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연 대법원장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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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사진) 대법원장이 블랙리스트 후폭풍에 직면했다.
블랙리스트는 나오지 않았지만 법원행정처가 판사 동향을 파악하고 재판에 관여하려 했던 정황이 밝혀지면서 법조계 안팎의 반발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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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책해야" 요구 빗발
"신뢰 무너져" 대법관들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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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김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은 청와대의 대법원 재판 개입 정황과 관련한 추가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대법관들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을 선고했고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 누구로부터도 어떠한 연락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가조사위가 공개한 문건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상고심 재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것을 희망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들이 표면적으로는 청와대가 대법원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일부 보도에 유감을 드러냈지만 실상은 추가조사위와 김 대법원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판사들의 비공개 커뮤니티 등에는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공개해 사법부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거나 “한 번 무너진 사법신뢰는 10년이 지나도 회복하지 못하는데 대법원 재판까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대법관들의 반발에 김 대법원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가조사위가 보고서를 공개한 직후 김 대법원장은 “심사숙고해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혀 입장 발표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줬다. 하지만 이날 오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은 뒤 신중하게 입장을 정해 발표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장고에 들어간 김 대법원장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를 확대하는 것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사법개혁 방안을 먼저 내놓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추가 조사에 나서면 문건 작성 당시 법원행정처 책임자를 비롯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현재 사직한 상태라 강제로 조사하는데 한계가 있고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자체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 검찰이나 특검 등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조사를 위임할 수 있지만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우려도 있다. 극심한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소모적인 진상조사를 마무리하고 사법제도 개혁에 집중하더라도 의혹을 덮으려 한다는 비판에 부닥쳐 법원 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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