙찰가는 14억 원, 원가 9억인 울진, 고리 원전 등의 낙찰가는 12억 원으로 이익률이 통상적인 공개 입찰의 세 배인 30%에 육박합니다.

담합을 눈감아준 한수원 담당자는 접대와 향응을 받았습니다.

[김민규/前 효성 영업팀 직원] "프로젝트가 있을 때 또는 눈감아 주고 편의를 봐 줄 때… (접대) 전제가 강남 룸살롱입니다."

김 씨의 통장에는 월급 외에 수백만 원씩 회사가 입금한 내역이 남아있었습니다.

접대비를 회사에서 처리해준 겁니다.

김 씨는 회사의 비리를 한국수력원자력 측에 제보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한수원 간부 (2014년 전화통화 녹취)] "(김 차장이) 차라리 그냥 좀 숙이는 게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아닐까 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 김 차장 가족도 있고…"

오히려 제보 내용이 회사 쪽으로 유출됐고 김 씨는 해고됐습니다.

효성 측은 김 씨가 인사고과에 불만을 품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최형식/효성그룹 상무] "인사에 불만을 품은 악의적인 제보고요. 담합 수사에 관련해서는 회사에서도 이미 이 제보자에게 개인일탈 행위로 경고한 바도 있습니다."

공정위와 경찰은 김 씨의 제보 내용을 토대로 담합과 유착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한수원도 입찰 담당 직원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조의명입니다.

조의명기자 (friend@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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