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만 있으면 OK?..법 '사각지대' 놓인 영세여관

이헌일 기자 2018. 1. 23. 06: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3일 찾은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의 모습은 처참했다.

이들 업소들이 이런 환경에서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관련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먼저 숙박업소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법에 따르면 적용대상이 되는 시설은 조건에 따라 Δ소화기와 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 Δ비상벨과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경보설비 Δ미끄럼대와 피난사다리 등 피난설비 Δ비상구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상자10명' 종로 여관, 다중이용업소 포함 안돼
서울 숙박업소 1/3이 관련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
20일 오전 서울 종로5가 여관 방화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화재감식을 벌이고 있다. 2018.1.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23일 찾은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의 모습은 처참했다. 지난 20일 한 50대 남성의 방화로 10명의 사상자를 낸 현장이다. 오래된 2층짜리 건물 안쪽은 곳곳이 부서져 있고 좁은 통로와 방안 구석구석까지 시꺼먼 그을음이 뒤덮여 있었다.

현장은 종로5가의 작은 뒷골목에 위치해있다. 골목을 따라 각종 음식점과 주점 등이 늘어서 있고 사건이 일어난 여관과 비슷한 규모의 숙박시설도 7~8곳 더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근처에서 비슷한 규모의 여관을 운영하는 A씨는 "우리 손님은 다 양반이라 나쁜 사람이 없다"면서도 "대부분 오래 묵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새로 들어온 손님은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나가면 (주변 상인들이) 너무 끔찍하고 불안하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가 많은 인명피해를 낸 데는 열악한 소방시설 탓도 크다. 이 건물의 출구는 정문 단 한 곳 뿐이고 화재경보기, 스프링클러같은 기본적인 소방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골목 곳곳에 위치한 인근 숙박업소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2~3층 높이, 최소한의 생활만 가능한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에 출입문은 대개 한 곳뿐이고 소방시설이라고는 층마다 소화기 1대가 전부인 곳이 많았다.

지난 20일 새벽 서울 종로5가의 여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2018.1.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들 업소들이 이런 환경에서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관련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먼저 숙박업소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법에 따르면 적용대상이 되는 시설은 조건에 따라 Δ소화기와 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 Δ비상벨과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경보설비 Δ미끄럼대와 피난사다리 등 피난설비 Δ비상구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음식점과 주점, 영화관, 비디오감상실, 학원, 목욕탕, 게임방, 노래방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중이용시설이 이 법의 적용대상이지만 숙박업소는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이렇게 영세한 규모의 숙박업소는 또다른 관련법인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도 강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숙박업소는 이 법이 규정하는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규모별로 소화기구, 비상경보설치, 자동화재속보설비, 피난설비 등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여관은 연면적이 1층 54.55㎡, 2층 48.79㎡로 총 103.34㎡(약 31평)에 불과하다. 주변 여관들도 비슷한 크기다. 이런 건물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소방설비가 연면적 33㎡ 이상 시설에 설치해야 하는 소화기 정도다. 일례로 경보설비의 경우 연면적이 400㎡ 이상이거나, 지하층 또는 무창층의 바닥면적이 150㎡(공연장의 경우 100㎡) 이상인 건물이 의무 설치대상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낮은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작은 규모의 숙박업소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 소재 숙박업소는 총 3321곳이다. 이 가운데 연면적 400㎡ 미만인 곳이 1023곳으로 31%에 이른다. 3곳 중 1곳꼴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관련법 외에 여관 등 숙박업소를 특별히 관리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다중이용업소 시설에 비해 규제가 약했을 뿐이지 기존에도 관련법에 따라 점검 및 관리를 실시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oney@news1.kr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