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정석, 30대 배우가 빛나는 이유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2018. 1. 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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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과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은 느낌이었다. 마음껏 오색 재능을 그려나가고 있는 30대 배우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좋다.

연기와 인생, 적당히 알지만 또다른 가능성도 품을 수 있는 나이 30대. 많은 크레에이터들이 조정석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일 것이다.

배우 조정석. 사진제공 문화창고

■당분간 1인 2역은 그만

조정석에게 MBC 드라마 <투깝스>는 유난히 힘든 작품이었다. 종영 소감으로 물었을 때 ‘시원하다’라는 주어없는 단 한 마디를 낼 정도로 말이다. 1인 2역을 맡아 물리적으로 어려운 촬영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고 또 초반 시청률이 부진해 부담도 있었다.

“다방면으로 참 힘들었죠. 분량이 많다보니까요. 1인 2역은 당분간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초반 시청률이 부진할 때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제작진들도 속상해했을 거예요. 어떤 상황이든 주인공인 제가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어요. 그런 부담은 작품에 들어가는 배우에게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그저 작가와 제작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끝까지 저를 믿어줬으니까요.”

<투깝스>는 형사의 몸에 까불거리는 사기꾼의 영혼이 빙의되며 함께 공조 수사를 벌인다는 설정으로 코믹한 요소를 더한 수사물이다. 과유불급 절제미를 보여준 조정석의 연기는 더할 나위가 없었다.

“사기꾼 ‘공수창’을 연기한 김선호를 많이 관찰했어요. 두 사람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교집합이 없으면 집중이 안 됩니다. 그걸 찾기위한 작업이었죠. 그렇다고 대놓고 따라하는 건 식상하다고 생각했고 김선호가 연기하는 ‘공수찬’을 묻어내는 작업이었어요. 저는 ‘차동탁’ 역이니까 그에 집중하되 상상력을 발휘해보자라는 접근 방식을 택했어요.”

조정석은 1인 2역의 캐릭터 연기는 물론 형사 역으로 격한 액션신도 소화해내야 했다. 과거 영화 <역린>을 통해 거침없는 액션 연기를 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액션 롱테이크와 CG를 위한 첨가신이 많았다.

“각목 잡고 상대를 때리고 다시 점프해서 발차기하는 동작을 연속으로 한방에 가는 롱테이크 신이 많았어요. 다칠 위험도 컸고 어려워서 NG가 잘 났죠. 게다가 선호를 CG처리해야 하니까 한 신을 두 번 이상 찍어야 했어요. 현장에서 선호씨가 보이면 ‘오늘 또 선호 때문에 길어지겠네~’하고 우스갯소리로 하곤 했죠.”

태권도로 다져진 각이 돋보이는 액션신뿐만 아니라 조정석은 유독 키스신이 화제가 됐다. 키스신 ‘움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유독 로맨틱 장르에 강하고 여배우 복이 많아 ‘출연료 내고 찍으라’는 남성팬들의 원성도 자주 듣는다.

“키스신을 하기위해 마치 체조 신기술처럼 연구하고 그러지 않아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배우들은 늘 대중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호흡을 구연해내기위해 노력하죠. 키스신도 그런 맥락이죠. 뭐 기술이나 각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구요. 키스신 직전의 공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 조정석.

■연기천재? 난 노력형

드라마를 마무리한 조정석은 곧장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는 국내 초연 연극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 역으로 캐스팅됐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한 시대를 풍미한 두 음악가인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예리한 갈등을 묘사한 작품이다. 조정석은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 역이지만 본인은 노력형 음악가 살리에르와 닮았다고 말한다.

“저는 당연히 살리에르죠. 노력형이에요. 사실 연기 천재란 건 없는 것 같아요. 천재 연기자가 있다면 대본 한 번 보고 캐릭터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모두 갖추고 빈틈없이 하겠죠. 그런 사람은 없어요. 감각이나 순발력이 뛰어난 경우가 있지만 연기는 내가 얼마나 고민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느는 게 맞아요.”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그에게 무대는 고향과 같은 곳이다. 아직도 카메라보다는 무대 위가 더 편하다고 느낀다. 7년 만에 그곳을 다시 찾았다.

“연극은 비교적 시간이 많이 주어지니까 그 시간 안에 작품에 대해 골똘히 공부하고 분석할 시간도 확보가 되니까 좋아요. 그리고 이번 연극은 과거에 저와 함께 작품을 한 배우분들이에요.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배우들인지 자랑하고 싶어요. 그분들의 시너지를 받을 생각을 하니 많이 설레요.”

조정석은 자신의 연극배우 시절을 “예뻤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처음 연기 시작할 때 저는 선배들에게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했던 후배였어요. 분장실 청소를 담당하는 막내였지만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무대에서 호흡한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저는 ‘후배 조정석’을 만난다면 너무 예뻐했을 것 같아요.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동생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20대 배우와 나란히 세워놓아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동안 미모의 소유자지만 조정석은 주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하루가 다르게 주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사실은 그게 좋아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또 적당한 역을 맡을 수 있다는 게 참 좋은 거죠. 언제까지 20대 후반 30대 초반 역을 할 수 없으니까요. 저도 선배님들의 길을 따라 차근차근 걸어가야지요.”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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