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정책 홍보 기사 써주면 1200만원

장슬기 기자 입력 2018. 1. 23. 10:52 수정 2021. 10. 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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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고 기사 쓴 언론 ①] 국방부 기획기사 대가로 문화일보·서울경제 각 1200만원 지급…문화일보-농림부 1500만원 기획 기사는?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국방부는 지난 2016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사드 배치를 은밀하게 추진한 정황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잇따른 방산 비리로 군 사기가 떨어진다는 정치권의 비판 또한 쏟아졌다. 이 무렵 국방부가 이미지 쇄신과 자신들의 정책 홍보를 위해 신문사에 세금으로 기획 기사를 구매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각 정부 부처들이 어떤 언론사 지면을 구매했는지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일부 자료를 입수했다.

문화일보는 지난 2016년 5월20일 10면에 '국방부가 군인가족 복지향상에 박차를 가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배치했다.

▲ 2016년 5월20일자 10면 국방부 관련 기획기사

문화일보는 “국방부가 병영의 열악한 군 관사 보급률과 자녀교육 여건, 직업군인의 높은 별거율, 잦은 이사, 전방부대 여성군인의 출산 여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군인 가족의 행복은 사기와 직결되고 전투력과 상관성이 있는 만큼 국가안보 강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또한 같은 날 36면에 '“부대선 戰友, 집에선 부부…늘 함께라서 행복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소개했다. 육군의 일·가정 양립 정책 덕분에 '부부 군인'의 사이가 좋다는 내용의 기사다.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국방부는 대행업체를 통해 해당 기획 기사 작성 대가로 문화일보에 1200만원(부가가치세 별도)을 지급했다. 문화일보는 해당 기사에 국방부로부터 돈 받은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경제도 2016년 6월28일 8면 '원격진료 확대…응급환자 신고 앱 “군입대 자녀 건강 이상무”'라는 기사에서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와 입대를 앞둔 청년들은 군대의 의료실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며 군이 의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고 알렸다. “국군외상센터가 만들어지면 군 병원의 진료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국방부 보건 정책과 관계자 멘트도 등장했다.

▲ 2016년 6월28일자 8면 서울경제 국방부 관련 기획기사

이 기사 역시 국방부가 1200만원(부가가치세 별도)을 들여 만든 기획 기사다. 서울경제는 해당 기사 끝에 “국방부·본지 공동기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어떤 표기도 하지 않은 문화일보와 비교하면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한 것이나 '공동기획'이란 표현으로는 국방부가 돈을 지급한 사실을 알기 어렵다.

보도만 보면 군에 자녀를 보낸 가족들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전쟁 이후 군에서 사망한 인원은 6만 명으로 추정된다. 전시가 아님에도 연 평균 100여명이 군에서 목숨을 잃지만 군은 유족들을 외면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014년 여름 사망한 윤승주 일병(일명 윤일병 사망사건)의 사망 원인을 조작 발표했다. 뒤늦게 시민단체의 폭로로 선임병의 구타가 있었던 사실이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국방부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윤 일병을 국가유공자보다 한 단계 낮은 보훈보상대상자로 지정했고, 그 과정에서 장교가 대필로 서류를 작성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방부가 서울경제에 기획 기사를 부탁할 2016년 6월은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던 때였다. 윤 일병은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지난 4일 국가보훈처로부터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농림부, 문화일보에 1500만원짜리 기획기사

정부발 기획 기사는 다양한 관점을 담지 못하게 된다. 문화일보는 같은 해 8월31일 21면에 농림축산식품부가 귀농상담·교육·컨설팅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획 기사를 배치했다. 해당 기사에선 “농림부 정책 '高품질 서비스화' 눈길”라는 부제가 달렸을 뿐 아니라 본문에서도 박근혜 정부를 홍보했다.

▲ 2016년 8월31일자 문화일보 21면 농림부 관련 기획기사

이 신문은 “과거 정책들이 수립 후 국민이 활용하기를 기다리는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방식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정부 3.0의 취지에 맞춰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발굴·수립하고 이용하기 편리하게 집행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정부 3.0'에 대해 알렸다.

농림부는 해당 기획 기사의 대가로 문화일보에 1500만원을 지급했다. 역시 기사 어디에도 농림부가 돈을 지급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같은 면에는 '반려동물 산업 육성 위한 제언' 형식으로 이준원 농림부 차관의 칼럼이 실렸다.

문화일보와 서울경제는 전·현직 간부들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문자를 보내 광고나 자신의 일자리를 청탁해 논란이 된 언론사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이에 대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말 국민이 알아야 할 정책이라면 광고라는 걸 알 수 있게 표기하거나 부처 보도 자료를 뿌려 알리면 된다”며 “이렇게 기사를 매수하면 (돈을 받고 쓴) 해당 기사뿐 아니라 다른 기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언론을 길들이는, 언론 장악의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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