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동 사저' 매각으로 궁금증 커진 문 대통령 퇴임 후 거취

구민주·김지영 기자 입력 2018. 1. 23. 08:30 수정 2018. 1. 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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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정숙 여사, 지난해 10월 김재준 청와대 행정관에 '홍은동 사저' 매각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해 10월13일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거주하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저를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재준 청와대 행정관에게 매각한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밝혀졌다.

1월17일 오후 시사저널의 최초 보도 직후 사저 매각 사실과 문 대통령의 퇴임 이후 거취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모아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오후 “문 대통령 내외가 홍은동 사저를 매각한 것은 사실”이라며 본지 보도 내용을 확인해 줬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해 10월 사저를 매각한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 금송힐스빌 © 시사저널 이종현

홍은동 경비원 “보좌관 조만간 이사 올 예정”

해당 사저를 매입한 김 행정관은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선 선거대책위원회 수행팀장을 맡으며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물이다. 문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 직후 김씨 역시 제1부속비서관실에 배치돼 현재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금송힐스빌 103동 104호는 문 대통령 내외가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5월 청와대 관저에 입주하기까지 1년4개월간 살던 곳이다. 문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후 공직에서 물러나 경남 양산 자택에서 지냈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서울로 올라와 생활했다. 당시 딸 다혜씨 명의로 된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한 빌라에서 거주했다. 하지만 지방에 머물던 다혜씨가 서울로 올라오면서 2016년 홍은동 주택을 구입했다.

당시 문 대통령 내외는 해당 주택이 백련산 등산로와 연결돼 있고 마을버스 종점인 언덕 끝에 위치해 외부인 왕래가 뜸한 점을 들어 이곳을 거주지로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저로 이사하던 지난해 5월13일 김정숙 여사가 자신을 찾아온 민원인에게 “라면이라도 드시고 가라”고 말해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하다. 이사 당시 문 대통령 내외는 연립주택 단지 주민들에게 떡을 돌리고 일일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2002년 지어진 이곳은 4층 건물 총 3개 동으로 이뤄진 연립주택이다. 문 대통령 내외가 거주했던 곳의 전용면적은 84㎡(약 25평). 2017년 기준으로 개별공시지가는 ㎡당 208만원으로, 홍은동 사저는 약 1억7600만원이다. 사저와 가장 가까이 위치한 부동산에 문의한 결과, 현재 실거래가는 3억8000만원 안팎이었다. 이는 2년 전 문 대통령 내외가 해당 사저를 매입한 2억8500만원에 비해 1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대통령이 이사 오신 후 꾸준히 집값이 올라 지금은 최대 4억원까지 매매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2017년 8월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정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홍은동 사저는 매입 후 줄곧 김정숙 여사 명의로 돼 있었다. 그러나 사저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그해 10월13일 김 여사의 소유권은 김 행정관에게 이전됐다. 당시 매매는 해당 주택 시세와 비슷한 3억4000만원에 이뤄졌다. 이 집은 김 행정관 명의로 지난해 11월30일 우리은행 본점영업부에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채권최고액은 1억6500만원.

시사저널은 1월15일 오후 김 행정관 소유로 된 홍은동 주택을 찾았다. 그런데 우편함은 비어 있었고, 현관문 옆 벽면에 붙은 가스 검침표에도 지난해 5월 이후 검침 체크가 돼 있지 않았다. 집 앞을 지나가던 마을 주민은 취재진에게 “그 집은 대통령 부부 떠나고 지금 빈집 상태인데 누굴 찾으러 왔느냐”고 물었다.

입구를 지키는 금송힐스빌 경비원은 “대통령께서 살던 집을 최근 보좌관(김 행정관)이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빠르면 하루 이틀 안에 이사 온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집을 부동산에 내놓기도, 그대로 비워두기도 애매해 가까운 보좌관에게 바로 판 것 같다”고도 전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역시 “대통령 살던 집을 서로 사려고 가격 경쟁이 붙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개매물로 내놓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홍은동 사저가 매각되면서 자연히 문 대통령의 퇴임 후 거취에 대한 궁금증이 유발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월17일 시사저널 첫 보도가 나가기 직전 전화통화에서 “홍은동 집은 대통령께서 정치하면서 임시 거처로 사용하신 곳”이라며 “퇴임하신 후엔 경남 양산 집으로 가실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통령 당선 다음 날인 지난해 5월10일 오전 홍은동 자택을 나서며 주민들의 환대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靑 1가구 1주택 실현을 위한 것”

한편 문 대통령이 홍은동 사저를 매각한 배경에 대해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문 대통령이 정부의 주택 안정 정책 중 하나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에 따라 사저를 매각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1월7일 ‘2017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2가구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오는 4월까지 거주하지 않는 집을 매각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그동안 경남 양산과 서울 홍은동에 각각 집을 가진 ‘1가구 2주택자’였던 문 대통령 내외는 이번 매각을 통해 1가구 1주택자가 됐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정부 정책을 먼저 실현해 다주택자인 다른 고위공직자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1월18일 시사저널에 “대통령 먼저 필요 없는 집을 처분해 몸소 1가구 1주택자가 되겠다는 취지였다”고 답했다. 

구민주·김지영 기자 mjooo@sisajournal.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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