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정사업본부 출자 벤처캐피털도 가상통화 거래소에 8억원대 투자

구교형 기자 입력 2018. 1. 23. 0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정부 규제로 정부기관 손해 가능성

중소벤처기업부에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 돈이 들어간 벤처캐피털(VC)도 가상통화 거래소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시장 과열을 문제 삼아 규제를 검토하는 가운데 가상통화 가격 폭락이 정부기관 투자금 손실로 이어지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실이 22일 우정사업본부에서 제출받은 ‘가상통화 거래소 기업 투자현황’ 자료를 보면 우본은 벤처캐피털 펀드 3개를 통해 가상통화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인 (주)두나무(2개 펀드 6억4000만원)와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주)비티씨코리아닷컴(1개 펀드 2억3000만원)에 총 8억7000만원을 투자한 사실이 확인된다. 우본 당국자는 “투자대상 기업 선정과 투자 결정에 투자자(LP)인 우본의 관여는 불가능하다”며 “이는 전적으로 운용사(GP) 권한”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중기벤처부 출자를 받은 벤처캐피털이 운용 중인 16개 펀드도 가상통화 거래소에 정부 재원 36억4000만원을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자금이 유입된 거래소는 5곳으로 이 중에서 (주)두나무와 (주)비티씨코리아닷컴은 우본 투자내역과도 겹쳐진다. 중기벤처부도 논란이 일자 “투자대상 기업을 정하는 것은 중기벤처부가 아니라 벤처캐피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우본과 중기벤처부 설명처럼 펀드 운용사에 투자를 맡긴 형식이지만, 한 다리 건너서 결국 정부 부처 자금이 논란의 가상통화 거래소에 투자된 것이다. 공적자금의 특성상 투자를 받는 벤처기업은 기술성·성장성뿐 아니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게다가 가상통화 가격이 정부 규제 여파로 요동치는 가운데 우본이 투자한 벤처캐피털 펀드의 투자기간은 짧게는 2018년 3월, 길게는 2021년 9월까지로 설정돼 있어 투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상통화 거래소의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 중이다. 향후 우본이나 중기벤처부가 직접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본 측은 이 의원에게 “순수하게 운용사의 수익성을 보고 투자했으며, 투자 평가를 통해 운용사를 선정했다”며 “우본은 운용사 펀드 내용에 관여하는 게 불가능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라고 할 권한도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일부에서 제기되는 가상통화 시장의 투기성 논란에는 “가치 판단의 문제일 뿐 투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볼 수 없고 법 테두리 안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