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과거의 베트남 축구를 많이 보았거나 그리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변했다'고 말하는 것이 썩 적절하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 변했다. 적어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하고 있는 베트남은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동남아시아 축구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주지하고 있던 사실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베트남 축구 선수들이 국제대회 준결승에서 중동의 강호 카타르를 상대로 이렇게 당당하게 싸우는 모습은 분명 낯설었다. 너무 남발돼 '매직'이라는 단어의 느낌이 좀 약해졌지만, 이쯤이면 '박항서 매직'이라는 표현도 무리는 아니다.
베트남이 23일 오후(한국시간) 중국 쿤산 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에서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조별예선에서 호주를 1-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한 뒤 이라크를 승부차기 끝에 제압(3-3/5PK3) 하는 등 이변을 만들어내며 준결승까지 내달렸던 베트남의 진군은 결승까지 이어지게 됐다.
특별히 파격적인 전술로 상대의 허를 찌른 경기는 아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양상의 경기가 펼쳐졌다. 전체적인 주도권은 카타르가 쥐고 있었고 베트남은 안정 쪽에 무게중심을 둔 뒤 역습으로 허를 찌른다는 복안이었다. 다만 일반적인 강팀과 약팀의 대결과 차이가 있었다면, 베트남은 시종일관 자신들의 축구를 펼쳤다는 사실이다.
90분 내내, 아니 연장까지 120분 동안 그랬다. 마냥 내려서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비하면서 상대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준비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공격도 마찬가지다. 그냥 막다가 롱볼만 앞으로 뿌린 게 아니다. 차근차근 풀어가려던 시도가 많았다. 그렇게 능동적으로 축구를 했기에 먼저 실점을 하고도 이내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이 경기는 카타르가 두 번 앞서갔다가 두 번 원점이 됐던 내용이다. 카타르가 전반 38분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 갔으나 베트남이 후반 23분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베트남이 파상공세를 펼치면서 경기를 주도했으나 외려 후반 43분 다소 어수선한 상황에서 카타르 쪽의 추가골이 다시 터졌다. 이쯤이면 망연자실할 상황인데, 베트남은 냉정하게 다시 공격해 1분 만에 또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연장까지 대등하게 겨루다 승부차기에서 웃었다.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단기간에 팀이 확 바뀌는 것은 쉽지가 않다. 선수들의 기량이 한 지도자의 등장과 함께 크게 점프했다고 설명하는 것도 비약이다. 그래서 잘 이해하기가 힘들 때는 '마법'이란 단어를 빌린다. 단, 동기부여는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날 베트남 선수들은 하고자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신감이 넘쳤고 이기고 싶다는 승부 근성도 보였다. 비록 1-2로 석패했으나 조별예선 1차전에서 한국을 만났을 때도 베트남 선수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호주와 싸워도, 이라크나 카타르와 마주해도 베트남은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쳤다. 이건 지도자의 리더십을 칭찬할 일이다. 선수들의 그 보이지 힘을 끌어내는 것은 분명 감독의 몫이다.
어쩌면 이번 대회는 앞으로 찾아올 베트남 축구, 나아가 동남아시아 축구의 변화와 발전을 암시하는 하나의 이정표일지 모른다. 그 중심에 한국인 지도자 박항서 감독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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