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AI '구루' 헥 박사 영입한 까닭은

손해용 2018. 1.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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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 새 인공지능 분야서 광폭 행보
신성장 동력 확보, 플랫폼 영향력 확대
가전·스마트폰과의 시너지 등 노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ㆍ산업에서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면서, 관련 산업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적인 인공지능 구루(정신적 스승) 중 한명인 래리 헥 박사를 영입했다. 그는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 비서로 꼽히는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타나’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세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인공지능 분야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인재 쟁탈전에 뛰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에는 인공지능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대ㆍ카이스트(KAIST) 등과 함께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를 개설했고,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인공지능 센터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 인공지능 관련 선행연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인공지능 챗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플런티’를 사들였다. 삼성전자가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런티의 챗봇은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언어를 구사한다. 답장이 힘든 회의 시간에 점심 약속 상대가 “오늘 뵙는 거죠?”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챗봇은 “지금 회의 중이에요”, “일정 좀 확인하겠습니다”, “좋아요” 등 답변을 추천한다. 플런티의 젊은 직원들은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빅스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인공지능 분야의 흐름을 주도하는 석학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매년 ‘삼성 글로벌 AI 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카카오톡으로 삼성 에어컨을 조절하게끔 하는 등 인공지능 분야에서 카카오와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우선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삼성의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는 게 IT업계의 분석이다. 구글ㆍ애플 등은 강력한 소프트웨어(SW) 파워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ㆍ로봇ㆍ지능형검색 같은 미래 시장으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반면 삼성은 성장절벽에 부닥친 하드웨어 사업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들처럼 압도적인 플랫폼을 갖고 있지도 않다. 결국 기존의 제조 노하우와 SW와의 융합을 통한 신산업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핵심 SW로 주목하고 있는 게 바로 인공지능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가공, 유용한 정보ㆍ통찰력을 뽑아내는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 경쟁력과 제품 품질을 좌우하는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세계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2016년 80억 달러에서 2022년 1132억 달러로 1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강점인 스마트폰ㆍ가전과의 시너지 효과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예컨대 특정 가전에 장착한 인공지능을 사용자의 선호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훈련하면 ‘록인효과’(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스마트폰ㆍ가전 등 모든 전자기기를 자사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제어ㆍ관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올해부터 출시되는 주요 제품에 통신 모듈을 탑재하고, 사물인터넷(IoT)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독자적인 인공지능 플랫폼을 만들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최근 스마트폰ㆍ가전 등에 장착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가 대표적인 예다. 스마트폰을 제조하며 수년간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의존해왔던 삼성은 구글의 그늘을 벗어나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더 큰 파이를 챙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규모의 힘이다. 삼성전자가 한 해 파는 휴대전화는 2억대가 넘고, TVㆍ냉장고 등 다른 전자제품까지 합치면 5억대가량에 이른다. 이들만 연결해도 상당한 수준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글ㆍ아마존 등 다양한 곳과 협력하고 있지만 코어 부문(인공지능)마저 우리 것을 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매년 5억여개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시장에 내놓고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인공지능 기능이 월등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런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관련 행보는 최근 들어 속도를 높이고 있다. ‘빅스비’가 탑재된 스마트TV는 음성 명령만으로 특정 배우가 주연인 영화를 검색하거나 말 한마디로 실내조명을 영화 시청 환경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2018년형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가족 구성원의 음성을 구분해 개인별 일정ㆍ메모를 확인할 수 있고, 보관 중인 식재료를 반영해 맞춤형 식단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유튜브를 보다가 집에 들어와 인공지능이 적용된 스마트폰에 “빅스비, 나는 집에 왔어. 지금 보는 것을 계속해서 TV로 틀어줘”라고 하면 이를 실행한다.
삼성전자는 사진을 찍어 인터넷 쇼핑몰 상품을 검색할 수 있는 ‘비주얼 검색’ 기능을 적용한 삼성몰 서비스를 인도에서 상용화했다. [사진 삼성전자]
인도에서는 제품 사진을 찍으면 해당 상품이나 비슷한 제품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찾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삼성몰’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른바 ‘비주얼 검색’ 기능이다. 여러 쇼핑몰과 제휴해 ‘원스톱’으로 구매까지 바로 할 수 있도록 한 ‘삼성몰’은 다른 나라에 앞서 인도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삼성메디슨과 함께 딥러닝ㆍ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진단보조 솔루션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의료영상정보를 분석해 유방암ㆍ갑상선 질환 병변을 알려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양한 산업 영역의 융ㆍ복합화가 이뤄지는 미래 산업 환경에서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인공지능”이라며 “반도체ㆍ스마트폰ㆍ자율주행차ㆍ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대중화될 시기에 대비해 다각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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