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고 싶은 꿈을 이뤄드립니다..일본에 우주장(宇宙葬) 등장

이영희 2018. 1.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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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다양한 형식의 新 장례문화 등장
우주로 쏘아 올린 유골.."별이 되고 싶어" 소원 이뤄줘
노약자, 장애인 위한 '운전석 조문', 하이테크 묘지도 인기

일본에 살고 있는 오다치 모토유키는 2년 전 79세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장례를 ‘우주장(宇宙葬)’으로 다시 치르기로 했다.

살아계실 때 유독 여행을 좋아했던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멋진 우주 여행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 우주장 전문업체 ‘긴가(銀河) 스테이지’를 통해 어머니의 유골을 넣은 캡슐을 인공위성에 실어 우주에 보내기로 했다. 우주로 간 어머니의 뼈는 지구 주위를 수년 간 돌다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유성처럼 타 없어진다. 가족들은 그 동안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캡슐이 실린 위성의 위치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긴가(銀河) 스테이지의 우주장 플랜 설명. [사진 긴가 홈페이지]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다양한 장례 방식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닛케이 아시안리뷰가 최근 보도했다. 죽은 이의 뼈를 태운 재를 로켓이나 인공위성에 실어 우주로 쏴 올리는 우주장을 비롯해, 도심 한가운데서 첨단 기술을 이용해 고인을 추모할 수 있게 한 하이테크 묘지도 등장했다. 지난 해 말 나가노(長野)현에는 고령자나 노약자가 차를 탄 채 조문을 할 수 있도록 한 ‘드라이브 쓰루(drive-thru)’ 장례식장도 등장했다.

화장을 한 후 유골만 작은 묘소나 사찰 등에 모시는 게 기존 일본의 장례 방식이었다. 하지만 고령 인구의 증가로 사망자는 매년 늘어나고 새로운 묘소나 납골당을 찾는 일이 유족들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또 가족이 없거나 죽은 후에도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새로운 장례 방식을 적극 택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랜디 브레스닉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찍은 한·일 야경 사진. [사진=랜디 브레스닉 트위터 캡처]
일본에는 이미 서너 개의 우주장 전문업체가 운영 중이다. 이미 십여 명의 일본인들이 우주장을 치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사카(大阪)시에 있는 긴가 스테이지에는 현재도 30여 명의 대기자가 우주장을 기다리고 있다. 업체 측은 “‘죽으면 별이 되고 싶다’는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그런 꿈을 이뤄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상업용 인공위성 등을 활용했으나 업체들은 곧 장례 전용 인공위성을 띄울 계획이다. 유골의 일부를 캡슐에 넣어 로켓으로 쏘아 올리는 상품은 45만엔(약 434만원), 인공위성에 실려 지구를 돌게 되는 상품은 95만엔(약 918만원)의 비용이 든다. 미국이 올해 쏘아 올리는 달 표면 탐사기에 유골을 실어 달 표면으로 보내는 프로그램(250만 엔)도 현재 신청을 받고 있다.

일본 나가노현 우에다시의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장례식장'에서 업체 측이 조문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장례업체 '렉스트 아이(Lext Ai)는 지난 연말 차에 탄 채로 조문을 하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장례식장을 열었다. [교도=연합뉴스]
차를 탄 채로 조문할 수 있는 드라이브 쓰루(drive-thru) 장례식장도 생겨났다. 지난 연말 나가노에 있는 ‘우에다 미나미 아이쇼덴 장례식장’ 내에 일본 최초의 드라이브 쓰루 장례식장이 문을 열었다. 이 곳에서는 빈소의 한쪽에 커다란 창문을 둬 조문객들이 차에 탄 채로 빈소를 찾아 부의금을 내고 유족들과 인사를 할 수 있게 했다. 태블릿PC의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불을 붙이지 않는 전열식 향을 건낸다.

장례식장 측은 “거동이 불편해 빈소를 찾기 힘든 노년층이나 장애인 등을 배려한 서비스”라며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고인에게 인사를 할 수 있어 좋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비슷한 장례식장 4곳이 조만간 일본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카드를 터치패드에 대면 레일을 타고 유골함이 나온다. [사진 도쿄 고뵤 홈페이지]
도쿄 아라카와(荒川)에 있는 ‘도쿄 고뵤(御廟)’는 하이테크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묘지다. 도심의 5층 건물 안에 7000여 개의 유골함이 보관돼 있다. 빌딩을 찾아온 유족들이 회원 카드를 입구의 터치 패드에 대면, 영상으로 가족의 사진이 나타나면서 레일을 타고 고인의 유골함이 도착한다. 업체 측은 “비용도 기존 사찰보다 비싸지 않은 데다, 도심에 있어 고인이 생각날 때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유골함이 보관돼 있는 창고 [사진 도쿄 고뵤 홈페이지]
2016년 일본의 사망자 수는 약 130만 명으로,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수다. 이러한 인구 변화를 반영해 앞으로 더 새로운 방식의 장례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망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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