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22·삼성증권 후원)이 코트에 일으킨 파장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언론과 유명한 테니스 거물급 인사들이 나서 정현의 실력에 놀라움을 숨기지 않고 있다. 대회 전 유망주로만 소개됐던 정현은 이제 호주오픈 우승후보 4순위로 꼽힌다.

정현이 22일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8강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를 물리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호주의 일간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23일 정현의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제목부터 그에 대한 호기심과 놀라운 시선으로 가득했다.
‘정말로 놀라운 신예 정현은 누구인가?’ (Who is ‘truly incredible’ newcomer Hyeon Chung?)
이 기사는 22일에 전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3-0(7-6<7-4> 7-5 7-6<7-3>)으로 완파한 정현에 대한 궁금증을 풀이하고 온통 찬사로 도배했다. 이 신문은 “‘교수님(안경을 쓰고 플레이해 외국 언론이 붙인 별명)이라고 불리는 이 젊은이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기사를 시작했다. 이어 “정현이 한국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8강에 올랐으며 차세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세계랭킹 58위 정현이 조코비치를 누르리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으며 한국 팬들조차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현은 놀라운 기량으로 조코비치를 완파해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신문은 “하루가 지나서도 정현의 이름은 트위터와 온라인을 뒤덮고 있다”면서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승리에 놀라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1980~1990년대 호주 테니스를 대표하며 1987년 호주오픈 결승에 올랐던 팻 캐시는 트위터에 “정말로 놀라운 플레이”(Absolutely stunning performance)라고 썼다. 레이튼 휴이트와 로저 페더러 등의 코치로 활약한 로저 래시드는 “역대 최고의 선수를 상대로 놀라울 만큼 완벽하고 조화로운 샷을 쳤다”고 극찬했다.
조코비치도 경기 후 “정현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의문의 여지 없이 승리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실력을 인정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정현은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을 만나 레전드처럼 플레이했다”고 평가했다.
해외 언론은 경기 후 정현에게 “여자친구는 있는지, 한국에서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등 시시콜콜한 질문까지 퍼부으며 코트에 폭풍을 몰고온 정현에 대한 관심으로 뜨거웠다.
조코비치를 잡은 정현은 어느새 우승후보 4순위로 올라갔다. 8강에 오른 선수 가운데 정현의 랭킹은 7위이지만 외국 주요 베팅업체들은 우승가능성 4위로 평가했다. ‘윌리엄 힐’은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의 우승 배당률을 6/5로 책정해 우승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배당률은 5달러를 걸면 6달러를 벌 수 있다는 의미다. 페더러에 이어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이 2/1, 그리고르 디미트로프(3위·불가리아)가 13/2 순이었다. 세계 랭킹 1∼3위 선수에 이어 정현의 우승 배당률이 12/1로 네 번째였다. 토마시 베르디흐(20위·체코)가 20/1,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가 22/1이다. 카일 에드먼드(49위·영국)와 샌드그렌은 나란히 50/1을 기록했다.
정현은 이번 대회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 조코비치 등 세계적인 톱 랭커들을 연파하고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를 썼다. 이젠 내친 김에 꿈의 4강행에 도전한다.
정현은 24일 오전 11시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과 맞붙는다. 지금과 같은 거침없는 기세라면 두려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정현은 자신의 SNS에 “아직 안 끝난 거 아시죠? 미스터충(해외 언론이 정현을 부르는 호칭) 계속 갑니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