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똥통'이라 했지만.. 칠레는 그 이민자들 품었다

조효석 기자 2018. 1. 2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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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반대하는 파도가 전 세계에 넘실대는 가운데 남미의 칠레가 색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칠레가 최근 세계적인 반이민 기조에도 불구하고 이민자 우호정책을 유지하면서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 칠레로 향하는 이민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칠레는 경제·사회적으로 중남미에서 가장 안정된 까닭에 2000년대 들어 이민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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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이티계 주민들이 1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개인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 근처에서 대통령을 희대의 독재자들(왼쪽부터 스탈린, 히틀러, 무솔리니)과 나란히 그린 그림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아이티와 일부 아프리카 국가를 가리켜 ‘똥통(shithole)’이라고 표현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마러라고에 와서 사흘 연속 골프를 즐겼다. AP뉴시스

세계적 반이민 추세와 대조
아이티 출신 4년 만에 52배
각종 인센티브… 차별도 적어

고령화 시대 대비 일환 분석

난민을 반대하는 파도가 전 세계에 넘실대는 가운데 남미의 칠레가 색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갈 곳 잃은 중남미 출신 ‘경제 난민’에게 일할 기회와 복지를 제공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칠레가 최근 세계적인 반이민 기조에도 불구하고 이민자 우호정책을 유지하면서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 칠레로 향하는 이민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똥통’ 국가로 불리며 수모를 겪은 섬나라 아이티다. 2013년만 해도 2016명에 불과했던 아이티 출신 칠레 이민자는 2016년 4만8783명, 지난해 10만4782명으로 52배 가까이 늘었다.

칠레는 경제·사회적으로 중남미에서 가장 안정된 까닭에 2000년대 들어 이민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렸다. 유엔 산하 라틴아메리카 경제위원회(ECLA)와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10∼2015년 이민자 수는 매년 4.9%씩 올라 중남미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민자들의 정착도 매우 순조롭다. 칠레 정부는 법적 신분에 관계없이 이민자 자녀에게 공립교육과 보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민자들은 모두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임산부는 출산 전후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 여행비자로 입국해도 취업에 성공하면 취업비자를 거쳐 영주권까지 받을 수 있다.

가브리엘라 카르벨로 칠레 이민국장은 “이민자들이 직업을 찾을 수 있게 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세금을 납부하게 하는 등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유도한다”며 “우호적 이민정책으로 불법이민이 억제되고 범죄율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이민자가 급증해 예전보다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졌지만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칠레 국민들의 이민자를 향한 인식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설문에 따르면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하는 칠레 국민은 2003년 63%였던 데서 40%로 떨어졌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이민자들의 노동 의욕이 더 높다”는 데 동의했다. 도미니카를 비롯한 다른 중남미 이민국들에 비해 인종차별도 적다.

칠레의 친난민 정책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출산율 저하와 기대수명 증가로 칠레 은퇴자 1명을 부양할 인구가 2000년에는 7.6명이던 것이 2030년에는 3.6명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민자들을 미리부터 수용해 경제활동인구로 키운 뒤 건강보험과 연금에 소요될 재정을 충당하려 한다는 것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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