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폐지 '사각지대' 해소될까..부처간 이견 '난제'

김형욱 2018. 1. 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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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노력에도 부처 협의 아직 10여건 남아
온라인몰 판매자 유료 인증서 의무화 '여전'
공인인증서 사용 마크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전북 가정용 소품 판매자 A씨는 최근 판로를 넓히고자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키로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공인인증서 발급 안내를 받았다. 입점하려면 연 11만원의 유료 범용 공인인증서가 의무라는 것이다. 돈도 돈이었지만 발급을 위해 공인인증기관을 직접 방문한 것은 물론 2주가량 기다려야 했다.

정부가 공인인증서 의무화 폐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규제혁신 토론회를 직접 주재하며 대선 당시 공약이던 공인인증서 의무화 폐지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전자서명법을 포함한 60여 관련 법령도 하나씩 개정해 나가기로 했다. 이대로면 앞으로 A씨가 겪었던 불편함은 사라진다. 그러나 현실화까지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부처에 따라 공인인증서 의무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업계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A씨처럼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들이 대표적 ‘사각지대’다. 4만~5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여전히 유료 공인인증서 발급이 의무다. 대규모유통업법 때문이다. 판매자가 온라인몰(통신판매사업자)을 통해 물건을 팔려면 양측 서명이 담긴 계약서를 써야 한다는 내용이다. 온라인상 계약 땐 공인인증서 기반의 전자서명이 필수다. 롯데몰, CJ몰, 위메프 같은 곳에서 물건을 팔려면 공인인증업체에 연 11만원씩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개인 공인인증서 의무화가 폐지를 계기로 이곳에서도 의무화 폐지 논쟁이 시작됐다. 업계에선 국제관례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가 2001년 제정한 전자서명모델법이 그 근거다. 이 법은 전자계약 때 특정 전자서명 방식을 강제할 수 없는 ‘기술 중립성’의 원칙을 천명했다. 미국이나 일본도 이를 따르고 있다. 온라인몰 업체들은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같은 온라인몰이라도 G마켓이나 옥션, 11번가에 입점할 땐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들 ‘오픈마켓’은 대규모유통업법 대상인 통신판매사업자가 아니라 통신‘중개’판매사업자다.

그러나 이 법률 주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인인증서 의무화 폐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정위는 김성원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해 3월 대표발의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에도 반대 의견을 냈다. 온라인몰과 입점 업주 사이는 ‘갑을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이 같은 대규모유통업, 하도급거래에선 이들 간 계약을 담보할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인인증서를 대신할 ‘공인된’ 전자서명 방식을 도입하거나 전자서명법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보증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검토한 국회 정무위 오창석 전문위원은 상거래보다 위·변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일반전자서명을 허용하는 보험분야의 사례를 들어 공정위 반대의견을 재반박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회 내 쟁점이 없더라도 주무 행정기관 반대로 국회에서 무산되거나 더뎌지는 사례는 흔히 있다.

‘사각지대’는 이뿐 아니다.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때도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의무 발급해야 한다. 부가가치세법 규정 때문이다. 등기신청서(상업등기법), 전자어음(전자어음법)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명시한 60여개 법령 중 민간 분야와 연관성이 큰 20여개 법령을 우선 개정키로 했다. 이중 절반(10개)은 부처 협의를 마치고 올 상반기 중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나머지 10여개 법령은 여전히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폐지 방침이 선 만큼 전자서명법 등 공인인증서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정비할 것”이라며 “(관계부처와) 아직 협의 되지 않은 법령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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