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AI '구루' 헥 박사 영입한 까닭은
신성장 동력 확보, 플랫폼 영향력 확대
가전·스마트폰과의 시너지 등 노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ㆍ산업에서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면서, 관련 산업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적인 인공지능 구루(정신적 스승) 중 한명인 래리 헥 박사를 영입했다. 그는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 비서로 꼽히는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타나’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세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인공지능 분야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인재 쟁탈전에 뛰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 인공지능 분야의 흐름을 주도하는 석학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매년 ‘삼성 글로벌 AI 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카카오톡으로 삼성 에어컨을 조절하게끔 하는 등 인공지능 분야에서 카카오와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강점인 스마트폰ㆍ가전과의 시너지 효과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예컨대 특정 가전에 장착한 인공지능을 사용자의 선호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훈련하면 ‘록인효과’(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스마트폰ㆍ가전 등 모든 전자기기를 자사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제어ㆍ관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올해부터 출시되는 주요 제품에 통신 모듈을 탑재하고, 사물인터넷(IoT)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독자적인 인공지능 플랫폼을 만들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최근 스마트폰ㆍ가전 등에 장착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가 대표적인 예다. 스마트폰을 제조하며 수년간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의존해왔던 삼성은 구글의 그늘을 벗어나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더 큰 파이를 챙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규모의 힘이다. 삼성전자가 한 해 파는 휴대전화는 2억대가 넘고, TVㆍ냉장고 등 다른 전자제품까지 합치면 5억대가량에 이른다. 이들만 연결해도 상당한 수준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글ㆍ아마존 등 다양한 곳과 협력하고 있지만 코어 부문(인공지능)마저 우리 것을 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매년 5억여개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시장에 내놓고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인공지능 기능이 월등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양한 산업 영역의 융ㆍ복합화가 이뤄지는 미래 산업 환경에서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인공지능”이라며 “반도체ㆍ스마트폰ㆍ자율주행차ㆍ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대중화될 시기에 대비해 다각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