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이프가드 발동..태양광 업계 "예상했지만 당혹..과도한 조치"(종합)

안상희 기자 2018. 1. 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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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태양광 전지·모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자 국내 업체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기업들은 미국에 대한 출하 물량을 다른 나라로 재분배하는 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2일(현지시각) 한국 등에서 수입한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해 2.5기가와트(GW)를 초과하면 1년 차에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해 9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미국 태양광전지 업체 수니바와 솔라월드의 청원을 받아들여 수입 태양광전지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권고했다. 수니바와 솔라월드는 지난해 상반기 "태양광 관련 제품 수입 급증으로 산업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ITC가 기존에 권고한 관세 수준은 35% 수준이며 수니바와 솔라월드가 요청한 관세율은 50% 수준이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초 예상했던 관세 인상 수준보다는 완화된 조치"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태양광 셀과 모듈을 48억9300만달러어치 수입했다. 말레이시아산(産) 태양광 셀과 모듈이 14억6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한국산이 9억5200만달러로 두번째였다. 그 뒤를 베트남산(6억4400만달러), 중국산(5억1200만달러), 태국산(3억8600만달러), 멕시코산(2억3300만달러)이 이었다.

◆ 태양광 업체 "이미 예견된 조치...영향 최소화에 주력"

태양광산업은 폴리실리콘(태양광 원재료 가공)→잉곳(폴리실리콘을 녹여 결정으로 만든 것·원통형 덩어리)→웨이퍼(원판·얇은판)→셀(태양전지)→모듈(태양전지를 한데 모아놓은 패널)→발전소 개발(발전 시스템)로 이어진다. 국내 업체중에서는 OCI(010060), 한화케미칼(009830)이 주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웅진에너지(103130)는 잉곳·웨이퍼를, 한화큐셀· 신성이엔지가 태양광 전지 셀과 모듈을 생산한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세이프가드 조치가 영향은 있겠지만, 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일각에서는 미국 태양광 시장이 10~30% 줄어들 것이라 보지만, 우리는 일정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화큐셀은 현재 70개국 이상에 모듈을 판매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잉여 물량이 나올 경우 다른 국가에 재분배해 판매할 계획"이라며 "미국 시장 비중이 큰 것은 맞지만, 아직 공급대비 수요가 많다.정부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한화큐셀코리아 물량을 포함해 매출액 기준 미국 비중이 30%를 차지한다.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도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폴리실리콘을 가공하는 OCI의 주요 고객은 중국의 주요 웨이퍼 업체다. 미국의 태양광 제품에 대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중국의 미국에 대한 폴리실리콘 수입 추가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손 연구원은 "주요 모듈 업체들의 미국 출하량은 10% 수준이며 2016년 기준 미국의 태양광 모듈 수입액에서 중국의 비중은 9%로 떨어졌다"며 "주요 셀과 모듈 업체들의 미국에 대한 출하량은 반덤핑 관세 영향으로 이미 많이 낮아졌다. 폴리실리콘 수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단가 인하 압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OCI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이 미국에 파는 모듈 양은 전체의 10%로 미미해 중국에 태양광 원재료를 판매하는 OCI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중국은 이미 미국으로부터 반덤핑관세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 전문가 "수익성 악화 가능성 있지만, 태양광 시장 우려 해소 기대"

전문가들은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가 단기적으로 미국 지역 태양광 모듈 가격 상승을 이끌고 태양광 설치업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봤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듈이 전체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서 차지하는 비용은 20~30% 수준에 불과하다"며 "30% 수준의 모듈 가격 상승이 전체 태양광 발전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가 미국 태양광 시장 수요 절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세이프가드로 태양광 설치업체의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자국 내 모듈 생산량을 제한하고 있어 7GW 규모의 모듈을 수입할 수 있는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산보호를 신청한 수니바와 솔라월드가 단기간에 물량 확대와 제품의 질을 확보하기는 어려워보인다. 미국 설치업체들은 기존 거래하던 업체들로부터 모듈을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화케미칼(009830)의 경우 태양광 영업이익률이 1~2%로 불과해 설치업체의 단가 인하 압력에 응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해 5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수출이 이미 감소한 상황에서 중국에 폴리실리콘 등을 수출하는 국내 업체의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봤다.

태양광 발전에 사용되는 셀과 모듈의 재료인 웨이퍼 생산업체인 웅진에너지(103130)는 오히려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의 최고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손 연구원은 "미국 내 셀·모듈 증설이 단기간에는 쉽지 않겠지만, 중기 관점에서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미국내 셀·모듈 업체들의 미국 공장 증설 가능성도 있어 웅진에너지는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의 최고의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웅진에너지는 고객사인 수니바와 솔라월드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웨이퍼 관련 120억원 상당의 매출채권을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는데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로 수니바와 솔라월드의 회생도 기대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태양광 패널. /조선일보DB

◆ 무역협회 "과도한 조치...WTO 제소 적극 검토해야"

미국은 태양광 셀과 모듈 외에도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물량에 최대 5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도 발동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발동 직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결정된 세이프가드는 15일 이내에 발효된다. 미국 세이프가드 규정에 따라 관련 조치는 최장 8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WTO는 세이프가드 협정은 조치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때에는 수출국에 협의할 기회와 보상을 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일 협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수출국은 수입국에 대해 보복 관세 등의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 세이프가드의 발효 요건은 ▲수입 증가 ▲수입국 산업 피해 ▲수입 증가와 산업 피해와의 인과관계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 결정은 미국의 특정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과도한 조치로 보인다"며 "향후 다른 산업까지 보호조치 요구가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차원에서는 대미 수출 부담 증가로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와 유관기관은 미국 정부와의 협의, 보상요구, 조기 조치 철회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미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관련 민관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미국의 태양광 패널 수입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내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WTO 협정상 보장된 권리를 적극 행사해나갈 계획"이라며 "부당한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국과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적극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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