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386세대'..문화계 '핵'으로 떠올라

이정현 2018. 1.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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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세대 문화 핵심소비층이자 창작 대상으로
1980년대, 추억 혹은 판타지.. 세대별로 달라
시장 확대는 긍정적.. '추억 팔이'는 경계해야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한 장면.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장면 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 용산에 있는 한 극장에서 영화 ‘1987’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문 대통령은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느냐’는 영화 속 대사를 곱씹으며 “역사는 금방은 아니지만 긴 세월을 두면서 뚜벅뚜벅 발전해오고 있다”고 회고했다. 대통령의 곁에는 배우 강동원 등 ‘1987’에 출연한 청춘스타들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강동원은 영화에서 반독재투쟁을 하다 숨진 이한열 열사를 연기했다.

장면 둘.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서울 공연이 막바지를 달리던 지난 12일, 세종문화회관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관객으로 가득했다. ‘광화문연가’는 평균 객석점유율도 85%, 누적 1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는데 40·50세대가 주역이다. 가수 이문세가 부른 추억의 명곡과 함께 하는 이야기가 이들을 움직였다. 예매처 관계자는 “일반 뮤지컬 공연장에서는 볼 수 없는 이례적인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장면 셋. 지난 14일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방송한 예능프로그램 ‘슈가맨2’에는 반가운 얼굴이 출연했다. 은둔하던 가수 이지연이다. 1987년 데뷔해 곡 ‘바람아 멈추어다오’로 당시 대중음악계를 흔든 스타다. 오랜만에 방송에 모습을 비춘 이지연 덕에 ‘슈가맨2’는 전국시청률 4.5%(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화제에 올랐다.

‘386세대’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세대다. 시간이 지나 중장년에 접어들며 경제력이 갖춰지고 사회적 영향력이 늘자 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 콘텐츠가 늘고 있다. 이들이 겪었던 당시 이야기가 역사, 문화, 노래 등으로 2018년 대중을 만난다.

1980년대에 대한 되새김은 먼저 문화콘텐츠에서 이뤄졌다. 이한열 박종철 등이 등장하는 6월 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과 과거의 추억을 소재로 한 뮤지컬 ‘광화문연가’, 뮤지컬 ‘모래시계’가 대표적이다. ‘모래시계’는 1995년에 SBS에서 방송한 동명의 드라마를 각색했다. 광주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등을 소재로 격동의 1980년대를 보낸 인물들의 이야기다.

시대의 주인공인 386세대를 포함한 중장년층이 곧바로 반응했다. ‘우리 이야기’라는 동질감이 문턱을 낮췄다. 보통 중장년층은 문화 화제작에 대한 반응이 느리나 기민하게 반응하며 흥행의 주역이 됐다. ‘1987’은 지난 16일 누적관객 600만 명을 돌파했는데 다른 흥행작과 다르게 50대 관객 비율이 높다. CGV리서치센터가 영화를 예매한 관객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개봉 첫 주인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1987’을 본 50대 비율은 9.2%이나 1일부터 7일까지는 11.8%로 늘었다.

‘광화문연가’도 40·50세대의 힘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박종환 CJ E&M 공연사업부 팀장은 “‘광화문연가’는 뮤지컬의 주 고객인 청년층 만큼이나 중장년층의 호응이 높았다”며 “통상 뮤지컬 관람은 현장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데 이례적일 정도로 극장을 직접 찾아 티켓을 구매한 중장년층 관객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뮤지컬 시장이 성장하며 관객층이 넓어졌고 앞으로도 다양한 관객층을 소비할 수 있어야 흥행으로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중장년층의 공연 소비력은 느는 중이다. 40대의 공연 구매자의 비율은 2014년 전체 16.4%에서 지난해 17.3%로 증가(인터파크티켓 결산 조사)했다. 50대는 4%에서 5%로 늘었다.

‘386세대’ 콘텐츠 발굴을 기점으로 중장년층이 공략 대상이 됐다.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의 대상이, 청년층에게는 흥미를 이끌어내는 소재로 작용한다.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중장년층은 1980년대에 일어난 사건들을 ‘우리의 이야기’로 보지만 청년층은 새로운 이야깃거리라 받아들이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청년층에 어필하는데 집중하던 문화계가 경제력을 갖춘 중장년층에서 소재를 찾으면서 양세대에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양성을 확보하고 시장이 커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추억 팔이’로서 1980년대의 사건들을 소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고 교수는 “일부 출연배우의 팬덤에 기대오던 것에서 탈피해 작품의 소재나 주제가 무엇이냐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좋은 신호”라며 “기대수요가 충분했던 중장년층이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계속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영화 ‘1987’

이정현 (sei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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