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통신31]미디어 센터에도 불어닥친 '정현' 열풍

박준용 2018. 1. 2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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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현이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후 메인 인터뷰 룸에서 공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호주)박준용 기자
[테니스코리아= 박준용 기자, 백승원 객원기자]정현(한국체대, 삼성증권 후원, 58위)이 또다시 한번 한국 테니스사에 한 획을 그었다.
1월 22일 호주 멜버른 파크에서 열린 호주오픈 16강에서 정현이 14번시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14위)를 3시간 21분 만에 7-6(4) 7-5 7-6(3)으로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그랜드슬램 8강에 진출한 것은 남녀 통틀어 정현이 처음이다. 종전 기록은 US오픈에서 기록한 이덕희 여사(1981년)와 이형택(2000년, 2007년)의 16강이었다.
이로써 정현은 1982년 이덕희 여사가 당시 세계 1위 빌리 진 킹(미국)을 꺾은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전 세계 1위에게 승리를 거둔 두 번째 한국 선수로 기록됐다.
정현이 조코비치를 꺾자 센터코트 로드 레이버 아레나 앞에 위치한 미디어 센터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대부분 ‘믿을 수 없는 결과다’ ‘정현의 경기력은 정말 대단했다’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정현은 톱10 선수다’ ‘어떻게 무명 아시아 선수가 조코비치를 이길 수 있느냐?’며 감탄과 놀라움의 반응이었다.
독일, 세르비아, 호주, 일본, 중국 기자들은 직접 기자의 책상으로 찾아와 악수, 주먹 인사, 포옹 등 각자의 방식으로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지난 1월 21일 16강에 앞서 본지가 보도한 ‘외국 기자들이 예상하는 정현과 조코비치의 16강’ 기사 작성에 도움을 줬던 이탈리아 <Ubiten>의 우발도 스카나가타 기자는 “내 예상대로 경기가 흘러간 것 같아 뿌듯하다”면서 ‘한국 테니스 선수는 총 몇 명인가?’ ‘선수 육성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등 한국 테니스 시스템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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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테니스계의 베테랑 기자로 통하는 우발도 스카나가타 기자
조코비치 조국 세르비아의 <Sport Klub> 사샤 오즈모 기자 역시 “오늘 정현이 정말 잘했다. 승리 축하한다”라며 악수를 청했다. 일본 테니스 매거진의 사진 기자는 “정현의 허벅지가 정말 대단하다. 강력한 파워가 허벅지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 인터뷰와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는 대회 커뮤니케이션 직원들도 박수를 보내며 축하해줬다.
특히, 친분이 있는 일본 기자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을 때 기분이 좀 남달랐다.
매번 그랜드슬램을 취재할 때마다 기자는 니시코리 케이(일본)의 활약으로 일본 기자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 정현 선수 덕분에 반대로 축하를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니시코리는 이번 대회에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기자도 “고맙다. 오늘은 정말 한국 테니스 역사상 가장 경사스러운 날이다”라고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
사실 외국 기자들은 정현이 세계 58위이고 지난해 Next Gen 파이널 우승자라는 사실만 알 뿐 그의 테니스 인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왜 안경을 쓰고 테니스를 하느냐?’ ‘정현이 테니스를 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 ‘가족은 한국에 있느냐?’ 등 외국 기자들의 많은 질문들도 함께 기자에게 쏟아졌다.
그동안 여러 차례 그랜드슬램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그랜드슬램에 한국 선수도 출전하지 않는데 왜 취재하느냐?’였다. 그럴 때마다 ‘언젠가 우리도 좋은 선수가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돼 가슴이 뜨거웠다.
많은 축하를 받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 빨리 기사를 송고해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흥분된 기분을 가라앉히고 노트북을 켜는데 몇 명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세계남자테니스협회(ATP), 호주테니스협회, 호주 방송국 <Chanel 7> 관계자들로 정현이 온코트 인터뷰 마지막에 한국어로 말한 내용이 무엇인지. 코트 떠날 때 카메라 렌즈에 쓴 글이 무슨 뜻인지, 왜 플레이어 박스를 향해 절을 했는지 등을 물었다.
많은 외국 기자들이 가장 놀란 부분은 ‘큰절’과 카메라 렌즈에 쓴 ‘Captain, 보고 있나’의 문구였다. 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외국 기자들은 하나 같이 ‘정현은 테니스 실력뿐만 아니라 스타로서의 인성도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현의 8강이 확정된 다음 날에는 <ABC 라디오 멜버른>과 멜버른 라디오 방송국 <SBS 라디오>에서 정현을 소개해달라며 인터뷰 요청을 받기도 했다.
또 이날 정현의 코치 네빌 고드윈(남아공) 코치 공식 인터뷰도 있었는데 인터뷰가 끝난 후 영국 <가디언> 케이트 오할로란 기자와 호주 <THOMSON
REUTERS> 멜라니 버튼 기자가 ‘잠깐 시간을 내줄 수 있느냐?’면서 기자에게 정현에 대해 묻기도 했다.
멜라니 버튼 기자(왼쪽)와 케이트 오할로란 기자(가운데)
기자에게 지난 12시간은 가장 힘들었지만 기분만큼은 매우 좋았고 특히 한국 테니스사에 길이 남을만한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는 점에 가슴이 벅찼다.
또한 테니스를 취재하면서 언제 또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현 선수 덕분에 많은 외국 기자들이 정현뿐만 아니라 한국 테니스를 알고 관심을 가진 점에 대해 기자 신분을 떠나 한국 테니스인 한 명으로서 매우 감격스러운 12시간이었다.
글= (호주)박준용 기자(loveis5517@tennis.co.kr), 백승원 객원기자, 사진= (호주)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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